[X-Over] Aventuro Sagao Nulo - 달의 영웅(上)

자작 글/팬픽 2012. 3. 26. 22:00
  옛날, 옛날.
  아주 오래된 옛날에 수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
  죄송합니다. 썰렁한 농담을 먼저 말씀드리다니.
  저는 어떤 이야기꾼이랍니다. 물론 제 이야기는 즉석에서 만들어서 창조된 것이라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런 사라지는 이야기에도 생명은 있답니다.
  그럼, 제가 간략하게 말하는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주겠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그리고 아이나 어른이나 노약자들에게 말입니다. 하하, 서장에 장식할 대사가 또 썰렁하군요. 그럼......... 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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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다. 각자 배운 내용을 잘 숙지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내 친구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와 친구의 수업은 끝이 났다. 수업이라는 것은 일종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의미이니 말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배우는 자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지식만 아니라, 생명하고도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니까.

“이봐, 친구. 종사들의 수업도 끝났으니 이제 대련이라도 할까?”

  거절하지.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친구는 너무나도 대결이나 힘을 중히 여기는 기사니까 말이다. 그와 동시에 한 번 붙으면 승패가 결정 나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은 성격이고 말이다. 거기다 난 오늘 볼일이 있으니 확실히 한 마디만 하고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

“흥, 유약한 녀석 같으니.”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역시 무시한다. 나에게는 더욱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기사인 동시에 한 명의 선생으로 자리잡은 나에게는 더더욱 봐야 할 것이 있으니 말이다.

-웅성웅성.

  여전히 상층부로 올라서면 경계병들이 초계 업무를 도맡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만일을 위한 초계라고 부르짖지만, 친구에게 있어서는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화약고나 같은 부분이다. 현재 이곳은 전쟁을 하는 곳이나 마찬가지니까. 더욱이 이 거대한 제 2의 고향에서도 전쟁을 하는 우리 민족의 문명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를 이렇게 쫓겨나게 한 이들에 대해서도 증오를 품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셨습니까, 기사님.”
“여전히 이 시간에 오시는 군요, 기사님.”

  초계 업무를 맡은 종사들은 그렇게 날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러면서 나의 생각과 표정 역시 그들에게 미소를 보여주고 칭찬하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언제나 나의 일이니까.
  그렇게...........
  그들이 초계 업무를 하는 곳을 저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여전히 아름다운 푸른 행성. 아직 원시 생물들이 판을 치는 곳이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광채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원시 생물들의 과학 발전 능력이 우리보다 뒤떨어진 경향이 많아서 내려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실제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와 같이 왔던 우리에게 증오스러운 존재들의 신과 저 행성 고유의 신들이 우릴 내려가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비상사태! 비상사태! 각 종사들과 준기사들은 지금 XX포인트로 출격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늘 마찬가지다.
  분쟁 지대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소모전. 이곳에서 저 푸른 혹성을 바라보는 것도 마다한 채로 난 오늘도 준기사들과 종사들과 같이 현장으로 급히 파견되었다. 친구 녀석은 나가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권유해도 마찬가지일터.

“그깟 임무는 고작 준기사 이하의 레벨에서 행해지는 문제다! 우린 나설 필요가 없다고!”

  너무 확고한........ 아니, 그 고집스러운 면이 난 마음에 걸리는 바다. 총기사장(總騎士長)님 역시 그런 친구의 면을 보며 상당히 불쾌해 하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들을 친구는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도 나 역시 그 친구나 마찬가지인 꼴이다.

-쾅!!

  내려진 임무는 고작 준기사 이하의 레벨. 그런 임무에 기사 하나가 참여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이상한 것이 뻔할 뻔자다. 그들에게 대해서는 훌륭한 기사님이라고 칭송한다. ‘좋으신 분’ 이라든가, ‘충성을 다해야 하는 진짜 기사’ 라던가. 날 좋아하는 소리는 많고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다르다.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같이 출격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기에 그런 것이니까.]

  내가 그들과 같이 가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멸망이나 죽음에 대해서 민감하기 때문이다. 본성에서 빠져나온 기사단 잔류와 거기에 이어 살아남은 시민들. 고향을 잃은 감정 때문에 난 출격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탈출할 때 쓴 위성과 함선.......... 그리고 그것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제 2의 고향. 그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난 그렇게 여전히 같이 출격하는 것이다.

“으아아아!!”
“제길! 이 토끼 놈들이!!!”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간다.
  이곳이 저 푸른 행성의 위성이 된 지도 어원 몇 천 년. 그 당시에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기사단들은 아직 지각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저 행성에 먼저 내려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 있는 문명을 없애기로 하고, 우주에서 흘러나오는 녹색의 에너지를 사용. 그 문명을 청소하였다. 허나, 동시에 우리는 미처 알아야 했다.

-오오오오오!!!

  사실 우리가 해치운 문명은 막 소멸되려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비늘로 덮인 존재들의 문명은 그 행성에 사는 의지, 사념에 비슷한 존재들에게 버림받은 뒤였다. ‘싸움을 감독하는 자(Battle master)’와 ‘하얀 신’과 ‘검은 신’. 그들은 그 행성. 지구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사념들이었다. 그와 동시에 지구에 내려온 원수들의 신.

-제 이름은 건 에덴. 저는 당신들의 침략을 막아낼 것입니다.

  그 당시 우리는 아직 정비가 덜 된 탓에 패주하였다. 친구 역시 그 일에 대해서 화가 난 상태. 그렇게 우리는 그들을 감시함과 통해 아직도 냉동 수면 중인 주민들을 위해 더욱이 강한 힘을 선택하고 사용하기로 하였다.

“제길!! 감히 내 동료를! 으아아아아!!”

  우리는 그렇게 감시하였다. 다행히도 지구의 의사는 건 에덴에게 동조하면서도 우리의 의사도 받아들였다. 우리의 DNA와 우리 행성의 역사를 이 지구의 기초 문명이 되도록 발판으로 처리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내려가고 싶었다. 저 푸른 고향으로........ 그러면서 동시에 큰 사고가 터졌다.

-감히!! 짐과 신민들을 강제로 태운 결과가 이런 것인가!!

  우연치 않게도 냉동 상태로 있던 몇몇 황족 계열 인사와 그 밑의 시민들의 봉인이 풀린 것이었다. 우리 민족 중에서도 특이한 이능을 가진 자들로 일종의 선민에 가까운 자들. 그들은 그대로 몇몇 구역의 냉동 장치를 풀어버리고 다시금 자신들만의 나라를 만들어 버렸다. 그곳의 이름은 ‘G. 루나리암’
  일찍이 우리 종족 중에서 여성성비가 많은 그 나라가 여기 이곳에 새롭게 건국되었다. 그들은 황족이자 여제가 가진 능력, 그 외의 일부 시민이 가지고 있는 특이능력과 어떤 종들도 다 받아들인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단숨에 이곳 위에 공기가 있는 구역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거의 우리와 단절된 채로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우리와 대치하기 시작하였다.

“기사님이 오셨다!! 기사님이!!”
“기사님이 오셨으니 우리 걱정 없어! 전원 공겨어어억!!”

  하지만 그렇게 우리가 살면서 동시에 새로운 적이 이곳에 생겨난 것을 알아버렸다. 지구의 의사와 접촉되면서 우리의 함선 역시 의사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불길한 사념 덩어리. 금발에 공주님 같은 모습으로 피를 빨아 마시는 괴물 같은 존재. 신화나 루나리암에서 일부 존재하는 악마들보다 더 강하고 매서운 존재.
  그리고 우리가 시민들 태우고 왔던 본 함선과 식민지용 함선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함선을 발견하였다. 거기서 나온 이들은 특이한 무장과 옷차림. 그리고 루나리암의 월토족(月土族)과 똑같은 생물병기를 사용해 이곳을 자기 멋대로 두 구역으로 나눴다.

“이겼다! 멍청한 달토끼 녀석들을 이겼어!!”
“꼴좋구나! 이 월인 놈들!!”

  그들이 가른 구역은 자신들이 있는 구역과 그 금발 마왕이 차지한 구역으로 나눠졌다. 그렇게 우리는 전력 양성을 위해 실시간 훈련과 냉동 수면을 통해 실력을 키웠고,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역사 외우기 수준. 내 감상하고는 거리가 먼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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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네들을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소식이 있어서다.”

  친구와 같이 총기사단장께 불렸다. 또, 친구 놈이 요상한 시비로 싸운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아무래도 예상은 후자 쪽인 것 같았다.

“좋은 소식은 스스로 마왕이라 부르던 금발 여성의 모든 반응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지?!
  그 마왕이 사라졌다고?! 친구 녀석을 쾌재를 불렀다. 기사단장님 앞에서 그런 거 좀 관두는 것이 좋을 텐데. 하지만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면 나쁜 소식도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또 하나........ 방금 시공간이 흩어지는 현상이 발견했다. 그와 동시에 월인들이 누군가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월인들에게 타격을 준다니? 사실 월인들에게는 우리와 비등한 과학 기술력이 있다. 생긴 것은 엇비슷해도 기술력 하나는 비등하기에 우리와 맞대결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 월인이라고 칭하는 족속들. 그런 월인들이 타격을 입다니!!

“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것일세. 당장 가서 사태 조사를 해줬으면 한다네.”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당장이라도 그걸 조사해오겠습니다! 기사단장님!”

  친구 녀석은 그렇게 말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마왕이 사라지고, 월인들은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시공간이 흩어지는 이상한 현상까지....... 제발 아무 문제도 없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기사단장님께 인사를 하고 친구와 같이 출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머릿속에 계속 드러난 이 불길한 기분은 대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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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에이린이다. 그 쪽의 이름은?”

 알 필요 없어.

“어머나, 이왕이면 통성명 좀 하자고. 안 그래도 같이 갇혀 있는 사이인데 말이야.”
“맞아. 웬만하면 즐기자고.”

  미안하지만 거부하지. 안 그래도 서로 대적하는 상대가 이렇게 놓인 것 자체가 말이 안되니까.

[그 말이 맞다. 어찌 되었든, 너희들이라는 개개인의 존재는 부정과 분노, 증오로 얼룩진 존재이니.]

  미안하지만 난 댁 목소리가 더 안 좋아. 여자 모습의 기계인형 안에서 굵직하고 소름끼치며, 위압적인 남정내 목소리는 매치가 되지 않아서지.

[어리석군. 육체라는 것은 그저 한줌의 물질에 지나지 않다. 위대하고 통합된 어둠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것.]
“웃기네~ 고작 그런 녀석이 각자 1대 1 상황에서 어쩌지도 못한 주제에.”
“그러는 꼬마 숙녀님도 마찬가지지 않나?”
“흥!”

  빨간 머리의 날카로운 모습의 황족 소녀, 그리고 은발 머리의 월인과 스스로 마이너스한 감정의 집합체라고 말하는 기계인형까지.......... 물론 기사인 나까지 포함하면 참 어이없는 조합이긴 하다.
  그것보다......... 황족이면서 이런 변방으로 나온 이유가 뭐지?

“글쎄~? 통성명을 한다면 말해주겠는데~”

  가증스러운 표정.
  하지만 상관없다. 이유가 어쨌든 나 저 애의 이름을 알고 있다. 황족 중에서 이듬해에 태어난 황녀는 다름 아닌 그녀 밖에 없으니까. 안 그런가, 루나루버스 황녀님.

“엣!!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어머나~ 루나루버스 황녀라면 황족 계승자겠군요. 우연치 않게도 거물이 그물 안으로 들어올 줄이야~”
[크크......... 황제 계승자?! 어리석군! 그래봐야 위대한 어둠의 의지인 이 몸보다 아래다!]

  정말인지 못 들어먹을 조합이다.
  어쩌다 이렇게 갇혀버렸는지도 말이다. 뭐, 정확히 생각한다면..........
  친구 녀석은 딴 곳으로 분할 초계 - 나 역시 다른 방향 -  그 방향에서 월인과 만남. - 한 판 붙음(여기서 이 월인은 거대한 기동병기를 탄 나하고 맨 몸으로 싸워서 막상막하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 갑자기 루나리암의 황녀가 등장해 삼파전 -  그 양상 속에서 서로 눈치 없이 있다가 새로운 존재 등장(바로 여기서 말하는 기계인형이다.) - 결국 각자 큰 기술을 한꺼번에 사용하다가 지반 침강으로 서로 사이좋게 갇혀버림.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공식이군.........

“캬앗! 그래도 이 몸은 강하다고! 너희들 정도면 몸 상태가 완벽하면 그냥 파묻어주겠어!”
“그건 저라도 마찬가지죠. 황녀님~”

  에이린이라는 저 여자, 은근히 상대를 화나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황녀가 꼬맹이라고 은근히 건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난 곧장 옆에 있는 기계 인형에게 들리는 소리가 더 거슬린다.

[크크....... 싸우는군. 그래! 싸워서 짐의 힘을 키우는 거다! 우하하하!!]

  댁이나 잘 하슈. 하지만 저렇게 싸우고만 있는 상황은 참 불합리하다. 안 그래도 지구라는 행성을 보지도 않고 출격해서 더 기분이 안 좋은 상황. 그래서 난 한마디 하기로 했다.
  어이, 이봐. 너희들. 자꾸 소란 피우면 안 좋은 줄 알아.

“어머나? 그런 협박 통할 것 같애요?”
“그래! 너 같은 남자는 그냥 밑에 꽉 틀어박히라고! 어디서 저런 고철 탄다고 나불대기는!”
[흥! 그런 분노 역시 짐의 힘! 아무리 해도 소용없도다! 우하하하!!]

  휴우, 좋습니다.
  자세히 설명 드리죠. 우선, 아까 우리 전부가 이곳으로 침몰했을 때 상황입니다. 공간도 크고, 무엇보다 제 기체가 이렇게 서 있을 정도로 여유 공간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이렇게 조정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죠.

“무슨 소리야!”

  잘 들어보세요. 저 위의 바위 보이시죠? 저것들 전부 제가 기체의 능력을 전부 특수 효과로 돌려서 겨우 막은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 공간 형성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제가 잘못되면 여러분들은 생매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으음, 확실히 그렇지만........ 그런 정도는 공간 이동으로..........”

  참고로 공간 이동은 못해요.
  이유는 시간 자체를 정지시켜서 여기서 공간 이동 같은 것을 하다가는 요상한 곳으로 떨어지거나 잘못하면 이상하게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공간과 공간 형성의 맞물림이 불규칙을 초래하는 것인가! 흥! 그래봐야 짐은 상관없다! 어차피 이 육체는 이런 환경에 죽지 않도록 된..........]

  참고로 여기 지반은 특이 광석입니다. 이 물질은 소량이긴 하지만, 댁 같은 어둠의 집합체에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도록 된 물질이지요. 만약에, 운 좋게 탈출해도 그런 지성을 가지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겁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고!”
“방법은 없나요, 기사 나으리?”
[크윽! 짐을! 짐에게 이렇게 대하다니!]

  상관없겠죠? 하지만 상관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기체에는 2달치 비상식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보자......... 어둠의 사념으로 불리는 분을 제외하고 식사 밑 기타 생리적인 욕구 처리까지 합하면 각각 최소 20일 치 분량은 되겠군요.

“서, 설마......... 그 때까지 여기 있어야 된다는 소리?”

  당연하죠. 자아, 여러분......... 어차피 구조될 때까지는 임시휴전입니다. 저라고 해서........ 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밖으로 나갈 때까지는 참아야 하겠죠?

“쳇.........!”
“하아, 별 수 없군요.”
[크윽! 좋다! 짐 역시 동참하겠다.]

  그렇게 난 겨우 셋을 말리고 조용히 몸을 누웠다. 안 그래도 들어오면서 몸이 좀 고달파서 힘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셋은 전부 나나 상대를 보며 각자의 경계를 보이고 있다. 하아, 20일 안에는 생존할 수 있을까........ 20일이 자나면 저 기체의 능력도 사용 불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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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3일이 지났다.
  구해주러 오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하고 속으로 질문한 것을 다급히 수정했다. 여기는 공역 중에서 자체 중립구역.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겠지. 혀를 차며 기체의 인터페이스를 적절히 손보기 시작하였다.
  이 기체는 다 좋지만, 기사 전용인 만큼 무장의 효과도 다 제한적으로 되어 있다. 무장의 경우, 그 사용자의 특기 분야를 딱 결정짓는 것인만큼 최대출력과 그 용도는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덕분에 이걸 연구하는 것도 시간 따먹기에 도움이 된다고 할까?

“어이, 기사씨.”

  루나루버스 황녀가 날 부른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손보던 인터페이스를 놔두고 밑으로 내려갔다. 황족이면서 이런 외진 곳까지 온 그녀. 확실히 그것도 궁금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너 말이야. 나랑 동침할래?”

  순간 격하게 뿜을 뻔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왠지 모르게 한쪽 눈을 빛내며 날 바라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있잖아~ 당신 자세히 보니까, 은근히 건장하거든. 가볍게 하룻밤을 묵는 거 어때?”

  미안하지만 거절하겠다. 황족의 능력은 어차피 우리한테는 통하지 않으니까. 정확히는 같은 종족에서 나온 것이라 능력 자체가 무효화되거든.

“크으!! 이봐! 당신! 여자한테 너무 어드바이스가 그 따구가 뭐야! 기사가 맞긴 맞아!! 오히려 개구락지마냥 해야 정상이 아녀?!”

  일단 기사이긴 하지만, 통하지도 않는 능력으로 상대를 억압하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당신이 황족이긴 한 걸까? 그건 그렇고, 그건 무슨 말투냐? 황족 언어인가?

“당신도 날 어린애 취급하는 거냐!! 나, 나는!! 노상 어린애가 아니라여!”

  알고는 있습니다만........ 어째서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 것인지?

“나는, 난  근디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여!!”

  훌쩍이기 시작한 루나루버스 황녀. 어이, 저기요. 이런 데서 울면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한 줄 알겠습니다. 울음 그치세요.

“그래, 다 필요 없져! 어차피 난 문장도 하나 밖에 없는 팔푼이 자식이니겨!”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어차피....... 어마마마도, 아바마마도 날 자식으로 보지 않는 걸......... 내가 문장을 하나 밖에 가지지 않았으니께!”

  이제야 대충 뭔가 안 것 같았다. 황족인 자가, 그것도 다음 왕위를 계승할 존재가 어째서 일반병 차림으로 나나 다른 자들을 만난 이유를 말이다. 문장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최고 위라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 황족들, 그 중에서 황제나 그의 배우자들은 대체적으로 문장 자체의 격이 달라야 한다. 배우자는 몰라도 황제는 최소한 양 눈에 문장을 지닌 ‘더블 문’의 형태. 어떤 면에서 보면, 그녀는 일종의 태어나자마자 주변에 따돌린 낙오자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내 능력도 통하지 않여. 아무도 사귀어주지 않여. 아무도......... 아무도!!”

  글쎄요? 아무도는 아닐 겁니다.

“무슨 소리여?!!”

  사람이란 것은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니까 하는 소리죠. 가령, 우리가 구출될 수도 있는 것도 아무도도, 또한, 그 어느 누구도 만나는 것도 아무도 모르죠. 앞날은 살아있기에 아무도 모르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운명에 순응하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패배자보다는 어떻게든 부딪혀서 아는 것은 아는 패배자가 좋은 법이지요. 나 역시 그런 쪽이고.

“저, 정말로?”

  물론.
  이제야 말이 좀 좋아졌네.
  전 지구라는 별을 아직도 보고 있으니까. 비록 건너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꼭 우리가 지키는 시민들을 저 별에서 생활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니까. 아무도 앞날을 모르죠. 그런 면에서 보면 꼬맹이인 당신도 나중에 좋은 사람을 만날 겁니다.

“...........”

  말을 마친 루나루버스는 어떤 일인지 그대로 몸을 돌리고는 가버렸다. 뭐, 상관없다. 나름대로 생각해서 한 말이니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 정조를 지켰다는 생각이 더 앞선 관계니까. 앞으로는 잘 때는 저 기체 안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겠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니까.

“보기보다 꽤 하는 모양인데, 기사 나으리?”

  이번에는 당신입니까? 은발 머리에 장궁을 들고 다니는 당신이 더 골치 아프겠군요.

“어머? 어떤 의미로 말이야?”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 저기서 절 노려다보는 요상한 검은 사념보다 더 위험하겠다........ 이 생각이 듭니다만.

[무슨!! 저 여자가 짐보다 더 골치 아프다고! 그런 허튼 소리!]

  하아, 역시 사념 씨하고 은발 여자가 있으니 정말 힘들다. 아까 전에는 말썽쟁이 황녀가 나왔고, 이번에는 좀 무서운 두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떻게든 넘어가야 하니 조금은 말 재주를 부려나 볼 수밖에......... 뭐, 상관없겠지만........ 은근히 사람을 꿰뚫는 시선이 맘에 안 든다고 할까요?

“호오?”

  그러니까, 은발 머리인 당신은 뭔지 모르게 약간 고민을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숨기기 위해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느낌이 나서 좀 대화하기가 버겁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사념 씨는 안 그래도 마이너스한 기운을 잔뜩 나와서 상대하는 것도 어렵고........ 뭐, 이 정도의 이유라고 합니다.

“푸웃. 보기보다 괜찮은 기사네.”
[후후후........ 설마 내 본질을 알아챈 녀석이 있을 줄이야! 좋다! 이름을 말하거라! 내 나중에 너에게 특별한 상을 주도록 하지!]

  아뇨, 아뇨. 그런 것을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여기서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요. 여러분들이 계속해서 제게 와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더 희박해질 수도 있다, 이겁니다.“

[흥! 뭐, 좋다! 짐은 네게 흥미를 가지고 있으니!]

“그런가요. 알았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구출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게 맞겠군요.”

  그 말을 하고 두 사람 역시 모두 자기만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아, 정말 힘들구나. 앞으로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좀 유감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릴 구조하러 온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도 살고 싶고, 또 지구라는 행성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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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19일째.
  다행히 우리들은 전원 무사히 밖으로 나가는데 성공했다. 정확히는 저 위에서 딱 한 번 휴전을 하고 구출작업을 했다는 것이 관건이랄까? 친구 놈은 여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들을 깔보고 있지만, 나 상관하지 않았다.

-어이, 기사 양반. 이 약 좀 먹어볼래?
-기사 오빠, 나랑 같이 잘래?
-기사여! 짐에게 재미있는 말을 해보거라!

  뭔지 모르지만, 참 그 시간동안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출 다음으로 우리들은 다시금 만나지 못했다. 황녀는 그대로 황족 산하의 신하들과 같이 고개 한 번만 돌아보고 그대로 가버렸고, 은발 여성 역시 두 명의 여인과 같이 그대로 자신들의 구역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말을 제대로 나누고 제 갈 길을 간 것은 금발 머리를 한 인형에 든 사념 씨.

[기사여! 나중에 다시 만나면 내 긴히 널 총사령관으로 임명해주마! 후하하하하!!]

  친구 녀석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며 그 사념을 내쫒았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의 난 여전히 지구라는 행성을 바라보고 있다. 저렇게 푸르게 빛나는 행성......... 그렇기에 우리의 또 다른 고향. 꼭, 한 번이라도.........

“이봐! 그 소식 들었어!!”

  물을 발칵 열어제치며 친구가 달려온다. 대체 무슨 소란이기에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달에 새로운 세력이 나타났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자는!!”

  난 그의 뒷말을 듣고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놓치고 말았다. 맙소사......... 그 사념이 달의 일부를 자기 차원으로 만들어냈다고? 대체 이게 무슨.......... 아,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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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에 놓인 거대한 궁전. 하지만 그것은 달의 뒤편으로 공간으로 차단되어 있어 설령 뒤를 본들 아무 것도 없는 크레이터만 듬성듬성하게 자리 잡을 뿐이다. 하지만 이 궁전도 사실은 그냥 줏대만 큰 형태다. 궁전 주변으로 산소는 있지만, 생활환경은 되지 않는다. 역대 황제가 거처하는 곳이지만, 실제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지하 내부 공동. 어찌 보면 황족들이 자신들의 위광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는 바다.

“호오, 다시 만났군.”

[그렇군! 짐을 이런 곳까지 초대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인가! 그것도 좋지! 후하하하!!]

  바로 이곳.
  지하 내부와 궁전 상층부로 가는 사이에 마련된 작은 회담실. 그 곳에서 사이좋게 갇혔던 이들이 전부 한 자리에 대면하고 있었다. 약간 젊은 티가 나는 기사하나, 그리고 은발 머리의 여자, 계승자의 전투복을 입은 황녀, 거기에 인형을 매개체로 한 어두운 사념.

“보아하니 황녀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모양인가 보네.”
“잘 맞혔어, 기사 오빠. 바로 이거거든.”

  거기에는 자신의 두 눈을 기사에게 보여주는 황녀가 있었다. 한쪽 눈에는 하얀색 문양이, 다른 한쪽 눈에는 검은색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나 말이야. 사실은 내 문양이 뒤늦게 나타나는 자였나 봐. 그래서 이렇게 기분 좋아졌단 말씀.”
“그런 거군요. 잘 되었군요. 아무튼, 제가 여기로 온 것이나 다른 분들이 여기에 온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죠?”

  기사의 물음에 다른 셋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사념체가 더 크고 강하게 자신의 힘을 모으고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어느새 달은 총 4개의 세력이 분단된 형태를 맞이했다. 그나마 동맹을 취하고 있는 것은 기사단과 황족. 그러나 아직까지 사이가 나쁜 월인들이나 이번에 나타난 사념체로 인해서 달 자체의 통치나 동맹 여부가 불확실하게 되었다.
  그런 도중에 이번 문제를 그나마 사이좋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되었다. 사념체는 원래부터 혼자였지만, 최소한 그것과 접점이 있던 자를 이른바 사신으로 내세운 것이 발단. 그렇게 황녀와 기사, 그리고 은발 여자와 사념체는 이렇게 국교 문제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싸움을 강요하게 되었다.

“뭐, 금방 끝내죠. 그냥 서로 충돌하지 않고 맡은 구역에서 조용하게 지내기. 간단하지 않습니까?”

  기사의 말은 빨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불필요한 일에는 신경도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 이런 걸 할 바에 그냥 지구 구경이나 종사들 훈련시키는 것이 더 좋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이야기가 쉽게 끝난다. 또, 그들 역시 그의 의견에 찬성을 할 지는 미지수.

“글쎄요? 그쪽은 모르지만, 우리 월인에게 있어서 영역이란 문제는 참 안 좋은 방향이니까 말이죠. 저희들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사단은 무력을 현재의 3/4으로 줄인다.
-2. 기사단 중 종사 일부를 우리 월인군에 편입시킨다.
-3. 기사단은 이곳 달의 영토 일부를 우리 월인에게 넘겨준다.

“이 정도라고 할까요?”
“택도 없는 말이군. 이곳은 기사단과 우리 그레이트 루나리암의 정식 영토! 그런 곳을 무단으로 침입한 자들이 할 말인가!”
[그렇다! 짐 역시 침입자이긴 하지만! 나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 공간에 대한 불간섭만 인정한다면 나 역시 너희들에게 신경 쓰지 않겠다!]

  3 대 1.
  하나는 무력이라도 쓸 기세로 땅을 노리고 세력을 악화시키려는 월인들. 나머지 셋은 평상시처럼 유지하려고 애쓰는 자들. 그 중에서 사념체는 오히려 불간섭의 입장만 있으면 기사단과 황족에게 가세하려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사념체인 당신은 우리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자라는 존재. 그러한 존재가 과연 달에 깊숙이 남아있다면 오히려 당신 역시 적이 아닐까요?”

[이 놈!!]

  은발 여성의 재치 있는 한 마디에 세력은 다시 크게 3개로 분열하였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확실히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리고 나 역시 기사단에게 권할 것도 있고.”
“무엇을?”
“간단하지.”

  평상시와 다르게 회담에서는 황족처럼 말을 쓰는 황녀. 그녀는 곧장 기사를 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기사단의 남자를 우리 시민으로 보낼 것. 참고로, 냉동 수면 중인 일반 시민이라도 상관없다. 수는 상관없으니, 한 명이라도 우리 그레이트 루나리암의 시민으로 보낸다면 기사단하고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겠다. 이것이 우리 그레이트 루나리암이 내세운 조건이자, 내가 받은 명이다!”

  결국 총 4개의 의견이 나눠졌다.
-  평상시처럼 그냥 휴전하고 동맹을 맺으며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을 택한 기사단.
-  자신이 만든 거대한 공간만 간섭하지 않으면 된다는 사념체.
-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이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월인들.
-  그리고 남자들 일부를 건네받으면 조건을 인정한다는 그레이트 루나리암.

  결국, 4개의 의견은 서로 맞대응하면서 시간은 어이없이 흘러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간의 의견을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 자리에 자신과 연관된 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잠시 쉬도록 할까?”
“음........ 그러도록 하죠.”

  여기 있는 누구 한 사람이도 인연이 없다면 그대로 실력 행사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들 넷의 성격상, 기사인 그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에게 있어서 그저 이런 일은 하고 싶지도 않은 것. 분명히 기피하고도 남았을 터. 기사단장의 명이 없었다면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쳇, 정말 딱딱하기는.”

[흥!!]

  루나루버스 황녀와 사념체는 서로 노려보면서 그대로 돌아버린다. 필경 서로 눈 마주치는 것도 싫어서 그런 것이다. 기사와 은발 여인은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꽉 막힌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니 밖에서 풀어볼 심상인 듯하다.

“음료수, 마시지 않겠어?”
“감사.”

  은발 여자가 건네준 음료수를 따서 마시는 기사. 아무래도 회의하면서 더운 모양인지 갈증이 심히 난 지라 감사히 따라 마셨다. 느긋하면서 단숨에 갈증을 해소하는 기사의 모습에서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안에 독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 안 해 봤어, 기사 양반?”
“뭐, 믿고 있으니까요.”
“믿고 있다고? 무슨 소리지?”

  의아한 표정으로 바뀐 여자를 보며 기사는 음료수를 창가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는 그레이트 루나리암의 궁전. 이런 곳에서 독살 소동을 일으키며 오히려 회의에서 실력 행사라고 여겨서 단번에 집중공격 받을 테니까 말이죠.”
“호오?”
“거기에 여기 있는 병사나 실력자들하고 꼼수를 써도 힘들 테니까요.”

  하지만 여자는 거기서 표정을 바꾸며 야릇한 미소로 그에게 말했다.

“그럴까, 과연? 오히려 내가 여기 녀석들을 이길 수도 있는데?”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참고로 저희나 그레이트 루나리암은 우습게보시면 안 됩니다. 월인들이........ 일단 기분이 상했다면 먼저 사과를 드리고, 아무튼 월인들이 저희 기사단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런 자만심이 먼저 나오니까 말입니다.”
“자만?”
“네에, 그 자만이 월인들을 속박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말을 많이 했는지 다시 음료수를 살짝 한 모금 마셨다. 여자는 기사의 말에 상당한 호기를 가졌다. 어찌 보면 적인 존재에게 이렇게 허물없이 대할 수 있다니. 그런 마음에 어느 정도 벽을 쌓는 은발의 여인.

“자만이란 것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의 결과를 나몰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자만은 곧 방심이 되고, 방심은 그대로 패배로 연결된다. 저희 기사단도 그렇게 해서 본성과 성단을 잃었으니까요. 그레이트 루나리암 역시.”
“..........”

  기사는 생각했다.
  먼 우주, 아득한 저편에 멸망해버린 자신의 고향을. 그 고향에 있을 때는 고작 14살의 종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루나리암의 본성 역시 지금과 달리 예전의 자신들처럼 자만하였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여러 성단을 자신들의 휘하에 무릎을 앉혔다. 수천수만의 외계인과 괴수들마저 자신들의 식민지 노예로 취급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고향과 루나리암 역시 서로를 비방하며 자만하고 경쟁했다. 그렇게......... 그들은 수만의 우주를 지배했고, 나아가서 차원마저 지배할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래, 시간의 비술. 과거, 루나리암의 황족과 기사단의 고향 성계에 내려온 창조신이자 시간을 지배하는 용(龍)인 『바실리우스』. 그 바실리우스의 비법을 두 국가를 자각적으로 스스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시간의 비술을 응용해서 다른 차원을 넘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오판, 동시에 멸망이 될 계기가 되었다. 녹색 섬광과 함께 멈춰진 시간. 하지만 그 시간 안을 특이한 방법으로 막아내는 세력이 등장하였다.
  그들의 이름은 『제 발마리에 제국』『조보크』.
  서로 적대하는 두 세력은 다른 성계의 침입에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제 발마리에의 건 에덴과 그 밑에 있는 여러 식민 성단과 트로니움을 연료로 하는 기체들. 그들의 압도적인 힘은 금방 자신의 성단을 차례대로 먹어치웠다. 조보크 역시 휘하의 세력을 결집해서 무한에 가까운 병력으로 자신들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끝은 제 발마리에 제국이 마지막을 지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 멸망한 그들은 생각했다.
  너무 자만하였다.
  너무 자만하고, 그 자만심 때문에 우리들의 모국과 모성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신중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침략을 하더라도 신중히 자료를 모으고 지배하자. 그것이 기사단과 루나리암 황족들에게 새겨진 기억.

“생각해보면 『가우 라 퓨리아』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다 싶었죠. 거기에 이민단들도 말이죠. 그 다음부터는 저기 보이는 저 지구라는 혹성에 가려고 했습니다만..........”
“이미 벌써 자리를 잡은 존재가 있었단 말이군.”
“그렇죠.”

  푸른 행성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분명히 저 별에 있는 자들에게 내쫓겨졌는데도 왜 그런 미소를 짓는 것일까? 그걸 생각하는 은발의 여인에게 곧장 기사의 말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전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왜냐면 후대가 남아있으니까 말이죠.”
“?”
“선대의 실패를 후대가 잘 알아내서 다시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자만하지 말고 신중히 보고 행동하는 거죠. 그냥 그대로 일을 밀어붙이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되니까요.”
“그런가..........”

  순간 은발 여인의 마음은 착잡했다. 기사 역시 그걸 알고는 있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다. 기사도를 중요시 여기는 그에게 그것은 상관하지 않아도 될 문제다. 설령, 이유를 묻더라도 여인이 금방 가르쳐 줄지도 의문이다. 그런 대화 속에서 여인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타코고로 에이린.
“네에?”

  왜 갑자기 여인은 자기 풀네임을 말하는 것인가? 기사는 그런 의문과 함께 에이린의 말을 계속 귀담아들었다.

“만약, 누군가를 보필하거나, 연인이 되어 생을 같이 산다면. 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주는 것이 좋을까?”
“글쎄요......... 뭐, 저 같으면 같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어째서?”
“당연하죠.”

  그의 의기양양한 말에 에이린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곧 들려오는 그의 친절한 대답은..........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상대를, 고향 같은 상대를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
“설령, 떠나게 되더라도 약속을 하세요.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물론 그런 맹세보다는 오히려 같이 있는 편이 좋아요.”

  그의 그 솔직한 면모와 말에 에이린은 할 말을 잊었다. 뭐라고 반박하려 하지만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기사가 한 말에 무언가 공감한 것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 너무 어려워서 말을 잊었다.

[뭣들 하는 건가! 이제 2차전이다! 여기서 끝을 내야지!]

  사념체의 말에 기사는 얼른 회의 장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몸을 돌리지 않는 에이린을 살짝 훔쳐보았다. 저 창 밖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슬픔이 묻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군.”
“그러게 말이야.”

  회의는 순조롭게 마쳤다. 어느 정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 끝에 이뤄진 결과였다. 월인들의 의견은 거의 들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영토 확장만은 신경써주었다. 나머지 내용은 에이린이 직접 상층부를 설득해주면 되니까, 어느 정도 시간은 남아있다는 것이 사실. 거기에 사념체의 경우는 어차피 이 별 위에 있는 종족들의 원한과 원념 같은 것을 마시기에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저쪽에서 크게 한턱냈는지 다른 공간에서 주둔하기로 하였다. 대신, 다른 종족들은 그곳에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되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뭐가?”

  투구를 벗고 쉬고 있는 황녀.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기사. 에이린과 사념체는 이곳에 있을 예정도 더는 없기에 금방 가버렸지만, 기사와 황녀는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둘의 선조는 같은 별에 있었던 민족이었으니까. 둘이 한 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시 머무르는 것도 위에서도 인정해주니까.

“조건을 달리 말한 거 말입니다, 황녀님.”
“루나라고 불러줘.”
“알겠습니다. 루나 양.”
“그렇다고 금방 낮춰 부르다니.......... 휴우, 뭐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루나루버스는 자신의 붉은 머리칼을 빗으며 기사 곁으로 사뿐히 다가갔다. 물론 루나루버스의 성적편향을 잘 아는 기사는 약간 소름이 돋았지만 말이다.

“딱딱한 기사보다야, 지구에 있는 남자들이 더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남자는 생물은 뭐든지 금방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까? 나중에 우리 기사단이 지구를 점령할 때, 반은 루나리암 몫으로 하는 것은 별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그 반의 남자들만이라도 우리 루나리암의 결혼 문제를 해결할 정도야.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우리하고 너희들의 차이 말이야.”

  기사 역시 그건 수긍하고 있었다.
  기사단과 루나리암은 선조 때부터 대립했던 사이다. 그렇다고 서로 증오할 정도는 아니고, 성별에 따른 인식이 극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가치관적 사고다. 기사단의 경우는 남비와 여비가 1:1에 가까워 양측의 성이 거의 평등했다. 실제로 보면 기사단 내부에도 여자 종사는 있으니까. 하지만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신관이나 일반 서무 관련등. 민간인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반면, 루나리암은 여자 성비가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남자 자체가 너무 드물고 희귀 현상이 일어난다. 덕분에 여성우월이 강하고, 과격한 남성은 대부분 사전에 스스로 멸할 정도다. 그 결과로 인해 출산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도 사실. 소수 민족들을 대우하고 종족으로 규합해도 마찬가지라는 결과. 거기에 루나리암의 황족조차 그런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

“선조들은 출산 문제를 신경 쓰지 않지만, 난 달라. 이렇게 가다가는 루나리암은 자연적으로 멸망하게 되니까. 과거의 자만심 일부가 남아서 이 모양이니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지.”
“그래도 상관없지만.........”
“거기다 남자 문제는 내가 해결할 방안이 떠올라서 말이야.”
“뭔데?”

  기사의 말에 여자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가 자치한 구역의 문화재를 전부 소실시키기.”
“뭐, 뭐냐! 그 미친 짓은!”
“어머나, 여자한테 그런 소릴 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 아닌가, 기사 오빠~”
“이건 남자고 여자고 떠나서 할 문제니까.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지만 그 소리에도 루나루버스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훗, 물론 문화 전부를 소실시키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잘 생각해봐. 너희 기사단이 여기에 와서 저 혹성. 지구라는 별에 가서 우리 문화를 지식적으로 넘겨주었잖아?”
“그래, 그건 인정하지.”
“즉,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문화이기에 가능한 것이야. 저 곳에 우리들의 고유문화가 싹을 튀었기에 우리 역시 그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치지.”
“전혀 맥락이 안 되는 이치다.”
“그래서 위정자가 아니겠어.”

  두 눈에 뜬 두 개의 문양.
  검은색과 흰색의 문양을 가진 두 눈이 바깥의 지구를 바라보며 말한다.

“적어도 난 우리 국가의 위신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후계자니까.”
“..........”
“전에 기사 오빠가 말해준 말 기억해? 아무도가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가면 아무도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게 그렇게 될 줄은 몰랐을 뿐이야.”

  설마 이 정도로 인격적이나 성격이 화끈하게 바뀔 줄은 기사조차 몰랐다. 적어도 그냥 일반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라고 겸사겸사 말해준 것인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이제 내 갈 길을 정했어. 적어도 우리나라를 되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마음이 상하지만 그녀의 대답에 기사는 반박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이제 스스로 갈 길을 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한 사람의 어른이 되었다는 것도 만족했다. 그래,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렇게 기사가 몸을 일으켜 돌아가려는 순간.

-덥석!

“응?!”
“아참, 그리고 말이야..........”

-훌러덩~

“허걱!!”
“오빠, 우리 화끈한 밤을 보내지 않을까~”
“무조건 거절하도록 하지.”

  어느새 동침하려고 갑옷을 하나둘 벗기 시작한 루나루버스의 말에 무조건 반대를 표하며 손을 뿌리친 기사. 그리고 방을 나와 황급히 빨리 걷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성이 났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기사의 도리가 있었다. 그의 뒤로 그녀가 야릇한 목소리로 부르지만 살짝 무시하도록 했다. 괜히 여기에 남아있다가는 그녀에게 생애 전부가 붙잡혀버릴 지도 모르는 위험을 느꼈기에 말이다.


  아, 네에.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네에? 설마 끝낸다고요? 하하하, 아닙니다. 이것은 그의 시선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들과 저의 눈으로 본 시선으로 이야기를 할 차례니까요. 이런이런, 전 돌보다 돈이 좋은데 말입니다. 자아, 그러면 다음 막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Let's go!!

ps.
<no image>
? ?? ?
본편의 주인공, 달의 기사단에서 기사에 속함. 참가로 풀네임은 다음 편에서.

루나루버스 황녀.(사진이 어린 모습 밖에서 없어서 일부러 애니판에서 수정)
G 루나니암의 황녀. 당당하고 호쾌하며 개방적인 성격이며, 자신의 나라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훗날에 회춘하지만, 아직은 보류.
현재 주인공인 ? ?? ?을 좋아하고 있음.

야코고로 에이린.
현재 월인들 중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여인.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개인적인 용무고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사념체

기사단이 속한 집단, G 루나리암, 월인들의 마이너스 에너지들이 모아서 생겨난 사념체. 일단 모습은 임시로 이걸로 정하지만, 그 실체는........


일단 여기까지 입니다.

예전에 본편 이전의 내용을 기획한 게 있었는데, 벌써 3년이 지나고 만 내용이었죠. 그래서 취향에 맞게 다시 수정해서 내놓았습니다.

아참, 애네들이 말하던 금발 마왕은........


붉은 달의 브륜스터드.

마왕, 폭군, 사악한 달의 왕이라고 불리는 존재. 이거면 충분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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