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ver] Aventuro Sagao =1화=(3)

자작 글/팬픽 2012. 1. 23. 22:57
  서재스 재단.
  그들의 목적은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 ‘프레셔스’를 발굴,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그 사명을 잊지 않은 채 사설 집단인 ‘보우켄쟈’를 만들어 프레셔스를 모으고 있었다. 1년 전에 일어난 레전드 대전으로 인해 위대한 힘과 몇몇 시설과 대량의 프레셔스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그들이었다. 프레셔스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취지의 생각은 변함없기에 보우켄쟈는 오늘도 달리고 있었다.

“이 산은 이렇게도 험하냐?”

  물론 한 사람만. 지금 소개할 사람은 타카오카 에이지. 보우켄쟈 중에 보우켄 실버다. 위대한 힘을 잃었어도 계속해서 아슈의 감시자로 일하는 그가 왜 일본이 아닌 오브의 산에 온 것인가? 그는 언제나 들고 있는 서치 스나이프를 통해 뭔가를 찾고 있었다. 물론 찾는 도중, 이곳에 온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오브에 프레셔스가 있다고요?
-그렇다네.

  Mr.보이스가 설명해준 말에 따르면 오브 3구역 도심지와 히나미자와 촌 사이에 있는 명월산이라는 곳에 대량의 프레셔스가 있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 일본에 들어온 토오사카의 보석을 알고 있나?
-들어본 적이야 많지. 보석의 마술사인 토오사카 나가토가 남긴 유물이지. 굉장한 위력의 마력이 저장된 보석. 안 그래?
-대단하군, 실버. 그래 그 말대로다. 문제는 그 보석이 이곳 일본으로 유출되었다는 것이네. 다행히 오브에 사는 제보자와 신 후유키 시에 있는 토오사카 가의 영애가 그걸 말하지 않았더라면 악용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보이스는 화면 오른쪽에 한 명의 남자를 보여주었다. 잘생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생기지 않은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강찬. 스스로를 오브의 괴남, 또는 빨간 지네라고 칭하는 얼빵한 학생이지. 문제는 그는 이때까지 많은 프레셔스를 발굴, 유출시킨 혐의가 그대로 있다네.
-학생치고는 꽤 대단하군.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은 저 꼬마가 가진 프레셔스를 무사히 가져오는 것인가?
-물론이지. 그렇지만 블랙. 이번 일은 실버에게만 맡기기로 하겠네.
-네에?!! 무슨 일이죠? 번쩍이가 가야 할 일이라도 생겼나요?

  사실 에이지도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에 나온 보이스의 말에 그것이 뭔지를 이해하였다.

-제보자가 극히 에이지를 보내달라고 하더군.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름이........

카가노. 여기에는 없어.”

  서치 스나이프의 탐색 모드를 끄며 그는 오른편에서 뭔가를 조사하던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가볍게 점프하여 에이지 옆으로 왔다.

“그래.”

  다소 사늘한 말투로 말하는 여자 아이. 에이지는 그녀를 보고는 내심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자신을 불러달라고 청한 사람이 그녀였다니 말이다.

“하긴 이런 산에서 뭔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렇지?”
“아.”
“그것보다 이거 먹을래? 오면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잖아?”

  그의 손에 파프리카 하나가 들려있음에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천천히 올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에이지도 그런 그녀의 태도에 속이 썩을 정도였다. 왜 하필이면 저런 녀석하고 인연이 있을 줄이야.

“찾았어.”

  그녀의 눈동자가 뭔가를 직시하고 있었다. 에이지 역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저 녀석이야?”
“응, 확실히. 저렇게 괴짜 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그와 소녀 둘이 가고 있었다. 비록 그 위치는 아주 달랐다. 그와 그녀가 있는 위치는 낙엽이 쌓인 나무들이지만,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무려 40m 위에 있는 암반과 암반으로 연결된 불규칙한 거친 길이었으니까. 떨어지면 그대로 황천행으로 갈 수도 있는 그곳을 강찬은 신경을 쓰며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고, 내가 가는 곳은 언제나 이런 곳이냐~”
“어이, 아저씨! 그래도 아저씨는 능숙하잖아! 유마나 난 이런 곳은 힘들다고!”

  조금은 회한에 찬 목소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아무튼 그는 몸을 최대한 붙여서 가고 있기에 뭔가에 대해 신경 쓰는 틈이 없었다. 아무튼 에이지와 그녀는 그런 모습의 그들을 보면서 약간 허무한 감을 느꼈다.

“저런 녀석이었냐?”
“응. 조금 얼빵해. 그리고 고집도 있어.”

  에이지도 속으로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 보물을 무단으로 유출한다고 하기에 엄청 실력 있는 녀석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작 능력이 평균치의 인간에 속한 녀석이었다. 저런 녀석에게 서재스가 나몰라 했다니. 순간 자신이 속한 보우켄쟈에서 탈퇴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녀석이 가는 곳을 대충 짐작했다.

“저 부근에 동굴이 있지 않았나?”
“맞아. 다만........”
“다만?”
“뭔가 있다는 것이......... 나도 모르는 것이............”

  아무튼 그렇게 그녀와 그도 강찬의 뒤를 미행하기 위해 암반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주 이상한 추격전이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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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다왔다.”
“무, 무서웠어, 쿄코.”
“아, 나도.”

  결국 온갖 고생을 다해 암반 깊숙이 난 동굴 입구에 도달한 강찬 일행. 일단 입구 주변을 보기 시작했다. 사진에 나와 있는 그대로의 모양이었다.

“정말 특이하네.”

  동굴 입구가 이렇게 만들어 질 리가 없었다. 보통 입구라면 폐곡선이 이리저리 나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동굴은 그렇지가 않았다. 너무 매끄럽다. 곡선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그 모양이나 문양도 그런 식의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뭔가 이상하다.

“이 문양........ 이것은?”

  강찬은 입구에 난 문먕을 보며 천천히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허나, 맞는다면 그것은 아마 우연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의 손은 어느새 조끼 상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측 상단에 있는 지퍼를 열자 그곳에는 어느 정도 낡은 메모장이 나온다. 메모장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곧장 그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설마?”

  있었다.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있었다는 것으로 결정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도 없겠지.”
“하긴, 이미 간은 다 봤으니까.”

  일반인으로 생각이라면, 고집이 센 성격이라면 그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천천히 자신이 해야 할 갈림길을 선택하였다. 비록 그것이 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러면 내가 꼭 에로게 주인공 같은데.’

  우연의 일치로 뭔가를 만나다. 그런 종류라고 생각하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갔어.”
“좋아, 우리도 들어가자.”

  물론 뒤따라오는 두 명도 마찬가지였다. 강찬의 뒤를 쫒아 그대로 동굴로 들어서는 두 명. 이윽고 동굴의 검은 어둠이 사람들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셋을 이어 점차 동굴 입구에 이상한 그림자를 만드는 존재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래, 요란하게 춤을 추는 수많은 무리의 그림자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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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찬은 그렇다고 수긍했다.
  동굴의 안 역시 너무 괴이하였다.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것이 없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이라도 최소한의 암반층이든지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동굴은 틀렸다. 이것은 동굴이라고 말해서는 아니 된다. 이곳은 동굴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신전 같은 분위기다.

“어둡지는 않아 다행이군.”
“결계 칠까?”
“그럴 필요는 없어.”

  입구 부근은 어둠이다. 문제는 안쪽. 안에는 인위적으로 만든 대형 기둥들이 푸르스름한 빛을 뿜고 있었다. 거기다 기둥 몇 개 사이로는 일종의 강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배수로를 통해 움직이는 그런 강이 말이다. 물색도 야광이었다.

“조금은 섬뜩하다.”

  그렇게 그는 바닥과 옆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길을 찾아나간다. 어찌된 지 바닥에는 여러 문구가 적혀있었다. 덕분에 그것을 이용하여 길을 찾아나갈 수가 있었다.

“이거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만약에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그것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아무튼 그렇게 문구를 읽어나가면 길을 이리저리 튼다. 문구가 이어가는 방향대로 가니 그리 했다.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은 재미도 있었다. 이 문구는 하나의 시이자, 거대한 문장이었다. 그 자체가 뜻은 없어도 뭔가를 읽은 재미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가 끝인가?”
“그러게?”
“쿄코, 왠지 무서워.”

  문구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마지막 글귀는 자신을 알라는 글귀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끝에 도착한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수정구슬이 있었다.

“우와아.........”

  황홀할 정도의 거대한 구슬이다. 일단 손을 대고 싶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 야광의 기운이 눈에 서늘하게 비친다. 그 기묘한 모습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는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가지고 싶으니까.

“이 정도면 돈도 엄청나게 주겠지. 키킥........”
“암. 이거라면 빼빼로도 평생 먹을 수 있겠다. 거기다 집도!”
“집이라면 괜찮잖아. 페르손 언니네 집이 있으니까.”
“거기까지다, 네거티브!!”

  고개를 황급히 돌린다. 거기에는 왠 남자 하나가 서 있다. 분명 이 상태일 때를 가정해보면 마치 자신들이 악당이 된 것 같았다. 강찬은 남자를 보며 소리쳤다.

“넌 또 뭐냐!”
“오브의 괴남, 강찬! 그곳에 있는 프레셔스를 놔두시지!”
“오브의 괴남이라고!!”

  강찬의 표정이 바뀐다. 에이지는 일단 천천히 경계하였다. 보통 저런 녀석이 자신의 별명이라고 하지만, 반강제적인 표현에 상대가 급박하게 변할 가능성도 있었다. 강찬은 심히 떨리는 몸으로 에이지를 노려봤다.

“크크........”

‘설마, 역린을 건드렸나?’

“그렇다!! 이 몸은 오브의 괴남, 강찬!! 대단하구나, 악의 조직원이여!!”

  순간 에이지는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상대의 황당함이 너무 어이가 없던 것이니까. 심지어 옆에 있던 두 소녀조차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에이지는 강찬 일행을 향해 서치 스나이프를 겨냥했다.

“난 악의 조직원 따위가 아니야! 이 몸은 빛나는 모험가! 보우켄........”

-타앙!!

  순간 뭔가가 에이지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강찬은 총을 든 채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

“쳇, 빗나갔군.”
“너어어어!! 말할 때 쏘는 녀석이 어디 있냐아아아아!!”
“여기 있다.”
“뭐어?!!!”

 또 다시 총이 쏘아진다. 에이지는 황급히 피하면서 얼른 서치 스나이프를 상대와 똑같이 총 모양으로 바꾸었다. 상대가 든 총은 약간 작은 모양. 탄수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투다다다다다다!!!!

  문제는 총 한 정을 더 들고 무차별로 난사하기 시작한 강찬. 에이지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상대가 총 쏘는 것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저 정도의 총이라면 탄알이 금방 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허나, 그가 잘못 생각한 것이 문제라면 큰 문제. 강찬은 그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무차별로 갈기면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페르손이 말해주었다는 그 설명을 잘 들었기에 가능한 것. 방아쇠만 걸치고 있으면 마력탄은 무진장 나온다. 다만, 그 한도가 10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다. 상대가 재빠른 녀석도 아니다. 총 모양도 보니 단발형과 집중형으로 되어 있는 형식이다. 그런 식으로 쏘는 것과 무차별로 쏘는 것. 어느 쪽이 더 강하겠는가?

‘멍청이. 그런 총은 이런 곳에서는 별로 좋지 않다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강찬. 에이지는 지금 나올 수가 없었다. 상대가 총 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 총에 맞다가는 그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Micro UZI라는 소형 기관단총, 한 손으로 잡고 쏠 수 있는 이 총을 페르손이 개조한 것은 내장 마력을 이용해 반동이란 것이 없었다. 거기다 쏘는 탄도 무려 분당 1250발, 다시 말하며 1초당 20발이 무차별 나온다는 소리다. 그 위력도 엄청나게 대단하고 말이다.

“응?”

 소리가 멈췄다. 그렇다면 상대가 탄창을 바꾸는 것인가? 확실히 그 총에는 탄창으로 보이는 것이 있으니까.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머리 위로 하나의 은빛이 보였다.

“조금만 움직이면 쏜다.”

  빌어먹을. 그것 밖에 신경 쓰지 않았다. 강찬은 한 정을 에이지의 머리를 향하고 다른 한 정을 그와 반대 방향으로 잡았다.

“거기 한 명도 꼼짝 마. 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어이, 아저씨! 진짜로 죽일 작정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 쿄코? 아무튼 거기 숨은 쥐새끼도 얼른 나와. 순순히 나오지 않으면.........”

  검지가 방아쇠를 천천히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강찬은 눈치 채고 있었다. 싸우면서 느낀 것이지만 한 명의 발자국 소리가 더 있었다. 예전에 만났던 K1이 이상한 발자국 소리가 있다는 뜬금없는 말도 들었지만, 지금 싸우면서 나왔던 그 소리는 정확했다. 이 남자 말고 한 녀석이 더 있다.
  동료라고 생각하면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흥정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결국 총이 겨눈 기둥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였냐, 카가노?”
“.........”
“아는 사람이야, 아저씨?”
“내 친구야. 최근 사랑 고민을 해주고 있지. 어이, 카가노.”

  강찬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말만 덧붙였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친구인 네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널 막으려고.”
“간단해서 좋군. 그렇다면 나도 말하지, 절대 안 돼.”

  순간 차가운 공기가 둘 사이로 지나간다. 강찬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그녀나 다른 소녀들 역시 숨죽이고 있었다. 지금 움직이면 끝일수도 있다. 그런 태세에 강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지금 언제든 승기가 있어.”
“알아.”
“그렇다면 저 앞에 저 놈들 좀 부탁할까? 저 남자도 마찬가지.”
“무슨 소리지?”

  에이지의 말에 강찬은 곁눈질로 앞을 바라본다. 에이지나 그녀도 그가 곁눈질 한 곳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그들이 있었다. 아니, 그들이란 표현보다는 ‘그것들’이라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저, 저것들은?”
“아는 거야?”

  그녀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말하는 것은 차라리 나중에 최악의 일이다. 에이지 역시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어찌 아슈의 감시자로 일하면서 저런 녀석들을 만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는가? 카가노는 강찬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뭐지?”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날 놔줄래?”
“놔주면 저기 오는 녀석들과 싸우라고?”
“맞아.”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언제나 똑같았다. 그녀는 혀를 차면서 강찬에게로 다가갔다. 어차피 할 선택은 이것 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강찬도 두 정의 총을 치웠다. 에이지도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나중에 잡아주마.”
“그러세요. 은갈치 아저씨.”

  강찬은 그렇게 말하며 두 명을 내버려두고 쿄코와 유마와 같이 곧장 수정구슬로 다가갔다. 그와 함께 에이지와 카가노는 곧장 그림자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순식간에 달려 나간다. 이제 방해꾼은 없어진 것이었다.

“정말 좋은 걸.”
“수완이 좋은 걸, 아저씨.”
“그 사람들 괜찮을까요?”
“그건 걱정 마. 보통 레벨은 아니라고 감이 말하거든. 키키.”

  야광으로 빛나는 수정 구슬. 그 구슬 안에 든 그 감미로운 빛이 유혹한다. 이 정도 크기라면 돈은 얼마 못 받아도 좋을 테다. 그 가치만으로도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생각해도 강찬은 혀를 찼다.

“그래도 들고 갈 수는 없잖아.”

  그게 정답. 여기가 얼마나 험한데. 이 구슬을 들고 가려면 직경도 문제지만 가는 길도 문제다. 밖이 암반층인 것을 두고 보면 굴리다가 그냥 떨어지면 그대로 깨질 뿐이다. 즉, 빚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것이 그림 속에 들어있다는 떡이란 말인가.

“뭐, 일단은 여기에 놔두고 우리도 도망이나 쳐볼까.”
“그러자고. 위험한 건 질색이니까.”

 소란스러운 소리가 이리저리 동굴에 메아리친다. 강찬은 구슬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곧장 나가려고 하였다. 자, 이제 손을 떼고........ 손이........ 손이......... 그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이런........”
“아저씨!”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왼손이 구슬에 딱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선은 도망쳐야 하는데....... 무사히 나가야 하는데....... 손이 떨어지지 않으니......... 이마에 사거리 표 혈관이 부릅 나타나진다.

“에잇!! 떨어지란 말이다!!”
“이 괴물 놈!”
“아저씨에게 떨어져!”

  스스로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도 모른 채 억지로라도 왼손을 때기 위해 마구 발버둥 치기 시작하였다. 그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의 손이 달라붙은 뒤로 구슬의 빛이 점점 바뀌고 있었다. 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마구 손을 끌어 당겼다. 거기다 말리려던 쿄코와 유마마저 삼키기 시작한다.

“젠장, 얼른 떨어지란........ 엥?”

그제야 그것을 본 모양이다. 구슬의 색이 야광이 아닌 점점 투명한 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그 모양새도 더 이상 구슬의 현상이 아니었다. 마치 그것은 부드러운 무언가로 천천히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뭐..........뭐냐?”

어느 순간 손을 당기자 그 액체가 들어붙은 채로 쭉 늘어났다. 그도 이런 것을 알고 있었다. 공구용 본드가 손에 붙어 찐득하게 늘어나는 것, 아주 싫어하는 반응이다. 이번 것은 그것보다 더 큰 것이다. 거기다.......

“아..........”

  빨려 들어간다.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그 걸쭉한 액체가 자신을 홀리고 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구슬은 어쩌면 공포 영화에 나오는 괴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름대로 에드랑 같이 본 영화에서 이런 괴물이 있었지. 자신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괴물은 자신으로 변하는 것이지.
특히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심리전을 펼치겠지. 그런 생각이 일어난다. 그 액체가 자신을 먹을 것이다. 지금 아름답게 홀린 이 눈뿐 아니라, 몸은 물론 가지고 있는 물건조차 다 먹어버리겠지.

‘이왕이면 갈끔하게........’

“소화........ 되고 싶.........”
“엥?”

소리가 들렸다. 분명 뭔가 들렸다. 어느새 그 액체는 바닥으로 내려갔다. 중력의 영향에 맞추어 바닥에 흐르는 그 점액은 어느새 그의 신발까지 흘러갔다. 신발 밑으로 지나가는 느낌은 꿀에 풍덩한 느낌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진흙탕이나 갯벌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안심........ 그러니........ ”

소리가 또 들렸다. 아무대도 이런 소리가 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얼른 밑에 흐르는 점액을 보았다. 어느새 그 액체는 부글거리고 있었다. 수많은 수포가 형성하면서 점차 피어오른다. 거품방울들이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끈끈한 액체가 점점 거대한 거품 기둥으로 변한다.

“아.........”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 거기다 거품들이 조금씩 몇 개씩 터지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음에....... 마음에........

-울리고 있다.
-울리고 있어.
-나에게 말하고 있어.
-그래. 이것은 말이 아니야.
-이것은.

  거품들이 다 터지고 거기에는 하나의 형상이 자리 잡는다. 롭의 소금 기둥을 알고 있는가? 그런 형상의 액체가 자기 앞에 있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이, 빛을, 소리를, 스스로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이해했다.

“아까 전의 그 문구. 그것은 노래였구나.”

  알 것 같다. 이 생물, 아니면 생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게 대답한다.

“너는 노래를 듣고 싶은 거지?”

  그 액체가 부르르 떤다. 긍정인가? 부정인가? 그리고 일부분이 기다란 촉수처럼 변해 그의 얼굴을 향해 춤을 춘다. 뭐, 춤이라고 할 수 없는 일종의 움직임이지만 강찬은 그것을 잡고 다시 말했다.

“어떻게........ 하면 돼?”

  아니, 그런 말은 아닐 것이다. 다시 생각해봤다. 왜 자신의 손을 놓지 않았을까? 혹시 자기가 싫어했기 때문에? 나 같은 녀석이 한심하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날 생각해 주어서?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이럴 때는 그저 알려주면 된다. 그는 천천히 다른 손도 그 촉수를 잡아 만졌다. 두 개의 손 사이에 끈끈한 기분이 감돌았다.

“그 노래, 들려줄래?”

  속마음을 말한다.

“듣고 싶어. 아름다울 것 같아.”

  순간 액체가 전신을 떨기 시작했다. 그래. 밑에 난 웅덩이부터 천천히 그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발의 외향이 만들어진다. 발의 현상을 감싼 그것은 천천히 하나의 틀을 형성한다. 하나의 기둥 밑이 두 개로 자연스레 떨어진다. 다리를 만들고 그 위를 다시 하나가 된다. 꼬인 나선을 만들 듯 뒤틀린 외관이 갈라나와 말단 부위가 되어 간다. 그런 과정이 일어날 때마다 강찬의 귀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소리가 천천히. 이런 대면은 너무 흥겹다. 감정적이자, 즉흥적으로 일을 하는 당사자에게 아주 좋은 기분이었다.

“멋지다.”
“그렇죠.”

  소리가 들린다. 이제 목 부분도 완성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머리. 머리는 거품들이 나면서 하나의 선을 실체화 시켰다. 머리선이 완성되고 남은 거품들은 사그라지면서 그 경계를 하나의 실 같은 그림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래 머리칼을 만드는 것이지. 그 색도 투명한 것에서 푸른색을 배경으로 한 색으로 바꾸었다. 완전히 다 된 그것은 천천히 눈꺼풀이란 부분을 만들고 갈라 위아래로 나누었다.

“아름답다.”
“과찬입니다.”

  그 달싹거리는 말투. 그리고 무지개 색으로 형형히 변해가는 눈동자. 그것이 너무 감미로웠다. 두 손 사이에 있던 액체는 하나의 손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것의 오른손, 다시 말해 이제는 여성으로 표현할 존재가 그의 눈앞에 나온 것이다. 어느새 쿄코와 유마도 빠져나온다. 정신을 못 차린 것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살아있다.

- 이것은 확실히 내 눈을 의심할 수 없는 일이지. 정말인지 그것은 어느 사이에 내 앞에 나타나 나에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저는 당신의 'Slave'입니다.”

-그것이 내가 본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만남이었다.

“Slave? 노예라고? 무슨 소리야?”

  그는 일단 이렇게 말한다. 왜 스스로 노예라고 지칭하는 것인지? 어느새 그녀는 긴 말총머리를 왼손으로 빗으며 정중히 무릎을 꿇는다.

“어, 어이! 나 아직..........”
“제 이름은 ‘디흐프 보우이엔’. 당신들의, 저의 창조자가 내는 의미로는 창성을 부르는 신. 앞으로 있을 15 번째 혼돈의 밤을 알리는 목소리. 그리고 모든 울림을 주관하는 날개.”
“어이?”
“그러나 옛 이름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과거에 지나는 시간. 저는 이제 Master에게 그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로서 일하겠습니다. 그것이 계율, 그리고 약속. Master.........”

그녀의 대답이 끝나자 강찬은 할 말을 잊고 그저 서 있었다. 침묵이 동굴 내부를 달리고 있었다. 들리는 것은 바깥에서 나오는 싸움의 소리. 강찬은 스스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경의의 표시를 치하는 그녀를 쳐다봤다.

“물어볼 것이 있어.”
“어떤 것이든. 그것이 제가 있는 임무.”
“넌 누구인지는 일단 간략하게 들었어. 그렇지만 왜 나 같은 녀석에게 노예계약 같은 것을 취해? 그것도 내가 주인이 되어서? 내가 잘못된 녀석이지도 모르잖아?”
“아니요.”

그녀가 고개를 든다. 확고한 목소리를 올리면서.

“당신은 저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저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고요. 그렇기에 전 당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른 두 분에게도 말했지만, 그걸 받아들이기 적성치가 너무 높더군요. 즉, 당신이 가장 평범한 심리를 가졌다는 겁니다.”
“설마........ 우연이겠지.”
“아뇨, 우연은 아닙니다. 다만, 저와 계약을 한 몸. 그렇기에 앞으로 저는 당신과 싸움의 날로 가는 길도 마련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조금씩 뭔가를 말해갔다.

“이 세계는 15번째의 혼돈이 찾아왔습니다. 그 날개가 깨워나기 전에 이 별에 그들도 나타났고요.”
“뭐, 우주 괴물이야? 하하, 그거라면 난 완전 선택받은 주인공 같은 거 아닌가?”
“맞습니다.”

  강찬은 침묵한 채로 표정이 싹 바뀌었다. 만약에 저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그런 괴물을 처리하는 이른바 만화책이나 소설책의 인간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거짓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아야 되는 것이고. 바로 그때........

-지지지지........지지지........
 
  귓가로 울리는 한 통의 소음이다. 뭐지. 온몸으로 그것을 느끼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래, 이것은 아주 오래 전에 본 감각이기도 하였다. 그래, 그것은.........

“공포...........”
“............”

  그녀가 대신 말해주었다. 그래, 알고 있어. 공포는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뭐지? 이 공포심이 마치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느낌이란......... 혹시......... 혹시..........

“너 혹시 뭐 봉인될 만한 사유가 있지?”
“네에.”
“그렇다면 이것은 일종의 감시자......... 그런 녀석이 왔다는 거지?”
“네에.”

  빌어먹을이다.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존재를 이런 곳에 가둔 것으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데! 왜 이런 곳에 있을까! 그것은 아주 높은 인물을 억누르기 위한 방비책일터다! 그런 것을 강찬, 그가 부수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변을 감지한 윗선들이 무언가를 보낸 것이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타날 곳은 이 감옥 입구.”
“입구라고!?”

  잠깐, 아까 그가 입구로 그 둘을 보내지 않았던가? 어느새 강찬은 그녀를 잠시 노려보았다. 마치 역겨운 표정으로 말이다. 그녀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그 감정을 직시하고 있었다. 알만하겠다는 무표정으로 일관된 채로. 하지만 그는 표정을 바꾸었다.

“미안해. 사실은 내 탓이 제일 크지.”
“따뜻하게 생각하시군요.”
“아냐,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한 거지......... 그래, 그 두 사람들 비록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도와야겠죠?”

그녀의 말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띤다. 그래, 할 수 밖에.

“어차피 할 거라면 그냥 빨리 끝내자.”
“감사합니다.”
“옛 이름은 쓰기 싫다라......... 그렇다면 너에게 아주 좋은 이름이 있어. 그래........ 그 소리가 별들을 지나가는 강 같은 것......... 은하수의 옛말이 낫겠다.”

강찬은 오른손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부탁할게, 미리내.”
“잘 부탁하겠습니다.”

그녀도 그의 손을 붙잡는다.

“강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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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에엑!!!

  한 명의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입구에 몰려있는 사람들의 무리. 그러나 그들이 이미 더 이상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래, 카가노 아이. 그녀가 가장 잘 알고 과거부터 왔던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어두운 면.

“유라기하고 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조심하기나 해.”

  카가노 아이, 정확히는 마법계에서 온 전사. 이 세상에 있는 어두운 욕망이 구현된 괴물, 유라기라는 것을 없애는 임무를 부여받은 전사다. 나이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 미모도 신경치 않는다. 그저 없앨 뿐인 자신이다. 그리고 그것이 타카오카 가하고 인연을 맺게 된 사유도 되었다.

“서치 스나이프!!”

  에이지는 곧장 서치 스나이프는 스나이프 모드로 바꾸고 방아쇠를 당겨나갔다. 은색 탄환이 유라기들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자연스럽게 유라기들은 녹색 체액을 뿜으면서 죽어나갔다. 아이 역시 자신의 둔기를 잡고는 하나둘 그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3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냐!”
“아, 그때도 지금과 똑같았지. 다만.......”

  그 말을 잇기도 전에 뒤에서 덮쳐오던 유라기 한 마리의 몸을 두 동강 내었다. 그리고 특유의 차분한 말.

“수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이 관건.”

  유라기들이 하나씩 절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입구 주변에 약 15명 정도의 인간의 모습을 지닌 그들이 있었다. 동료가 죽는 것에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올라와서 둘을 죽이려고 날뛰고 있는 괴물에 지나지 않았다.

“수가 많아도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군.”
“아아. 아무튼 끝을 내자고.”

  둘의 마음에는 빈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지금까지 경험일 뿐이었다.

-삐찌지지지지............

“!?”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유라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뭐.........뭐야...........”

  에이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경악했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유라기와 싸우면서 공포심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렇다. 지금 이 자리에 모든 생명이 느끼고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장 일어났다.

-퍼억!!

  순간 유라기 세 명이 쓰러졌다. 상반신이 뭔가에 뜯어 먹힌 것처럼 하반신만 그대로 주저앉았다. 남은 유라기들이 뒤를 돌아다 봤다. 거기에는 그것이 있었다.

-푸샤아악!!

  어느새 4명이 한꺼번에 뭔가 관통 당했다. 그래, 그것은 유라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촉수와 똑같은 것. 다만, 그것이 한없이 꼬여져 드릴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거기다 그것이 천천히 다른 유라기들을 보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키끼기기기기기..........

  하나씩 죽여 나갔다.

-샤아악!!

  잘려나간다. 팔이든 머리든, 관계치 않고 무차별로 베고, 또 베고.

-츄아아악!!

  뜯어먹는다. 머리든, 어디든 먹고 그 걸쭉한 혓바닥과 기묘한 턱 구조로 하나씩 뜯어서 먹고 있으며.

-푸아아악!!

  뚫어버린다. 한없이 꼬아서, 또 꼬은 촉수 다발이 모든 몸체를 뚫고 그 체액마저 흡수해간다. 이것이야말로 지옥도의 광경 중 하나라고 표현하지 않겠는가? 에이지와 아이 역시 그 광경을 보며 온몸이 공포로 물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유라기 중에, 아슈 중에........ 저런 생물이 존재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키끼이기기기기기........

  소음을 내는 존재. 그것은 사람이 입는 도포 같은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동체에는 눈 하나가 달려있지만, 그 눈조차 괴이하였다. 눈동자가 시계반대방향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도포의 소매 자루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여러 다발의 촉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거기다 도포의 섭 부분은 하나의 입으로 되어 있었다. 오로지 덧니와 송곳니로 된 이빨을 지닌 입은 재차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소음을 내고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

  이런 것이 공포라고 하는 것인가? 아슈하고, 퀘스터나 가쟈, 거기다 잔갸크 제국하고 싸우면서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이것은 뼛속까지 몰아붙이는 심연의 공포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존재에게 느껴지는 한없는 공포심!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 유라기하고 싸우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저 불안감이다. 자신이 패배하는 그 마지막이 불안이지 공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유라기를 모조리 먹어치운 괴물은 다르다. 이 녀석은 그 자체가 공포였다. 모든 것을 없앨 것 같은 공포다.

-키끼이이이익!!!

  오고 있다. 공포가 오고 있다.
  멈추지 않는다.
  공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둘은 외쳤다.

“으아아아악!!”
“시, 싫어어어어어!!!”
“우랴아아아앗!!!”

  엥?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입구 쪽에서 나오는 괴팍한 목소리가!

“헥토파스칼 킥!!!”

  어두운 입구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한 명의 남자! 그 남자는 곧장 날아차기를 시전하고, 괴물은 그의 발차기를 맞고 같이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약 30M 높이에 가까운 곳에 떨어지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떨어지는 그 자는 별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이렇게 말할 뿐.

“미리내!”
“네.”

  어느새 동굴 안에서 한 명의 여자가 달려 나왔다. 그 여자도 마찬가지로 둘을 지나치며 절벽 밑으로 그대로 투신하였다. 요새 나오는 신종 자살쇼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 그것이 아닌 것 같았다. 여자의 긴 말총머리가 하나의 끈이 되고 있었다.

“강찬 님.”
“응!”

  같은 속도로 내려오던 강찬은 미리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미리내의 긴 머리칼은 절벽에 난 암벽에 그대로 박혔다. 그리고 천천히 가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미리내의 신발 밑에서 나오는 충격파가 둘을 천천히 내려오게 하였다. 어느새 다시 낙엽이 우거진 숲으로 온 강찬. 다만, 틀린 것이 있다.

-키에끼이이이이익!!!

  엄청난 소음을 내며 자신을 보는 괴물 하나와,

“아자투시온. 그 중 제일 하급인 ‘겔롤펠’입니다.”

  무뚝뚝하게 말하는 미리내가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다는 것이다. 강찬은 곧장 허리춤에 찬 두 정의 총을 들었다. 기관단총인 그것은 곧장 미리내에게 넘겨주었다. 미리내는 두 손으로 받아든 그 총기를 보며 천천히, 그리고 나지막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dnfrjfk~”

  노래의 한 소절을 짤막하게 말하자, 총의 외관이 흉물스런 모습으로 바꾸어졌다. 그녀는 그걸 다시 강찬에게 넘겨준다. 고작 2초도 되지 않는 시간. 그 시간에 그 괴물이 강찬의 눈앞까지 온 상태였다. 허나 그는 무섭지가 않았다. 이런 것은 그저 그럴 뿐인 것이었다. 그녀 덕분에 말이다.

“흥!”

  양손의 검지를 자기도 모르게 잡아당긴다. 그게 그가 배운 것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괴물은 곧장.........

-키에에에엑!!!

  넝마조각이 되기 시작했다.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스라엘 제 기관단총인 Micro UZI. 페르손에게 개조당해 내장 마력을 이용해 반동이란 것이 없는 무반동의 악마. 거기다 쏘는 탄도 무려 분당 1250발, 다시 말하며 1초당 20발이 나간다는 것. 문제는 미리내 덕분에 이 총은 더욱 악랄한 무기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이 총은 1초당 20발이 아니라, 120발을 중첩적으로 연사되게 만들었다. 거기다 마력은 없다. 있다면 그것은 미리내가 붙여진 사기 설정.

“생각만하면 안에 든 총알이 1억발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무진장 좋구만!!!”

  생각만하면 탄수가 저절로 되는 설정이다. 이런 맙소사. 결국 괴물은 현대 문명과 초월 문명의 이기를 견디지 못한 채........

-끄으오오오............

  꼴까닥 하고 말았다. 그것도 남은 부위가 없는 정도로 말이다. 잔해들은 그대로 공기 중에 녹아들면서 사라져갔다. 미리내는 쌍권총을 집어넣는 강찬을 보면서 하나를 덧붙였다.

“차분하시군요, 강찬 님.”
“이래보여도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에 20발 만발인 실력이라고.”

  소음이 사라졌다. 그 지독한 소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절벽 위에서 뭔가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착지한 소리에 고개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보우켄 실버와 이상한 옷을 입은 카가노 아이가 있었다. 그는 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코스츔이냐?”
“아니......... 그것보다 물어볼 것이 있어.”
“뭔데?”

  어느새 아이가 둔기를 강찬을 향한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진장 살벌한 눈초리를 내면서 말이다.

“어떻게 저놈을 없앤.........”

  바로 그때........ 나무 하나가 강찬과 아이 사이로 쓰러졌다. 아이는 황급히 뒤로 뛰어올랐다. 에이지 역시 나무를 쓰러뜨린 존재가 있는지 경게하였다. 낙엽과 흙먼지가 일어나고 그 사이로 하나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우우웅!!

  대단하게도 한 손으로 거대한 원형 엔진톱을 든 채로 강찬을 향해 오는 하키 마스크. 미리내는 얼른 강찬의 곁으로 다가가 적의를 드러냈다.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헌데 강찬은 고개를 설레설레 거리며 곧장 그 하키 마스크 앞으로 다가갔다. 물론 미리내도 같이 말이다.

“강찬 님. 저자는 위험한.........”
“아냐, 에드~”

  하키 마스크가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톱의 시동도 껐다. 그리고 곧장 다른 손으로 하키 마스크를 벗었다. 그 안에 든 것은 보라색의 미역 같은 머리칼과 삭아 보이는 얼굴이 나온다. 그리고 곁에 쪼르르 따라온 하얀 생물체도.

“형, 무사했군요.”
“무사했네, 강찬.”
“물론이지. 에드, 큐베. 소개할게. 이쪽은 앞으로 나하고 같이 있을 미리내.”

  미리내는 강찬의 소개에 에드와 큐베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에드 역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제 강찬의 맞은편에 서 있은 두 명을 경계하였다. 에이지와 아이 역시 갑자기 나타난 저 괴한의 등장에 마찬가지인 사태.

“어이, 에드. 제네들은 말이야........”
“알고 있어요. 한 명은 형의 여자 친구, 한 명은 타카오카 에이지.”
“너 어떻게 그 이름을!”

  에이지의 고함에 에드는 엔진톱의 시동을 다시 켰다.

“타카오카 아저씨. 죄송하지만 형을 서제스 재단으로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보는 미래에는 형이.........”

-보지...........

“응?”

  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것은 꿈에서 본 목소리였다. 자기도 모르는 틈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미리내가 있었다. 그리고 곧장 끊어졌던 고리가 연결되었다.

-보지 말지어리!!!!

“허엇!!”

  그제야 알았다. 꿈에서 나타난 어두운 꿈의 그림자. 그리고 들려왔던 공포로 가득찬 소리. 심연에서 올라온 어둠........ 설마설마.......... 순간 에드는 미리내를 보며 다급히 소리쳤다.

“다, 당신은?!”

  바로 그 순간!!!

-쾅!!

  뭔가가 떨어졌다.
  하늘에서 불꽃과 같이 떨어진 그것은 곧장 서 있는 사람들 중앙으로 그대로 낙하였다. 물론 그 여파에 들어가지 않을 그들이었다. 에드는 곧장 강찬에게 달려갔고, 미리내는 강찬과 에드를 머리칼로 붙잡고 뛰어올라 충격파가 급히 미치지 않는 곳까지 단숨에 점프하였다. 물론 에이지와 아이도 마찬가지. 둘도 보통 실력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무해지역까지 대피했다. 강찬은 무사히 먼지를 털어내면서 에드에게 말했다.

“에드, 너 볼 수 있지 않았어?”
“..........”
“에드?”
“내 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에드?”

  에드 역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 그리고 미리내와 마주치면서 나온 그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시작한다.

-내 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지키고 싶은 미래가 있어!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죽고 싶어!
-신이 존재한다면, 죽여 보겠어.
-내 이름은 듀미너스.
-목숨을 걸어라, 그럼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라이트 브레이크!!
-넌 나의 소중한 친구야, 호무라.
-나는............
-우소다아아아아!!

“에드?”
“..........”

  그래, 망연자실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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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기들이 실패하다니.........”

  뭔가를 보는 자가 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아도 되겠지.”

  누군가에게 말하는 자도 있다. 물론 그것을 듣고 보는 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물론이죠.”

  어둠 속에서 뭔가를 획책하는 그들이 있었다. 이윽고 중심이 되는 그림자로부터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저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잠시 말을 멈춘다. 하긴 이제 더 이상 신경끄는 것도 좋겠지.

“이 세계는 파멸로 향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어둠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 아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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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늘 등장 인물.

타카오카 에이지.

출현작: 굉굉전대 보우켄쟈(파워레인저 트레져 포스)

현재는 위대한 힘이 없어 맨몸으로 싸우는 중.


마법소녀 아이(or 카가노 아이)

출현작: 마법소녀 아이 시리즈.

하지만 3가 흑역사인 관계로 2까지만 진행할 겁니다. 아, 그리고 성적인 묘사는 없어요. 절대 안 적을 겁니다. 이 글은 최대 15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