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ver] Aventuro Sagao Nulo - 달의 영웅(上)

자작 글/팬픽 2012. 3. 26. 22:00
  옛날, 옛날.
  아주 오래된 옛날에 수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
  죄송합니다. 썰렁한 농담을 먼저 말씀드리다니.
  저는 어떤 이야기꾼이랍니다. 물론 제 이야기는 즉석에서 만들어서 창조된 것이라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런 사라지는 이야기에도 생명은 있답니다.
  그럼, 제가 간략하게 말하는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주겠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그리고 아이나 어른이나 노약자들에게 말입니다. 하하, 서장에 장식할 대사가 또 썰렁하군요. 그럼......... 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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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다. 각자 배운 내용을 잘 숙지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내 친구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와 친구의 수업은 끝이 났다. 수업이라는 것은 일종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의미이니 말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배우는 자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지식만 아니라, 생명하고도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니까.

“이봐, 친구. 종사들의 수업도 끝났으니 이제 대련이라도 할까?”

  거절하지.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친구는 너무나도 대결이나 힘을 중히 여기는 기사니까 말이다. 그와 동시에 한 번 붙으면 승패가 결정 나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은 성격이고 말이다. 거기다 난 오늘 볼일이 있으니 확실히 한 마디만 하고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

“흥, 유약한 녀석 같으니.”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역시 무시한다. 나에게는 더욱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기사인 동시에 한 명의 선생으로 자리잡은 나에게는 더더욱 봐야 할 것이 있으니 말이다.

-웅성웅성.

  여전히 상층부로 올라서면 경계병들이 초계 업무를 도맡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만일을 위한 초계라고 부르짖지만, 친구에게 있어서는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화약고나 같은 부분이다. 현재 이곳은 전쟁을 하는 곳이나 마찬가지니까. 더욱이 이 거대한 제 2의 고향에서도 전쟁을 하는 우리 민족의 문명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를 이렇게 쫓겨나게 한 이들에 대해서도 증오를 품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셨습니까, 기사님.”
“여전히 이 시간에 오시는 군요, 기사님.”

  초계 업무를 맡은 종사들은 그렇게 날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러면서 나의 생각과 표정 역시 그들에게 미소를 보여주고 칭찬하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언제나 나의 일이니까.
  그렇게...........
  그들이 초계 업무를 하는 곳을 저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여전히 아름다운 푸른 행성. 아직 원시 생물들이 판을 치는 곳이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광채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원시 생물들의 과학 발전 능력이 우리보다 뒤떨어진 경향이 많아서 내려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실제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와 같이 왔던 우리에게 증오스러운 존재들의 신과 저 행성 고유의 신들이 우릴 내려가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비상사태! 비상사태! 각 종사들과 준기사들은 지금 XX포인트로 출격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늘 마찬가지다.
  분쟁 지대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소모전. 이곳에서 저 푸른 혹성을 바라보는 것도 마다한 채로 난 오늘도 준기사들과 종사들과 같이 현장으로 급히 파견되었다. 친구 녀석은 나가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권유해도 마찬가지일터.

“그깟 임무는 고작 준기사 이하의 레벨에서 행해지는 문제다! 우린 나설 필요가 없다고!”

  너무 확고한........ 아니, 그 고집스러운 면이 난 마음에 걸리는 바다. 총기사장(總騎士長)님 역시 그런 친구의 면을 보며 상당히 불쾌해 하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들을 친구는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도 나 역시 그 친구나 마찬가지인 꼴이다.

-쾅!!

  내려진 임무는 고작 준기사 이하의 레벨. 그런 임무에 기사 하나가 참여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이상한 것이 뻔할 뻔자다. 그들에게 대해서는 훌륭한 기사님이라고 칭송한다. ‘좋으신 분’ 이라든가, ‘충성을 다해야 하는 진짜 기사’ 라던가. 날 좋아하는 소리는 많고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다르다.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같이 출격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기에 그런 것이니까.]

  내가 그들과 같이 가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멸망이나 죽음에 대해서 민감하기 때문이다. 본성에서 빠져나온 기사단 잔류와 거기에 이어 살아남은 시민들. 고향을 잃은 감정 때문에 난 출격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탈출할 때 쓴 위성과 함선.......... 그리고 그것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제 2의 고향. 그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난 그렇게 여전히 같이 출격하는 것이다.

“으아아아!!”
“제길! 이 토끼 놈들이!!!”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간다.
  이곳이 저 푸른 행성의 위성이 된 지도 어원 몇 천 년. 그 당시에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기사단들은 아직 지각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저 행성에 먼저 내려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 있는 문명을 없애기로 하고, 우주에서 흘러나오는 녹색의 에너지를 사용. 그 문명을 청소하였다. 허나, 동시에 우리는 미처 알아야 했다.

-오오오오오!!!

  사실 우리가 해치운 문명은 막 소멸되려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비늘로 덮인 존재들의 문명은 그 행성에 사는 의지, 사념에 비슷한 존재들에게 버림받은 뒤였다. ‘싸움을 감독하는 자(Battle master)’와 ‘하얀 신’과 ‘검은 신’. 그들은 그 행성. 지구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사념들이었다. 그와 동시에 지구에 내려온 원수들의 신.

-제 이름은 건 에덴. 저는 당신들의 침략을 막아낼 것입니다.

  그 당시 우리는 아직 정비가 덜 된 탓에 패주하였다. 친구 역시 그 일에 대해서 화가 난 상태. 그렇게 우리는 그들을 감시함과 통해 아직도 냉동 수면 중인 주민들을 위해 더욱이 강한 힘을 선택하고 사용하기로 하였다.

“제길!! 감히 내 동료를! 으아아아아!!”

  우리는 그렇게 감시하였다. 다행히도 지구의 의사는 건 에덴에게 동조하면서도 우리의 의사도 받아들였다. 우리의 DNA와 우리 행성의 역사를 이 지구의 기초 문명이 되도록 발판으로 처리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내려가고 싶었다. 저 푸른 고향으로........ 그러면서 동시에 큰 사고가 터졌다.

-감히!! 짐과 신민들을 강제로 태운 결과가 이런 것인가!!

  우연치 않게도 냉동 상태로 있던 몇몇 황족 계열 인사와 그 밑의 시민들의 봉인이 풀린 것이었다. 우리 민족 중에서도 특이한 이능을 가진 자들로 일종의 선민에 가까운 자들. 그들은 그대로 몇몇 구역의 냉동 장치를 풀어버리고 다시금 자신들만의 나라를 만들어 버렸다. 그곳의 이름은 ‘G. 루나리암’
  일찍이 우리 종족 중에서 여성성비가 많은 그 나라가 여기 이곳에 새롭게 건국되었다. 그들은 황족이자 여제가 가진 능력, 그 외의 일부 시민이 가지고 있는 특이능력과 어떤 종들도 다 받아들인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단숨에 이곳 위에 공기가 있는 구역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거의 우리와 단절된 채로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우리와 대치하기 시작하였다.

“기사님이 오셨다!! 기사님이!!”
“기사님이 오셨으니 우리 걱정 없어! 전원 공겨어어억!!”

  하지만 그렇게 우리가 살면서 동시에 새로운 적이 이곳에 생겨난 것을 알아버렸다. 지구의 의사와 접촉되면서 우리의 함선 역시 의사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불길한 사념 덩어리. 금발에 공주님 같은 모습으로 피를 빨아 마시는 괴물 같은 존재. 신화나 루나리암에서 일부 존재하는 악마들보다 더 강하고 매서운 존재.
  그리고 우리가 시민들 태우고 왔던 본 함선과 식민지용 함선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함선을 발견하였다. 거기서 나온 이들은 특이한 무장과 옷차림. 그리고 루나리암의 월토족(月土族)과 똑같은 생물병기를 사용해 이곳을 자기 멋대로 두 구역으로 나눴다.

“이겼다! 멍청한 달토끼 녀석들을 이겼어!!”
“꼴좋구나! 이 월인 놈들!!”

  그들이 가른 구역은 자신들이 있는 구역과 그 금발 마왕이 차지한 구역으로 나눠졌다. 그렇게 우리는 전력 양성을 위해 실시간 훈련과 냉동 수면을 통해 실력을 키웠고,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역사 외우기 수준. 내 감상하고는 거리가 먼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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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네들을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소식이 있어서다.”

  친구와 같이 총기사단장께 불렸다. 또, 친구 놈이 요상한 시비로 싸운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아무래도 예상은 후자 쪽인 것 같았다.

“좋은 소식은 스스로 마왕이라 부르던 금발 여성의 모든 반응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지?!
  그 마왕이 사라졌다고?! 친구 녀석을 쾌재를 불렀다. 기사단장님 앞에서 그런 거 좀 관두는 것이 좋을 텐데. 하지만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면 나쁜 소식도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또 하나........ 방금 시공간이 흩어지는 현상이 발견했다. 그와 동시에 월인들이 누군가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월인들에게 타격을 준다니? 사실 월인들에게는 우리와 비등한 과학 기술력이 있다. 생긴 것은 엇비슷해도 기술력 하나는 비등하기에 우리와 맞대결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 월인이라고 칭하는 족속들. 그런 월인들이 타격을 입다니!!

“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것일세. 당장 가서 사태 조사를 해줬으면 한다네.”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당장이라도 그걸 조사해오겠습니다! 기사단장님!”

  친구 녀석은 그렇게 말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마왕이 사라지고, 월인들은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시공간이 흩어지는 이상한 현상까지....... 제발 아무 문제도 없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기사단장님께 인사를 하고 친구와 같이 출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머릿속에 계속 드러난 이 불길한 기분은 대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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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에이린이다. 그 쪽의 이름은?”

 알 필요 없어.

“어머나, 이왕이면 통성명 좀 하자고. 안 그래도 같이 갇혀 있는 사이인데 말이야.”
“맞아. 웬만하면 즐기자고.”

  미안하지만 거부하지. 안 그래도 서로 대적하는 상대가 이렇게 놓인 것 자체가 말이 안되니까.

[그 말이 맞다. 어찌 되었든, 너희들이라는 개개인의 존재는 부정과 분노, 증오로 얼룩진 존재이니.]

  미안하지만 난 댁 목소리가 더 안 좋아. 여자 모습의 기계인형 안에서 굵직하고 소름끼치며, 위압적인 남정내 목소리는 매치가 되지 않아서지.

[어리석군. 육체라는 것은 그저 한줌의 물질에 지나지 않다. 위대하고 통합된 어둠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것.]
“웃기네~ 고작 그런 녀석이 각자 1대 1 상황에서 어쩌지도 못한 주제에.”
“그러는 꼬마 숙녀님도 마찬가지지 않나?”
“흥!”

  빨간 머리의 날카로운 모습의 황족 소녀, 그리고 은발 머리의 월인과 스스로 마이너스한 감정의 집합체라고 말하는 기계인형까지.......... 물론 기사인 나까지 포함하면 참 어이없는 조합이긴 하다.
  그것보다......... 황족이면서 이런 변방으로 나온 이유가 뭐지?

“글쎄~? 통성명을 한다면 말해주겠는데~”

  가증스러운 표정.
  하지만 상관없다. 이유가 어쨌든 나 저 애의 이름을 알고 있다. 황족 중에서 이듬해에 태어난 황녀는 다름 아닌 그녀 밖에 없으니까. 안 그런가, 루나루버스 황녀님.

“엣!!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어머나~ 루나루버스 황녀라면 황족 계승자겠군요. 우연치 않게도 거물이 그물 안으로 들어올 줄이야~”
[크크......... 황제 계승자?! 어리석군! 그래봐야 위대한 어둠의 의지인 이 몸보다 아래다!]

  정말인지 못 들어먹을 조합이다.
  어쩌다 이렇게 갇혀버렸는지도 말이다. 뭐, 정확히 생각한다면..........
  친구 녀석은 딴 곳으로 분할 초계 - 나 역시 다른 방향 -  그 방향에서 월인과 만남. - 한 판 붙음(여기서 이 월인은 거대한 기동병기를 탄 나하고 맨 몸으로 싸워서 막상막하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 갑자기 루나리암의 황녀가 등장해 삼파전 -  그 양상 속에서 서로 눈치 없이 있다가 새로운 존재 등장(바로 여기서 말하는 기계인형이다.) - 결국 각자 큰 기술을 한꺼번에 사용하다가 지반 침강으로 서로 사이좋게 갇혀버림.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공식이군.........

“캬앗! 그래도 이 몸은 강하다고! 너희들 정도면 몸 상태가 완벽하면 그냥 파묻어주겠어!”
“그건 저라도 마찬가지죠. 황녀님~”

  에이린이라는 저 여자, 은근히 상대를 화나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황녀가 꼬맹이라고 은근히 건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난 곧장 옆에 있는 기계 인형에게 들리는 소리가 더 거슬린다.

[크크....... 싸우는군. 그래! 싸워서 짐의 힘을 키우는 거다! 우하하하!!]

  댁이나 잘 하슈. 하지만 저렇게 싸우고만 있는 상황은 참 불합리하다. 안 그래도 지구라는 행성을 보지도 않고 출격해서 더 기분이 안 좋은 상황. 그래서 난 한마디 하기로 했다.
  어이, 이봐. 너희들. 자꾸 소란 피우면 안 좋은 줄 알아.

“어머나? 그런 협박 통할 것 같애요?”
“그래! 너 같은 남자는 그냥 밑에 꽉 틀어박히라고! 어디서 저런 고철 탄다고 나불대기는!”
[흥! 그런 분노 역시 짐의 힘! 아무리 해도 소용없도다! 우하하하!!]

  휴우, 좋습니다.
  자세히 설명 드리죠. 우선, 아까 우리 전부가 이곳으로 침몰했을 때 상황입니다. 공간도 크고, 무엇보다 제 기체가 이렇게 서 있을 정도로 여유 공간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이렇게 조정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죠.

“무슨 소리야!”

  잘 들어보세요. 저 위의 바위 보이시죠? 저것들 전부 제가 기체의 능력을 전부 특수 효과로 돌려서 겨우 막은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 공간 형성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제가 잘못되면 여러분들은 생매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으음, 확실히 그렇지만........ 그런 정도는 공간 이동으로..........”

  참고로 공간 이동은 못해요.
  이유는 시간 자체를 정지시켜서 여기서 공간 이동 같은 것을 하다가는 요상한 곳으로 떨어지거나 잘못하면 이상하게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공간과 공간 형성의 맞물림이 불규칙을 초래하는 것인가! 흥! 그래봐야 짐은 상관없다! 어차피 이 육체는 이런 환경에 죽지 않도록 된..........]

  참고로 여기 지반은 특이 광석입니다. 이 물질은 소량이긴 하지만, 댁 같은 어둠의 집합체에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도록 된 물질이지요. 만약에, 운 좋게 탈출해도 그런 지성을 가지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겁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고!”
“방법은 없나요, 기사 나으리?”
[크윽! 짐을! 짐에게 이렇게 대하다니!]

  상관없겠죠? 하지만 상관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기체에는 2달치 비상식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보자......... 어둠의 사념으로 불리는 분을 제외하고 식사 밑 기타 생리적인 욕구 처리까지 합하면 각각 최소 20일 치 분량은 되겠군요.

“서, 설마......... 그 때까지 여기 있어야 된다는 소리?”

  당연하죠. 자아, 여러분......... 어차피 구조될 때까지는 임시휴전입니다. 저라고 해서........ 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밖으로 나갈 때까지는 참아야 하겠죠?

“쳇.........!”
“하아, 별 수 없군요.”
[크윽! 좋다! 짐 역시 동참하겠다.]

  그렇게 난 겨우 셋을 말리고 조용히 몸을 누웠다. 안 그래도 들어오면서 몸이 좀 고달파서 힘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셋은 전부 나나 상대를 보며 각자의 경계를 보이고 있다. 하아, 20일 안에는 생존할 수 있을까........ 20일이 자나면 저 기체의 능력도 사용 불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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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3일이 지났다.
  구해주러 오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하고 속으로 질문한 것을 다급히 수정했다. 여기는 공역 중에서 자체 중립구역.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겠지. 혀를 차며 기체의 인터페이스를 적절히 손보기 시작하였다.
  이 기체는 다 좋지만, 기사 전용인 만큼 무장의 효과도 다 제한적으로 되어 있다. 무장의 경우, 그 사용자의 특기 분야를 딱 결정짓는 것인만큼 최대출력과 그 용도는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덕분에 이걸 연구하는 것도 시간 따먹기에 도움이 된다고 할까?

“어이, 기사씨.”

  루나루버스 황녀가 날 부른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손보던 인터페이스를 놔두고 밑으로 내려갔다. 황족이면서 이런 외진 곳까지 온 그녀. 확실히 그것도 궁금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너 말이야. 나랑 동침할래?”

  순간 격하게 뿜을 뻔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왠지 모르게 한쪽 눈을 빛내며 날 바라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있잖아~ 당신 자세히 보니까, 은근히 건장하거든. 가볍게 하룻밤을 묵는 거 어때?”

  미안하지만 거절하겠다. 황족의 능력은 어차피 우리한테는 통하지 않으니까. 정확히는 같은 종족에서 나온 것이라 능력 자체가 무효화되거든.

“크으!! 이봐! 당신! 여자한테 너무 어드바이스가 그 따구가 뭐야! 기사가 맞긴 맞아!! 오히려 개구락지마냥 해야 정상이 아녀?!”

  일단 기사이긴 하지만, 통하지도 않는 능력으로 상대를 억압하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당신이 황족이긴 한 걸까? 그건 그렇고, 그건 무슨 말투냐? 황족 언어인가?

“당신도 날 어린애 취급하는 거냐!! 나, 나는!! 노상 어린애가 아니라여!”

  알고는 있습니다만........ 어째서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 것인지?

“나는, 난  근디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여!!”

  훌쩍이기 시작한 루나루버스 황녀. 어이, 저기요. 이런 데서 울면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한 줄 알겠습니다. 울음 그치세요.

“그래, 다 필요 없져! 어차피 난 문장도 하나 밖에 없는 팔푼이 자식이니겨!”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어차피....... 어마마마도, 아바마마도 날 자식으로 보지 않는 걸......... 내가 문장을 하나 밖에 가지지 않았으니께!”

  이제야 대충 뭔가 안 것 같았다. 황족인 자가, 그것도 다음 왕위를 계승할 존재가 어째서 일반병 차림으로 나나 다른 자들을 만난 이유를 말이다. 문장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최고 위라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 황족들, 그 중에서 황제나 그의 배우자들은 대체적으로 문장 자체의 격이 달라야 한다. 배우자는 몰라도 황제는 최소한 양 눈에 문장을 지닌 ‘더블 문’의 형태. 어떤 면에서 보면, 그녀는 일종의 태어나자마자 주변에 따돌린 낙오자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내 능력도 통하지 않여. 아무도 사귀어주지 않여. 아무도......... 아무도!!”

  글쎄요? 아무도는 아닐 겁니다.

“무슨 소리여?!!”

  사람이란 것은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니까 하는 소리죠. 가령, 우리가 구출될 수도 있는 것도 아무도도, 또한, 그 어느 누구도 만나는 것도 아무도 모르죠. 앞날은 살아있기에 아무도 모르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운명에 순응하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패배자보다는 어떻게든 부딪혀서 아는 것은 아는 패배자가 좋은 법이지요. 나 역시 그런 쪽이고.

“저, 정말로?”

  물론.
  이제야 말이 좀 좋아졌네.
  전 지구라는 별을 아직도 보고 있으니까. 비록 건너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꼭 우리가 지키는 시민들을 저 별에서 생활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니까. 아무도 앞날을 모르죠. 그런 면에서 보면 꼬맹이인 당신도 나중에 좋은 사람을 만날 겁니다.

“...........”

  말을 마친 루나루버스는 어떤 일인지 그대로 몸을 돌리고는 가버렸다. 뭐, 상관없다. 나름대로 생각해서 한 말이니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 정조를 지켰다는 생각이 더 앞선 관계니까. 앞으로는 잘 때는 저 기체 안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겠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니까.

“보기보다 꽤 하는 모양인데, 기사 나으리?”

  이번에는 당신입니까? 은발 머리에 장궁을 들고 다니는 당신이 더 골치 아프겠군요.

“어머? 어떤 의미로 말이야?”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 저기서 절 노려다보는 요상한 검은 사념보다 더 위험하겠다........ 이 생각이 듭니다만.

[무슨!! 저 여자가 짐보다 더 골치 아프다고! 그런 허튼 소리!]

  하아, 역시 사념 씨하고 은발 여자가 있으니 정말 힘들다. 아까 전에는 말썽쟁이 황녀가 나왔고, 이번에는 좀 무서운 두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떻게든 넘어가야 하니 조금은 말 재주를 부려나 볼 수밖에......... 뭐, 상관없겠지만........ 은근히 사람을 꿰뚫는 시선이 맘에 안 든다고 할까요?

“호오?”

  그러니까, 은발 머리인 당신은 뭔지 모르게 약간 고민을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숨기기 위해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느낌이 나서 좀 대화하기가 버겁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사념 씨는 안 그래도 마이너스한 기운을 잔뜩 나와서 상대하는 것도 어렵고........ 뭐, 이 정도의 이유라고 합니다.

“푸웃. 보기보다 괜찮은 기사네.”
[후후후........ 설마 내 본질을 알아챈 녀석이 있을 줄이야! 좋다! 이름을 말하거라! 내 나중에 너에게 특별한 상을 주도록 하지!]

  아뇨, 아뇨. 그런 것을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여기서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요. 여러분들이 계속해서 제게 와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더 희박해질 수도 있다, 이겁니다.“

[흥! 뭐, 좋다! 짐은 네게 흥미를 가지고 있으니!]

“그런가요. 알았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구출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게 맞겠군요.”

  그 말을 하고 두 사람 역시 모두 자기만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아, 정말 힘들구나. 앞으로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좀 유감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릴 구조하러 온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도 살고 싶고, 또 지구라는 행성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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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19일째.
  다행히 우리들은 전원 무사히 밖으로 나가는데 성공했다. 정확히는 저 위에서 딱 한 번 휴전을 하고 구출작업을 했다는 것이 관건이랄까? 친구 놈은 여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들을 깔보고 있지만, 나 상관하지 않았다.

-어이, 기사 양반. 이 약 좀 먹어볼래?
-기사 오빠, 나랑 같이 잘래?
-기사여! 짐에게 재미있는 말을 해보거라!

  뭔지 모르지만, 참 그 시간동안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출 다음으로 우리들은 다시금 만나지 못했다. 황녀는 그대로 황족 산하의 신하들과 같이 고개 한 번만 돌아보고 그대로 가버렸고, 은발 여성 역시 두 명의 여인과 같이 그대로 자신들의 구역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말을 제대로 나누고 제 갈 길을 간 것은 금발 머리를 한 인형에 든 사념 씨.

[기사여! 나중에 다시 만나면 내 긴히 널 총사령관으로 임명해주마! 후하하하하!!]

  친구 녀석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며 그 사념을 내쫒았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의 난 여전히 지구라는 행성을 바라보고 있다. 저렇게 푸르게 빛나는 행성......... 그렇기에 우리의 또 다른 고향. 꼭, 한 번이라도.........

“이봐! 그 소식 들었어!!”

  물을 발칵 열어제치며 친구가 달려온다. 대체 무슨 소란이기에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달에 새로운 세력이 나타났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자는!!”

  난 그의 뒷말을 듣고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놓치고 말았다. 맙소사......... 그 사념이 달의 일부를 자기 차원으로 만들어냈다고? 대체 이게 무슨.......... 아,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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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에 놓인 거대한 궁전. 하지만 그것은 달의 뒤편으로 공간으로 차단되어 있어 설령 뒤를 본들 아무 것도 없는 크레이터만 듬성듬성하게 자리 잡을 뿐이다. 하지만 이 궁전도 사실은 그냥 줏대만 큰 형태다. 궁전 주변으로 산소는 있지만, 생활환경은 되지 않는다. 역대 황제가 거처하는 곳이지만, 실제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지하 내부 공동. 어찌 보면 황족들이 자신들의 위광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는 바다.

“호오, 다시 만났군.”

[그렇군! 짐을 이런 곳까지 초대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인가! 그것도 좋지! 후하하하!!]

  바로 이곳.
  지하 내부와 궁전 상층부로 가는 사이에 마련된 작은 회담실. 그 곳에서 사이좋게 갇혔던 이들이 전부 한 자리에 대면하고 있었다. 약간 젊은 티가 나는 기사하나, 그리고 은발 머리의 여자, 계승자의 전투복을 입은 황녀, 거기에 인형을 매개체로 한 어두운 사념.

“보아하니 황녀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모양인가 보네.”
“잘 맞혔어, 기사 오빠. 바로 이거거든.”

  거기에는 자신의 두 눈을 기사에게 보여주는 황녀가 있었다. 한쪽 눈에는 하얀색 문양이, 다른 한쪽 눈에는 검은색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나 말이야. 사실은 내 문양이 뒤늦게 나타나는 자였나 봐. 그래서 이렇게 기분 좋아졌단 말씀.”
“그런 거군요. 잘 되었군요. 아무튼, 제가 여기로 온 것이나 다른 분들이 여기에 온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죠?”

  기사의 물음에 다른 셋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사념체가 더 크고 강하게 자신의 힘을 모으고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어느새 달은 총 4개의 세력이 분단된 형태를 맞이했다. 그나마 동맹을 취하고 있는 것은 기사단과 황족. 그러나 아직까지 사이가 나쁜 월인들이나 이번에 나타난 사념체로 인해서 달 자체의 통치나 동맹 여부가 불확실하게 되었다.
  그런 도중에 이번 문제를 그나마 사이좋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되었다. 사념체는 원래부터 혼자였지만, 최소한 그것과 접점이 있던 자를 이른바 사신으로 내세운 것이 발단. 그렇게 황녀와 기사, 그리고 은발 여자와 사념체는 이렇게 국교 문제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싸움을 강요하게 되었다.

“뭐, 금방 끝내죠. 그냥 서로 충돌하지 않고 맡은 구역에서 조용하게 지내기. 간단하지 않습니까?”

  기사의 말은 빨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불필요한 일에는 신경도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 이런 걸 할 바에 그냥 지구 구경이나 종사들 훈련시키는 것이 더 좋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이야기가 쉽게 끝난다. 또, 그들 역시 그의 의견에 찬성을 할 지는 미지수.

“글쎄요? 그쪽은 모르지만, 우리 월인에게 있어서 영역이란 문제는 참 안 좋은 방향이니까 말이죠. 저희들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사단은 무력을 현재의 3/4으로 줄인다.
-2. 기사단 중 종사 일부를 우리 월인군에 편입시킨다.
-3. 기사단은 이곳 달의 영토 일부를 우리 월인에게 넘겨준다.

“이 정도라고 할까요?”
“택도 없는 말이군. 이곳은 기사단과 우리 그레이트 루나리암의 정식 영토! 그런 곳을 무단으로 침입한 자들이 할 말인가!”
[그렇다! 짐 역시 침입자이긴 하지만! 나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 공간에 대한 불간섭만 인정한다면 나 역시 너희들에게 신경 쓰지 않겠다!]

  3 대 1.
  하나는 무력이라도 쓸 기세로 땅을 노리고 세력을 악화시키려는 월인들. 나머지 셋은 평상시처럼 유지하려고 애쓰는 자들. 그 중에서 사념체는 오히려 불간섭의 입장만 있으면 기사단과 황족에게 가세하려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사념체인 당신은 우리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자라는 존재. 그러한 존재가 과연 달에 깊숙이 남아있다면 오히려 당신 역시 적이 아닐까요?”

[이 놈!!]

  은발 여성의 재치 있는 한 마디에 세력은 다시 크게 3개로 분열하였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확실히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리고 나 역시 기사단에게 권할 것도 있고.”
“무엇을?”
“간단하지.”

  평상시와 다르게 회담에서는 황족처럼 말을 쓰는 황녀. 그녀는 곧장 기사를 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기사단의 남자를 우리 시민으로 보낼 것. 참고로, 냉동 수면 중인 일반 시민이라도 상관없다. 수는 상관없으니, 한 명이라도 우리 그레이트 루나리암의 시민으로 보낸다면 기사단하고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겠다. 이것이 우리 그레이트 루나리암이 내세운 조건이자, 내가 받은 명이다!”

  결국 총 4개의 의견이 나눠졌다.
-  평상시처럼 그냥 휴전하고 동맹을 맺으며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을 택한 기사단.
-  자신이 만든 거대한 공간만 간섭하지 않으면 된다는 사념체.
-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이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월인들.
-  그리고 남자들 일부를 건네받으면 조건을 인정한다는 그레이트 루나리암.

  결국, 4개의 의견은 서로 맞대응하면서 시간은 어이없이 흘러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간의 의견을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 자리에 자신과 연관된 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잠시 쉬도록 할까?”
“음........ 그러도록 하죠.”

  여기 있는 누구 한 사람이도 인연이 없다면 그대로 실력 행사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들 넷의 성격상, 기사인 그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에게 있어서 그저 이런 일은 하고 싶지도 않은 것. 분명히 기피하고도 남았을 터. 기사단장의 명이 없었다면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쳇, 정말 딱딱하기는.”

[흥!!]

  루나루버스 황녀와 사념체는 서로 노려보면서 그대로 돌아버린다. 필경 서로 눈 마주치는 것도 싫어서 그런 것이다. 기사와 은발 여인은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꽉 막힌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니 밖에서 풀어볼 심상인 듯하다.

“음료수, 마시지 않겠어?”
“감사.”

  은발 여자가 건네준 음료수를 따서 마시는 기사. 아무래도 회의하면서 더운 모양인지 갈증이 심히 난 지라 감사히 따라 마셨다. 느긋하면서 단숨에 갈증을 해소하는 기사의 모습에서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안에 독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 안 해 봤어, 기사 양반?”
“뭐, 믿고 있으니까요.”
“믿고 있다고? 무슨 소리지?”

  의아한 표정으로 바뀐 여자를 보며 기사는 음료수를 창가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는 그레이트 루나리암의 궁전. 이런 곳에서 독살 소동을 일으키며 오히려 회의에서 실력 행사라고 여겨서 단번에 집중공격 받을 테니까 말이죠.”
“호오?”
“거기에 여기 있는 병사나 실력자들하고 꼼수를 써도 힘들 테니까요.”

  하지만 여자는 거기서 표정을 바꾸며 야릇한 미소로 그에게 말했다.

“그럴까, 과연? 오히려 내가 여기 녀석들을 이길 수도 있는데?”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참고로 저희나 그레이트 루나리암은 우습게보시면 안 됩니다. 월인들이........ 일단 기분이 상했다면 먼저 사과를 드리고, 아무튼 월인들이 저희 기사단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런 자만심이 먼저 나오니까 말입니다.”
“자만?”
“네에, 그 자만이 월인들을 속박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말을 많이 했는지 다시 음료수를 살짝 한 모금 마셨다. 여자는 기사의 말에 상당한 호기를 가졌다. 어찌 보면 적인 존재에게 이렇게 허물없이 대할 수 있다니. 그런 마음에 어느 정도 벽을 쌓는 은발의 여인.

“자만이란 것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의 결과를 나몰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자만은 곧 방심이 되고, 방심은 그대로 패배로 연결된다. 저희 기사단도 그렇게 해서 본성과 성단을 잃었으니까요. 그레이트 루나리암 역시.”
“..........”

  기사는 생각했다.
  먼 우주, 아득한 저편에 멸망해버린 자신의 고향을. 그 고향에 있을 때는 고작 14살의 종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루나리암의 본성 역시 지금과 달리 예전의 자신들처럼 자만하였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여러 성단을 자신들의 휘하에 무릎을 앉혔다. 수천수만의 외계인과 괴수들마저 자신들의 식민지 노예로 취급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고향과 루나리암 역시 서로를 비방하며 자만하고 경쟁했다. 그렇게......... 그들은 수만의 우주를 지배했고, 나아가서 차원마저 지배할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래, 시간의 비술. 과거, 루나리암의 황족과 기사단의 고향 성계에 내려온 창조신이자 시간을 지배하는 용(龍)인 『바실리우스』. 그 바실리우스의 비법을 두 국가를 자각적으로 스스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시간의 비술을 응용해서 다른 차원을 넘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오판, 동시에 멸망이 될 계기가 되었다. 녹색 섬광과 함께 멈춰진 시간. 하지만 그 시간 안을 특이한 방법으로 막아내는 세력이 등장하였다.
  그들의 이름은 『제 발마리에 제국』『조보크』.
  서로 적대하는 두 세력은 다른 성계의 침입에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제 발마리에의 건 에덴과 그 밑에 있는 여러 식민 성단과 트로니움을 연료로 하는 기체들. 그들의 압도적인 힘은 금방 자신의 성단을 차례대로 먹어치웠다. 조보크 역시 휘하의 세력을 결집해서 무한에 가까운 병력으로 자신들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끝은 제 발마리에 제국이 마지막을 지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 멸망한 그들은 생각했다.
  너무 자만하였다.
  너무 자만하고, 그 자만심 때문에 우리들의 모국과 모성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신중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침략을 하더라도 신중히 자료를 모으고 지배하자. 그것이 기사단과 루나리암 황족들에게 새겨진 기억.

“생각해보면 『가우 라 퓨리아』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다 싶었죠. 거기에 이민단들도 말이죠. 그 다음부터는 저기 보이는 저 지구라는 혹성에 가려고 했습니다만..........”
“이미 벌써 자리를 잡은 존재가 있었단 말이군.”
“그렇죠.”

  푸른 행성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분명히 저 별에 있는 자들에게 내쫓겨졌는데도 왜 그런 미소를 짓는 것일까? 그걸 생각하는 은발의 여인에게 곧장 기사의 말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전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왜냐면 후대가 남아있으니까 말이죠.”
“?”
“선대의 실패를 후대가 잘 알아내서 다시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자만하지 말고 신중히 보고 행동하는 거죠. 그냥 그대로 일을 밀어붙이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되니까요.”
“그런가..........”

  순간 은발 여인의 마음은 착잡했다. 기사 역시 그걸 알고는 있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다. 기사도를 중요시 여기는 그에게 그것은 상관하지 않아도 될 문제다. 설령, 이유를 묻더라도 여인이 금방 가르쳐 줄지도 의문이다. 그런 대화 속에서 여인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타코고로 에이린.
“네에?”

  왜 갑자기 여인은 자기 풀네임을 말하는 것인가? 기사는 그런 의문과 함께 에이린의 말을 계속 귀담아들었다.

“만약, 누군가를 보필하거나, 연인이 되어 생을 같이 산다면. 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주는 것이 좋을까?”
“글쎄요......... 뭐, 저 같으면 같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어째서?”
“당연하죠.”

  그의 의기양양한 말에 에이린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곧 들려오는 그의 친절한 대답은..........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상대를, 고향 같은 상대를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
“설령, 떠나게 되더라도 약속을 하세요.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물론 그런 맹세보다는 오히려 같이 있는 편이 좋아요.”

  그의 그 솔직한 면모와 말에 에이린은 할 말을 잊었다. 뭐라고 반박하려 하지만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기사가 한 말에 무언가 공감한 것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 너무 어려워서 말을 잊었다.

[뭣들 하는 건가! 이제 2차전이다! 여기서 끝을 내야지!]

  사념체의 말에 기사는 얼른 회의 장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몸을 돌리지 않는 에이린을 살짝 훔쳐보았다. 저 창 밖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슬픔이 묻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군.”
“그러게 말이야.”

  회의는 순조롭게 마쳤다. 어느 정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 끝에 이뤄진 결과였다. 월인들의 의견은 거의 들어줄 리가 만무하고 어느 정도 영토 확장만은 신경써주었다. 나머지 내용은 에이린이 직접 상층부를 설득해주면 되니까, 어느 정도 시간은 남아있다는 것이 사실. 거기에 사념체의 경우는 어차피 이 별 위에 있는 종족들의 원한과 원념 같은 것을 마시기에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저쪽에서 크게 한턱냈는지 다른 공간에서 주둔하기로 하였다. 대신, 다른 종족들은 그곳에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되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뭐가?”

  투구를 벗고 쉬고 있는 황녀.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기사. 에이린과 사념체는 이곳에 있을 예정도 더는 없기에 금방 가버렸지만, 기사와 황녀는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둘의 선조는 같은 별에 있었던 민족이었으니까. 둘이 한 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시 머무르는 것도 위에서도 인정해주니까.

“조건을 달리 말한 거 말입니다, 황녀님.”
“루나라고 불러줘.”
“알겠습니다. 루나 양.”
“그렇다고 금방 낮춰 부르다니.......... 휴우, 뭐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루나루버스는 자신의 붉은 머리칼을 빗으며 기사 곁으로 사뿐히 다가갔다. 물론 루나루버스의 성적편향을 잘 아는 기사는 약간 소름이 돋았지만 말이다.

“딱딱한 기사보다야, 지구에 있는 남자들이 더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남자는 생물은 뭐든지 금방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까? 나중에 우리 기사단이 지구를 점령할 때, 반은 루나리암 몫으로 하는 것은 별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그 반의 남자들만이라도 우리 루나리암의 결혼 문제를 해결할 정도야.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우리하고 너희들의 차이 말이야.”

  기사 역시 그건 수긍하고 있었다.
  기사단과 루나리암은 선조 때부터 대립했던 사이다. 그렇다고 서로 증오할 정도는 아니고, 성별에 따른 인식이 극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가치관적 사고다. 기사단의 경우는 남비와 여비가 1:1에 가까워 양측의 성이 거의 평등했다. 실제로 보면 기사단 내부에도 여자 종사는 있으니까. 하지만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신관이나 일반 서무 관련등. 민간인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반면, 루나리암은 여자 성비가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남자 자체가 너무 드물고 희귀 현상이 일어난다. 덕분에 여성우월이 강하고, 과격한 남성은 대부분 사전에 스스로 멸할 정도다. 그 결과로 인해 출산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도 사실. 소수 민족들을 대우하고 종족으로 규합해도 마찬가지라는 결과. 거기에 루나리암의 황족조차 그런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

“선조들은 출산 문제를 신경 쓰지 않지만, 난 달라. 이렇게 가다가는 루나리암은 자연적으로 멸망하게 되니까. 과거의 자만심 일부가 남아서 이 모양이니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지.”
“그래도 상관없지만.........”
“거기다 남자 문제는 내가 해결할 방안이 떠올라서 말이야.”
“뭔데?”

  기사의 말에 여자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가 자치한 구역의 문화재를 전부 소실시키기.”
“뭐, 뭐냐! 그 미친 짓은!”
“어머나, 여자한테 그런 소릴 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 아닌가, 기사 오빠~”
“이건 남자고 여자고 떠나서 할 문제니까.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지만 그 소리에도 루나루버스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훗, 물론 문화 전부를 소실시키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잘 생각해봐. 너희 기사단이 여기에 와서 저 혹성. 지구라는 별에 가서 우리 문화를 지식적으로 넘겨주었잖아?”
“그래, 그건 인정하지.”
“즉,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문화이기에 가능한 것이야. 저 곳에 우리들의 고유문화가 싹을 튀었기에 우리 역시 그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치지.”
“전혀 맥락이 안 되는 이치다.”
“그래서 위정자가 아니겠어.”

  두 눈에 뜬 두 개의 문양.
  검은색과 흰색의 문양을 가진 두 눈이 바깥의 지구를 바라보며 말한다.

“적어도 난 우리 국가의 위신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후계자니까.”
“..........”
“전에 기사 오빠가 말해준 말 기억해? 아무도가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가면 아무도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게 그렇게 될 줄은 몰랐을 뿐이야.”

  설마 이 정도로 인격적이나 성격이 화끈하게 바뀔 줄은 기사조차 몰랐다. 적어도 그냥 일반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라고 겸사겸사 말해준 것인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이제 내 갈 길을 정했어. 적어도 우리나라를 되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마음이 상하지만 그녀의 대답에 기사는 반박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이제 스스로 갈 길을 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한 사람의 어른이 되었다는 것도 만족했다. 그래,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렇게 기사가 몸을 일으켜 돌아가려는 순간.

-덥석!

“응?!”
“아참, 그리고 말이야..........”

-훌러덩~

“허걱!!”
“오빠, 우리 화끈한 밤을 보내지 않을까~”
“무조건 거절하도록 하지.”

  어느새 동침하려고 갑옷을 하나둘 벗기 시작한 루나루버스의 말에 무조건 반대를 표하며 손을 뿌리친 기사. 그리고 방을 나와 황급히 빨리 걷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성이 났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기사의 도리가 있었다. 그의 뒤로 그녀가 야릇한 목소리로 부르지만 살짝 무시하도록 했다. 괜히 여기에 남아있다가는 그녀에게 생애 전부가 붙잡혀버릴 지도 모르는 위험을 느꼈기에 말이다.


  아, 네에.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네에? 설마 끝낸다고요? 하하하, 아닙니다. 이것은 그의 시선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들과 저의 눈으로 본 시선으로 이야기를 할 차례니까요. 이런이런, 전 돌보다 돈이 좋은데 말입니다. 자아, 그러면 다음 막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Let's go!!

ps.
<no image>
? ?? ?
본편의 주인공, 달의 기사단에서 기사에 속함. 참가로 풀네임은 다음 편에서.

루나루버스 황녀.(사진이 어린 모습 밖에서 없어서 일부러 애니판에서 수정)
G 루나니암의 황녀. 당당하고 호쾌하며 개방적인 성격이며, 자신의 나라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훗날에 회춘하지만, 아직은 보류.
현재 주인공인 ? ?? ?을 좋아하고 있음.

야코고로 에이린.
현재 월인들 중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여인.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개인적인 용무고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사념체

기사단이 속한 집단, G 루나리암, 월인들의 마이너스 에너지들이 모아서 생겨난 사념체. 일단 모습은 임시로 이걸로 정하지만, 그 실체는........


일단 여기까지 입니다.

예전에 본편 이전의 내용을 기획한 게 있었는데, 벌써 3년이 지나고 만 내용이었죠. 그래서 취향에 맞게 다시 수정해서 내놓았습니다.

아참, 애네들이 말하던 금발 마왕은........


붉은 달의 브륜스터드.

마왕, 폭군, 사악한 달의 왕이라고 불리는 존재. 이거면 충분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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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글/팬픽 2012. 1. 25. 17:12
“이제 무리야.........”

  우주 선상에 떠도는 잔여물. 이른바, 데브리 벨트 부근에 한 존재가 겨우 몸을 추스르며 움직인다. 힘에 겨워 겨우 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이는 그 존재는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별, 지구의 모습을 보며 말한다.

“이제 에너지도....... 오빠.........”

  차가운 갑옷 안에 그 슬픔은 저 지구를 향해 간다.
  그와 동시에 그 존재의 몸은 이내 지구의 중력에 끌려간다. 그래, 그녀........ 테카맨 레이피어는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1년 전 그 싸움에서 겨우 살아남은 목숨이 다시 지구로 흘러갔다.

-쾅!!

“그랬었군.”

  에드는 간신히 이 레이피어라는 존재의 기억을 읽어내고는 안전하게 들어올린다. 몸체는 무겁지만, 자신이 못 옮길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어깨에는 아직도 인사불성인 두 소녀도 같이 있고 말이다.

“쿄코하고 유마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이 별에는 스탕달 증후군이란 것이 있지요. 저하고 만났을 때, 일단 거치는 시험에서 불합격 처리나 마찬가지지요.”

  말 그대로 노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정신을 잃어버렸다는 뜻. 그래도 일단 목숨은 무사하니 다행이고, 아름다운 것을 너무 받아들인 것을 보면, 아직 이 둘은 마음이 착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쁜 자가 그 노래를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떻게 할래?”

  강찬은 고개를 돌려 자신들 앞에 있는 에이지와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이와 에이지는 서로 번갈아 쳐다보고는 달리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긴, 그렇겠지. 그렇다면 이건 어때?”

  강찬은 총을 허리춤에 다시 걸어두었다.

“오늘은 돌아가. 나중에 언제든 상대해 줄 테니까.”
“흥, 어린애가 그런 말을 지걸이다니. 도대체 예의라고는.......”
“그만해.”

  아이는 얼른 에이지를 말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강찬을 본 아이는 다시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말이 통해서 좋아. 내일 학교에서 상대해도 괜찮아. 뭐, 나야 언제든 환영하니까.”

-으득.

  아이는 이빨을 꽉 깨물며 에이지와 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을 본 에드와 강찬 일행은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네요, 형. 이야기가 잘 통해서.........”
“도박도 도박이니까. 더 이상 움직일 건더기도 없거든. 아무튼 이제 슬슬 가자고. 카가노하고 은갈치도 갔으니까.”
“두 사람이 걱정되지 않나요?”
“상관없어.”

  강찬은 시큰둥하게 말하며 총을 허리춤에 다시 찬다.

“난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어련하시겠어요~”

  그래, 정말인지 참 힘든 하루라고 느끼는 강찬과 에드다.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이 생겼으니,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제 2화: 추락과 만남의 High한 School~

  그녀는 돌 씹는 표정으로 다시 온 그 애들을 보았다. 강찬과 에드 일행은 분명한데....... 문제는 뒤에 서 있는 이상한 존재가 두 명. 척 봐도 그것은 인간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화의 고함 소리.

“대체! 그것들은 뭐냐!!!”
“소리부터 고래고래 지르지 말고 일단 설명부터 들으세요.”

  강찬과 에드의 설명을 들으며 쿄코와 유마를 소파에 재우는 페르손. 곧 설명을 다 들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다고 저런 것을 우리 집에 데려오냐?”
“누나나 에드가 신비주의니까요. 이때까지 여런 신비한 것을 많이 보았으니까요.”
“절대로 안돼에에에!!”

  거대한 고함이 메아리가 되어 산을 울렸다. 페르손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강찬에게 소리쳤다.

“너란 녀석은 언제나 그래! 매일같이 내 일에 태클을 걸고! 거기다 심지어.........”
“태클 건 적은 별로 없는데요?”
“그것이 태클이란 말이다!!!”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그녀는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볍게 강찬의 머리로 내려쳤다. 별다른 것 없이 그냥 겁을 주려는 행동이었다. 그녀도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아주 살살 내려치려 하지만.........

-투캉!!

“어버..........”

  에드는 다른 소파와 같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날려간 페르손을 쳐다보았다. 강찬의 뒤에는 미리내가 정권을 쥔 채로 서있었다. 강찬 역시 미리내를 쳐다보며 한 마디 했다.

“미리내, 그거 장난이었어.”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별 수 없지. 그럼, 누나........”

  그는 얼른 쓰러진 페르손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해롱거리는 얼굴로 허리를 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허리를 삐끗한 모양이었다. 에드는 황급히 피클을 치우고는 그녀를 일으켰다. 온몸이 초록색 액체로 범벅이 된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강찬은 할 말을 했다.

“이번 것은 죄송해요, 누나. 하지만 아무튼 같이 살게 되었어요. 부탁해요, 누나.”
“어째서어어..........! 깨꼴락.”
“누나, 누나? 누나아아아!!!!”

  그래도 고개를 축 늘어뜨린 그녀를 보며 강찬과 마리내는 한바탕의 파란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뭐, 그래도 하루가 금방 지나가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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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손이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10분 뒤였다. 금방 깨어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에드와 강찬이 데리고 온 이상한 갑옷 인간을 들고 그대로 지하로 내려가 버렸다. 에드가 투사하기로는 건강이나 중요한 것을 체크한다고 말하였다.

“미리내 누나.”
“뭐냐?”

  강찬과 같이 공포영화를 즐기던 미리내는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목만 180도로 빙 돌린 것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녀를 부른 것은 바로 에드. 그는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미리내 누나, 당신 정체는 뭐죠?”
“그거야, 보면 되지 않겠니? 최소한 너라면 그런 능력이 되니까.”

  꿰뚫고 있다. 에드는 별 탈 없이 시치미를 뚝 때면서 표정을 고쳤다.

“그게 누나나 형의 미래를 보려면 자꾸 이상하게 돼서 말이죠. 다만, 그것이 궁금해서 말했던 거죠. 하하.”

  너털웃음을 짓지만, 미리내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목을 돌려 강찬과 같이 공포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 막 하는 장면은 ‘엑소시스트 1’의 신부가 악마 퇴치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에드는 별다른 마음을 가지기 않기로 하였다.

‘어차피 다시 조사하면 되니까. 그것보다.......’

  에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분명 어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이고 있었다. 막 갑옷을 두른 이상한 존재를 살피고 있는 페르손의 모습이 생생히 나오고 있었다. 그가 속으로 말했다.

‘누나, 그 존재 상태는 어때요?’

-에드냐? 뭐, 좀 괜찮은 편이야.

  그녀 역시 다른 곳에 있는 에드에게 말하듯이 입을 벌렸다.

-보니까 체력이 아주 많이도 떨어졌어. 이런 몰골로 지구에 내려온 생명체가 있다니 참 놀라울 따름이지.

‘그런 것은 좀비도 있잖아요?’

-물론이야. 다만, 이 녀석은 살아있어. 성별은 여자고 말이지. 아마 종류는 검색해도 나오겠지만 ‘테카맨’으로 분류되겠지.

‘테카맨?! 그거 위험한 거 아니예요?’

  에드는 놀란 표정을 말로 대신했다. 사실 지금 보는 것에는 그냥 의사전달만 되고 있으니 말이다. 페르손은 갑옷 일부를 적출해 실험관에 넣고는 이상한 기구에 넣어 천천히 휘젓는다.

-그래. 일단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답이 나오겠지. 내 실력은 알고 있지. 그러니까, 내일이면 답이 나올 거야. 아, 그리고 에드.

‘네.’

-강찬에게 전해. 내일 학교가려면 빨리 자라구. 쳇.

  신경질 내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 강찬에게 대한 화가 다 안 풀려진 것 같다. 그렇게 에드는 다시 눈을 뜨고 강찬에게 다가가 말했다. 학교 가야하니까, 좀 일찍 자라고. 강찬과 미리내는 별 수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에드 역시 내일 있을 일을 위해 소파에 그대로 누웠다.

‘그럼, 이제 자볼까?’

  그렇게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수면에 빠진 그의 모습은 마치 편안했다. 그러던 몇 분 뒤였다. 그가 뭔가를 느끼고 황급히 일어났다. 표정이 사뭇 진지한 그는 얼른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방에 3개 정도 있었다. 그는 얼른 아무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에드?”
“무슨 일이죠?”

  강찬은 막 방바닥에 누워서 이불을 펴고 있었다. 미리내는 침대에 막 누우려는 찰나였고. 에드는 둘을 보면서 진지하게 대답했다.

“강찬 형. 모포를 주세요.”
“네가 가져가아아아!!!”

  밤에도 메아리가 울리는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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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는 모두가 활발하다. 새는 지적이고 학생들은 발을 맞추어 학교로 들어선다. 딱 봐도 아침 등굣길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영 딴판이었다. 몇몇 학생들의 표정은 두려움에 가득했다.

“야, 그거 들었어?”
“응, 어제 쟈프트가 아프리카를 점령했대.”
“어제 골목에서 사람들이 죽었대.”
“정말 무섭다.”

  학생들의 대화는 사소한 일상의 일부터 세간의 소식까지 나오고 있었다. 몇 일전 쟈프트가 아프리카를 점령했다. 아프리카에 있는 공업용 물자가 결국 연방에서 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점점 심화되는 사태.
  현재 세계는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많은 실업 사태가 일어났다. 학생들도 점점 높아져 가는 물가에 어느 정도 염두를 두고 있었다. 거기다 요새는 다른 문제도 있었다. 이 근방에 있던 학교에서 살인 사건도 터져나갔다. 범인은 아무도 몰랐다. 단지 이상한 점이라면 시체에 피가 거의 없다는 것과, 온몸이 벌집이 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침의 밝은 등굣길도 겉으로는 좋게 보이나 실상은 우중충한 어둠이 끼어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쾅!!!

  학교 어느 한 부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굉음에 깜짝 놀랐을 뿐, 다른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매일 그런 반응이 나오는 학교이니 말이다.

“소스케!!”

  또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자기들 교실로 갈 뿐이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만 이곳이 바로 그들이 생활하는 삶의 반쪽 부분이다. 학생들이 자연스레 다니는 거대한 학교. 사립학교 ‘스크니 헬즈(Schnee Herz; 雪心)’ 이곳은 중립국인 ‘오브’ 내에서 가장 환경이 좋은 사립학교로 대학, 고등부, 중등부, 초등부가 합한 이른바 맘모스 학교인 곳이다. 학생들의 사적인 면을 이끌어 주기 위해 교복 자율을 선택했으며 각기 분야별로 유능한 학생들도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학교를 하도 합하다 보니 별 희한한 문제도 나왔다. 1년 전에 말로는 차마 삼가는 사건도 일어났고, 여러 학교 내 단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오늘은 그나마 평범한 정도였다.

-퍼억!!

“무슨 짓이냐, 치도리.”
“당연한 짓이다, 소스케!!!”

  2-B라고 적혀진 팻말. 즉, 이곳은 교실이다. 교실에서는 쥘부채를 쥐고 남자의 머리를 한방 내려친 여학생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왜 또 신발장에 폭탄을 설치한 것이라고!”
“그거야 만일에 대비한 것이다. 최소한 이 학교에는 위험한 조직도 많다. 가령, 저번에 나하고 맞붙은 그 녀석도 있고........”
“소스케!!!”

  말이 나오자 무섭게 누군가 교실문을 박차게 밀어놓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에 하얀 띠를 두르고 나타난 남학생. 옷도 대충 걸치고 나타난 그는 소스케라는 그 학생을 보며 소리쳤다.

“이 자식아! 내 도전장은 받아본거냐!”
“그게 그것인가? 미안하게 되었다, 잇세이. 신발장에 그게 있기에 내가 C4로 날려버렸다.”
“뭐시라! 이 자식이.........”

  그가 주먹을 쥐고 달려드려는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교실에 들어와서는 곧장 그의 엉덩이를 걷어 차버렸다. 잇세이는 그대로 놔뒹굴며 넘어졌다. 책상과 의자도 같이 넘어지면서 그대로 묻혀버린 불쌍한 잇세이를 보며 그가 말했다.

“준혁아, 또 네 짓이냐?”

  그의 말에 소스케는 얼른 일어나서 손을 들어 경례를 하였다.

“Yes, Sir!”
“나 참,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냥 위협용 정도로 화력 약한 것을 써야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지. 그것 때문에 내가 고치고 오는 도중이잖아. 내가 물로 보여, 응?”
“아, 아닙니다! 강 상사님!!”
“그러니까, 그런 짓은 하지마. 알겠지?”
“알겠습니다, 강 상사님!!”

  소스케는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가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 언제나 빨간색 패딩 조끼를 입은 강찬. 그는 피곤한 얼굴로 소스케를 보며 손짓을 했다. 자리에 앉으라는 것이다. 그것을 본 학생들은 여전히 똑같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일에 연연했다. 강찬는 얼른 다시 자리에 앉으며 그에게 말했다.

“얼른 앉으라고, 준혁아. 그것보다 치도리........ 오늘 비품은 좀 남아?”
“아니. 저 오타쿠 녀석이 또 날려버렸거든.”
“준혁아.......”

  한없이 어두운 모습으로 소스케를 보는 강찬. 소스케는 얼른 무릎을 꿇고 그를 보며 얌전히 사죄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강 상사님! 나중에 꼭 마련하겠습니다. 월급을 다 털어서 마련하겠으니 제발 기합만은!!!”

이렇게 아침 등교시간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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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 피곤하다..........”

  하품을 크게 하며 책상에 들어누운 강찬. 그는 졸린 눈으로 시계를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아직 9시가 되지 않은 시침과 분침이 보였다. 시계를 보고 다시 다른 손을 들어올렸다. 오른손에는 이때까지는 보지 못한 장갑이 있었다.

‘피곤하다, 미리내.’

-공공기관에 와서 피곤하다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똑같군요. 제가 살건 곳이나 이곳이나.

  강찬은 오늘 아침에 미리내하고 대화를 했다. 학교에 가려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자고 말이다. 다만, 미리내에게 학생들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몸을 녹이고는 자신의 오른손에 들러붙은 것이었다. 어느새 액성성분이 전부 오른손에 달라붙어 하나의 장갑이 되었다. 손등에 푸른 수정구가 눈에 띄는 형태의 장갑이 된 것이었다. 그러고서는 한 마디.

-이러면 되겠지요.

  뭐, 그렇게 등교했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바로 엄청나게 못 쓰게 된 신발장이 그것이었다. 강찬은 반쯤 실성한 채로 긴급 물품으로 신발장을 대충 수선하였다. 다행히 온몸에 기운이 빠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준혁이 때문에 내가 못살겠다. 요새 물가도 올라서 물건 사는 것도 부담되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저자의 이름은 ‘사가라 소스케’인데 왜 준혁이라고 부르시는지?

‘저 녀석 내가 용병 시절 때, 강준혁이라는 이름으로 내 부관으로 되었거든.’

-용병도 하셨습니까? 대단하시군요.

  예상 외의 상황에 미리내는 감탄했다.

‘나 이래보여도 용병단 출신이야. 학도군으로 전쟁에 참가했는데, 순식간에 상사가 되었지. 이건 나중에 말하고........ 오늘 정말 피곤하다.........’

-역시........ 그냥 쉬는 것이........

“찬아, 너무 그런 모습 많이 보이는 거 아니야?”

  말총머리를 한 푸른 교복의 여학생이 강찬 곁에 오면서 말했다. 강찬은 그녀를 보고는 손사래를 치며 귀찮아하듯이 말했다.

“레이카냐. 나 오늘 피곤하거든. 귀찮게 굴기는 더욱 싫어.”
“나 참. 요새 들어 피곤하다고는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일부러 들으나고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
“하긴, 그렇겠군.........”
“문제야, 너의 그 태도가.”

  레이카는 약간 목소리를 죽이며 그에게 다시 말했다.

“그런 태도로 일하면 나중에 있던 사람도 떠나간다고.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런 애가 요새 들어 그런 태도로 있으면 뭐 하냐고.”
“그래서 할 말은?”

-탕!!

  순간 레이카가 책상을 쳤다. 그럼에도 강찬은 그냥 피곤한 눈으로 레이카를 쳐다봤다.

“그 성격이 문제야!! 저길 봐! 너보다 특이하고 병약한 토우야도 다른 사람들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하잖아! 그럼에도 넌 매일 자기 생각 밖에 모르잖아!”

  갑자기 자기 이름이 튀어나오자 얌전히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자는 척을 하는 토우야. 아마 저 회화 속에 들어가기 싫은 모양인 것 같았다.

“나 원 참.......”
“적당히 해, 강찬. 우리들도 네 고생은 알지만 너보다 불행한 사람들은 더 많아. 알았지.”
“네, 네. 잘 알아듣겠습니다요.”

  레이카는 강찬의 비꼬는 듯한 대답을 듣고는 씩씩거리면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강찬은 레이카의 화에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밖을 흘겨보면서 중얼거렸다.

“오늘은 또 무슨 알바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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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선생님.”

  수업이 시작되었다. 고등부에는 나름대로 대학이나 사회생활을 하려는 학생들도 많지만, 그래도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선생들도 필요하다. 이 2-B 반도 다른 반과 마찬가지였다. 긴 머리를 한 여 선생은 천천히 교재를 놓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은 특별히 전학생이 왔습니다.”
“우오오!!”

  그 말에 모든 학생들이 소리를 질렀다. 단, 네 사람, 토우야와 소스케, 그리고 강찬과 아이를 빼고는 말이다. 선생은 계속해서 전학생이 온 것을 말하고 전학생을 소개시켜줬다. 강찬은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전학생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그냥 쳐다봤다. 자기 반에는 유달리 전학생이 많이 오는 편이다. 특히, 저번에는 ‘소스케’가 자기 반에 오질 않나, 덕분에 자기 반은 매일 물 먹는 사건이 벌이지지 않나, ‘아이(愛)’라는 여자 아이는 그런 소스케처럼 무뚝뚝하고 매일 양호실에 가는 토우야처럼 결석도 많이 하지 않나, 이만큼 황당한 반은 아무리 봐도 없다고 생각했다.

“제 이름은 토오노 시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찬은 안경을 끼고 일본식 교복을 당당히 착용한 시키라는 학생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구렁이 담 넘어가나...... 전학생이 이렇게 오면 정말 싫어.”

  강찬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키를 보는 눈빛이 다른 학생도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토록 강렬한 눈빛을 내는 여학생은 처음 일 것이다. 선생님은 시키를 강찬의 옆자리로 가라고 했다. 어차피 강찬의 옆에는 아무 학생도 없었기에 시키도 그 자리에 앉았다.

“안녕?”
“응.”

  너무 간단한 대답. 오히려 인사하는 시키가 무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키와 같은 자리에 앉게된 강찬은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뭐냐....... 이 음침한 기분은?’

-저 분 같은데요.

  미리내의 마음 속 대화에 강찬은 오른손을 살펴보았다. 수정구 위에 화살표와 인물의 얼굴이 보였다. 트윈 테일을 한 여자애의 얼굴. 그 역시 자기 앞 자리 몇 부분을 보니 똑같은 인물이 있었다. 또, 그것이 누구인지도 말이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어차피 그 애 성격은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같이 이야기 하면 되겠지. 그렇게 이번 아침 교시가 무사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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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요새는 조금 좋은 아르바이트 거리가 없나?”

  종소리가 울리며 점심을 알렸다. 다른 학생들도 전부 밖으로 나가 매점이나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강찬 역시 메모장을 열어젖혀 일일이 뭔가를 살피며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우선, 노가다는 요새 무리. 이제 학교생활도 해야 하니, 간단한 것이 좋은데........”
“강찬 군.”

  순식간에 강찬에게 달려오는 학생들. 당연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강찬이 뒤를 돌아볼 정도의 엄청난 박력을 자랑하는 집단, 이 학교 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만의 조직. 그 이름도 찬란한.......

“어서 오세요, 牙竜群[아룡군] 바보들.”
“바보는 아니라니까!”
“그런 소리는 그만해라. 강찬, 생각은 해보았는가?”

  아룡군. 학교 내 가장 강하다는 학생들의 사립 조직. 대표격인 학생 4명이서 학생들을 모아 학생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집단. 현재 학생회하고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 이유야 당연히 학생회는 학교의 규율을 내세우지만, 이쪽은 말 그래도 밀어붙이는 식의 자경단이라 할 수 있다. 이 스크니 헬즈에서는 아룡군에 찍히면 일종의 이지메나 왕따 같은 걸 당할 정도니 말이다.

“생각이고 뭐고, 없어요. 아룡군에 들어가면 제 생활에 방해가 되거든요.”
“이 자식이!”
“기다려라, 키리사키. 강찬,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

  몸집이 엄청나게 큰 근육남이 다시 한 번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럼에도 강찬은 고개를 설레설레 거렸다. 솔직히 그는 귀찮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저라고 해서 들어가고 싶지는 않겠어요? 저 역시 이놈의 학교생활과 사생활이 겹치지만 않았으면 말이죠.”

-아작.

  뭔가 분질러지는 소리. 보아하니, 그 덩치 좋은 사내의 손에서 뭔가 부서진 것 같았다. 강찬 역시 그 소리와 난 방향을 알고 있었다. 얼른 도망치기 시작한 빨간 조끼. 화를 못 풀다 못해 바짝 독이 오른 아룡군들은 그대로 복도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게 점심시간은 시작되고 말았다.

“에, 강찬은 그렇게 엄청난 애였어?”
“훗, 몰랐구나. 그 애는 그렇게 살갑게 보여도 사실은 숨기고 있으니까.”

  교내 매점에서 빵을 먹고 있는 시키와 레이카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강찬에 대한 것이겠지.

“얼마나 독하냐? 라면, 저번에 교내에서 성폭행 미수범의 눈을 뽑아버리려 했지, 심지어 이사장하고 담판을 지을 정도로 성격이 독한 녀석이지. 그만큼 다른 애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 하니까.”
“꽤 좋은 녀석이었구나, 강찬은.”
“물론이지. 다만, 그 성격이 문제거든. 남에게 피해를 안 입히면서, 남의 속을 긁어내는 성격이야. 원래는 좋은 애인데. 그 놈의 성격 때문에 애들이 잘 가까이 안 하지. 저걸 봐.”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자, 거기에는 카레빵을 대량으로 사가는 강찬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걸 다 먹는 모양인 것인가? 허나, 그 뒤에 웬 안경을 낀 여학생이 카운터에 다가가 뭔가를 신청을 하였다.

“다 떨어졌다.”
“크아아아!! 어째서!!! 내 카레빠아아아앙!!!”
“시엘 선배........ 또 당했군요.”

  푸념 섞인 말이 한숨과 함께 저절로 나왔다. 하긴 그럴 것이다. 아무튼 어느새 강찬이 그녀와 시키 앞에 나타났다. 거기에 옆에는 아이까지 대동하고 나선 그. 입에 카레빵을 문 그 모습에 약간 이질감을 느꼈지만, 뭐 상관은 없었다.

“옥상가자.”
“이번엔 옥상이냐? 뭐, 그곳도 조용하니까. 아, 사야카, 마음 고운 마도카! 너희들도 먹을래?!”

  우연치 않게 자신이 아는 사람을 본 강찬은 둘에게도 말을 건넸다. 당연히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산 카레빵을 나누며 선배들과 같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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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이 높은 날이. 옥상은 한적하고 좋다. 학교가 옥상을 개방한 이후로 몇몇 학생들이 나와서 옥상에서 간단한 식사를 즐기거나 아니면 바람을 쉴 뿐이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고.

“이 카레빵 맛있네?”
“응.”
“헤헤, 강찬 선배는 정말 참 대단하네요.
“강찬 녀석은 언제나 그렇지. 그 녀석이 사는 것이 맛있다는 사실을. 정보통이 누구야?”
“준혁이.”

  레이카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소스케라면 분명히 그것을 가름하고 있을 지 모를 것이다. 원래부터 매점용 비품을 담당하는 임무(?)를 맞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 그것을 중간에 다 아는 것도 소스케의 상관(?)인 그의 목적이니까. 아무튼 이렇게 카레빵을 먹으면서 시키가 말했다.

“그런데 아까 쉬는 시간에 어떤 여학생을 만났어.”
“누군데?”
“나보고 ‘사람 죽이지 말라고’ 말하던데. 꽤 귀여운 아이였고.”
“헛소리를 말하는 것을 보면 그건 옆 반의 ‘세오’일 거야.”
“맞아요. 세오 선배는 제게는 절대 마음을 약하게 먹지 말라고 하던데요. 얌.”

  아이하고 사야카가 무심하게 말한다. 강찬하고 레이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 애는 가끔 이상한 말도 한다니까. 강찬한테는 산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고, 나한테는 연못에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쳤지.”

-뜨끔.

  순간 강찬이 움찔거렸다. 산에 올라가지 말라는 것은 그 이유였던 것인가? 아무튼 강찬이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세오 녀석도 미래를 보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것보다 강찬 님은 눈치채지 못하셨습니까?

‘뭘?’

  미리내는 지금에 와서 강찬에게 말을 걸며 시키를 간접적으로 쳐다보게 하였다. 확실히 수정구에 화살표까지 나타나 그를 가리키고 있으니까.

-시키, 토오노 시키에게서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을 말입니다.

‘미리내, 난 평범한 인간 축에 속한다고. 무슨 무협지 괴인처럼 그런 경지에 오른 것도 아니고. 거기다 사람에게서는 언제나 피 냄새는 날 수도 있어. 가령, 상처라던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 남자, 시키가 신은 신발 부근에서 인간....... 아니, 인간과 유사한 종족의 혈액이 검출되었다는 것입니다.

‘뭐시라!!’

“강찬, 왜 말 안해?”
“아, 아무 것도. 그것보다 시키는 어디서 살아? 보아하니 토오노라는 성을 들어보니 토오노 아키하하고 연관있을 것 같아서.”

  그는 일단 표정을 얼버무리며 다른 데로 화재를 돌렸다. 별다른 말도 아니지만, 지금 시키를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시키가 말한 세오의 말도 의심스럽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은 필요 없고, 그저 회화를 나누는 것뿐이다. 마침, 다른 사람도 있으니 쓸데없는 말은 꺼내지 않는 것이 좋았다.

‘단지 그것뿐인가?’

-제가 눈치 채지 못하게 검출했습니다. 성분만 알면 나중에 알려드리지요.

  미리내가 몰래 신발 틈으로 이상한 검은 조각을 발라냈다. 그 다음에는 그냥 대화를 즐겼다. 그것뿐이다. 토오노 가의 인물, 시키. 일본 아리마 가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국적 변경이 있었다. 집에 오니 메이드 2명과 집사 1명이서 같이 지낸다고 한다. 이걸로 대충 상대의 집이나 가정형편은 안 셈이다.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 끝나겠다.”
“응.”

  여자들의 말이다. 강찬도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이제 다시 교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오고 있으니까. 그렇게 레이카와 시키가 먼저 옥상에서 내려갔다. 강찬은 원체 태평하게 가고 있으니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여기서 할까?”
“아니.”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카가노 아이. 그리고 그것을 흥미깊게 쳐다보는 강찬과 미리내 장갑. 이윽고 충분한 공기가 둘 사이를 갈랐다. 아직까지 서로를 노려보는 둘. 그런 사이에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강찬, 이제 그런 일은 하지 마.”
“싫거든요.”

-쾅!!

  무언가 얻어맞았다. 이미 아이의 손에는 하나의 둔기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날이 바짝 선 둔기가. 그럼에도 아이는 그것을 노려보고 있었다. 태연하게 뺨으로 둔기를 막고 있는 그가 말이다.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그가 말했다.

“난 보통사람이라고. 좀 치워줄래, 이것 말이야.”
“이미 보통이란 범주를 넘었어.”
“쯔쯧. 틀렸어. 난 아직까지 보통이야.”

  그러면서 오른손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지만, 아이템 빨로 이렇게 막은 거지. 이제 나에게는 실세의 공격은 통하지 않아. 그래, 실세의 공격은 말이야.”

  아자투시온의 가호. 미리내가 자기 전에 그렇게 말했다. 앞으로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그것은 자신에게 언제나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서약하고, 계약했다. 그리고 동시에 주인인 그에게 가호를 붙여주었다. 오직 자신들 일족을 제외한 모든 존재에게 상처받지도, 충격도 받지도, 간섭도 받지 않는 저주 같은 가호를.

“할거냐?”
“계속 할 거다. 돈이 된다면 언제든 주인 없는 보물을 팔고 돈을 챙기지. 단지, 그렇게 지낼 뿐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아. 다만, 그것도 내가 아는 사람들 한에서 말이야.”
“어쩐지.........”

  아이는 둔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강찬을 지나쳐 옥상에서 내려갔다. 강찬 역시 옥상으로 내려가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나 말하지만 만약 그 일이 너에게 피해가 온다면 무조건 그만할 거야. 너에게 피해가 입힐 일만 말이야.”
“그렇군.”

  저 뒤틀린 성격. 그것이 강찬이다. 아이는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전에 그를 보지도 않고 쏘아붙였다.

“이사장님이 전하래. 지금 이사장 실로 오라고.”
====================================================================

“네에?”
“다시 말해서 그런 것이다.”

  초록색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사장이 말했다.

“강찬, 너는 앞으로 아룡군에 가입하고 동아리 하나를 만들라는 것이다.”
“싫어어어어!!!”

  어느새 이사장의 빼도 박도 못한 전언을 들은 채, 그가 책상에 엎어져 있었다. 훌쩍거리는 얼굴로 이번 쉬는 시간에 넋두리를 뿜으면서 말이다. 그의 곁으로 토우야나 다른 학생들이 몰려 왔다.

“결국에는 아룡군에 가입당하구나, 찬아.”
“동아리도 만들어야 한다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리히코가 천역덕스럽게 말했다.

“별 수 없지. 아룡군 멤버들은 당연히 가입해줘야 하고.......... 일단 동아리 주제는 알아봐야지. 부활 시간도 1시간 뒤니까.”
“나도 들어갈까?”

  치도리가 강찬을 다독이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안돼. 치도리하고 소스케는 학생회 소속이야.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그리고 이번 일은 좀 많이 관련된 것이라 들어올 학생들이 적으면 골치가 아파.”
“설마,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다 몰라주는 대신에 한 거야?”
“응.”

  혀를 찼다. 설마 이사장이 그렇게 그에게 말할 줄이야. 강찬은 몇 개월 전에 그 사고를 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보면 그것은 강찬에게 불쾌한 일이었고, 다른 학생들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실제로 강찬에 대한 반항심에 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사장님도 너무했다. 그것보다 부할 멤버가 몇 명이 더 필요해?”
“아룡군 바보들을 제외하고 5명 더. 오버해도 좋으니까 아무튼 만들고 잘 활동하래. 망할 이사장........”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심정을 이해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강찬은 1시간 뒤를 생각했다. 오늘 안으로 무조건 동아리를 만들고 멤버를 모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할, 퇴학 조치라니.........”

  그렇게 1시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ps.
인물 소개는 후편에서 계속.
후편에는 메카물이 나올 것입니다. 네, A하고 J 쪽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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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ver] Aventuro Sagao =1화=(3)

자작 글/팬픽 2012. 1. 23. 22:57
  서재스 재단.
  그들의 목적은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 ‘프레셔스’를 발굴,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그 사명을 잊지 않은 채 사설 집단인 ‘보우켄쟈’를 만들어 프레셔스를 모으고 있었다. 1년 전에 일어난 레전드 대전으로 인해 위대한 힘과 몇몇 시설과 대량의 프레셔스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그들이었다. 프레셔스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취지의 생각은 변함없기에 보우켄쟈는 오늘도 달리고 있었다.

“이 산은 이렇게도 험하냐?”

  물론 한 사람만. 지금 소개할 사람은 타카오카 에이지. 보우켄쟈 중에 보우켄 실버다. 위대한 힘을 잃었어도 계속해서 아슈의 감시자로 일하는 그가 왜 일본이 아닌 오브의 산에 온 것인가? 그는 언제나 들고 있는 서치 스나이프를 통해 뭔가를 찾고 있었다. 물론 찾는 도중, 이곳에 온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오브에 프레셔스가 있다고요?
-그렇다네.

  Mr.보이스가 설명해준 말에 따르면 오브 3구역 도심지와 히나미자와 촌 사이에 있는 명월산이라는 곳에 대량의 프레셔스가 있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 일본에 들어온 토오사카의 보석을 알고 있나?
-들어본 적이야 많지. 보석의 마술사인 토오사카 나가토가 남긴 유물이지. 굉장한 위력의 마력이 저장된 보석. 안 그래?
-대단하군, 실버. 그래 그 말대로다. 문제는 그 보석이 이곳 일본으로 유출되었다는 것이네. 다행히 오브에 사는 제보자와 신 후유키 시에 있는 토오사카 가의 영애가 그걸 말하지 않았더라면 악용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보이스는 화면 오른쪽에 한 명의 남자를 보여주었다. 잘생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생기지 않은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강찬. 스스로를 오브의 괴남, 또는 빨간 지네라고 칭하는 얼빵한 학생이지. 문제는 그는 이때까지 많은 프레셔스를 발굴, 유출시킨 혐의가 그대로 있다네.
-학생치고는 꽤 대단하군.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은 저 꼬마가 가진 프레셔스를 무사히 가져오는 것인가?
-물론이지. 그렇지만 블랙. 이번 일은 실버에게만 맡기기로 하겠네.
-네에?!! 무슨 일이죠? 번쩍이가 가야 할 일이라도 생겼나요?

  사실 에이지도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에 나온 보이스의 말에 그것이 뭔지를 이해하였다.

-제보자가 극히 에이지를 보내달라고 하더군.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름이........

카가노. 여기에는 없어.”

  서치 스나이프의 탐색 모드를 끄며 그는 오른편에서 뭔가를 조사하던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가볍게 점프하여 에이지 옆으로 왔다.

“그래.”

  다소 사늘한 말투로 말하는 여자 아이. 에이지는 그녀를 보고는 내심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자신을 불러달라고 청한 사람이 그녀였다니 말이다.

“하긴 이런 산에서 뭔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렇지?”
“아.”
“그것보다 이거 먹을래? 오면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잖아?”

  그의 손에 파프리카 하나가 들려있음에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천천히 올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에이지도 그런 그녀의 태도에 속이 썩을 정도였다. 왜 하필이면 저런 녀석하고 인연이 있을 줄이야.

“찾았어.”

  그녀의 눈동자가 뭔가를 직시하고 있었다. 에이지 역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저 녀석이야?”
“응, 확실히. 저렇게 괴짜 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그와 소녀 둘이 가고 있었다. 비록 그 위치는 아주 달랐다. 그와 그녀가 있는 위치는 낙엽이 쌓인 나무들이지만,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무려 40m 위에 있는 암반과 암반으로 연결된 불규칙한 거친 길이었으니까. 떨어지면 그대로 황천행으로 갈 수도 있는 그곳을 강찬은 신경을 쓰며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고, 내가 가는 곳은 언제나 이런 곳이냐~”
“어이, 아저씨! 그래도 아저씨는 능숙하잖아! 유마나 난 이런 곳은 힘들다고!”

  조금은 회한에 찬 목소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아무튼 그는 몸을 최대한 붙여서 가고 있기에 뭔가에 대해 신경 쓰는 틈이 없었다. 아무튼 에이지와 그녀는 그런 모습의 그들을 보면서 약간 허무한 감을 느꼈다.

“저런 녀석이었냐?”
“응. 조금 얼빵해. 그리고 고집도 있어.”

  에이지도 속으로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 보물을 무단으로 유출한다고 하기에 엄청 실력 있는 녀석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작 능력이 평균치의 인간에 속한 녀석이었다. 저런 녀석에게 서재스가 나몰라 했다니. 순간 자신이 속한 보우켄쟈에서 탈퇴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녀석이 가는 곳을 대충 짐작했다.

“저 부근에 동굴이 있지 않았나?”
“맞아. 다만........”
“다만?”
“뭔가 있다는 것이......... 나도 모르는 것이............”

  아무튼 그렇게 그녀와 그도 강찬의 뒤를 미행하기 위해 암반을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주 이상한 추격전이 시작하였다.

====================================================================

“헥헥, 다왔다.”
“무, 무서웠어, 쿄코.”
“아, 나도.”

  결국 온갖 고생을 다해 암반 깊숙이 난 동굴 입구에 도달한 강찬 일행. 일단 입구 주변을 보기 시작했다. 사진에 나와 있는 그대로의 모양이었다.

“정말 특이하네.”

  동굴 입구가 이렇게 만들어 질 리가 없었다. 보통 입구라면 폐곡선이 이리저리 나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동굴은 그렇지가 않았다. 너무 매끄럽다. 곡선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그 모양이나 문양도 그런 식의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뭔가 이상하다.

“이 문양........ 이것은?”

  강찬은 입구에 난 문먕을 보며 천천히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허나, 맞는다면 그것은 아마 우연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의 손은 어느새 조끼 상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측 상단에 있는 지퍼를 열자 그곳에는 어느 정도 낡은 메모장이 나온다. 메모장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곧장 그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설마?”

  있었다.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있었다는 것으로 결정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도 없겠지.”
“하긴, 이미 간은 다 봤으니까.”

  일반인으로 생각이라면, 고집이 센 성격이라면 그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천천히 자신이 해야 할 갈림길을 선택하였다. 비록 그것이 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러면 내가 꼭 에로게 주인공 같은데.’

  우연의 일치로 뭔가를 만나다. 그런 종류라고 생각하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갔어.”
“좋아, 우리도 들어가자.”

  물론 뒤따라오는 두 명도 마찬가지였다. 강찬의 뒤를 쫒아 그대로 동굴로 들어서는 두 명. 이윽고 동굴의 검은 어둠이 사람들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셋을 이어 점차 동굴 입구에 이상한 그림자를 만드는 존재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래, 요란하게 춤을 추는 수많은 무리의 그림자들이 말이다.

====================================================================

“역시.........”

  강찬은 그렇다고 수긍했다.
  동굴의 안 역시 너무 괴이하였다.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것이 없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이라도 최소한의 암반층이든지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동굴은 틀렸다. 이것은 동굴이라고 말해서는 아니 된다. 이곳은 동굴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신전 같은 분위기다.

“어둡지는 않아 다행이군.”
“결계 칠까?”
“그럴 필요는 없어.”

  입구 부근은 어둠이다. 문제는 안쪽. 안에는 인위적으로 만든 대형 기둥들이 푸르스름한 빛을 뿜고 있었다. 거기다 기둥 몇 개 사이로는 일종의 강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배수로를 통해 움직이는 그런 강이 말이다. 물색도 야광이었다.

“조금은 섬뜩하다.”

  그렇게 그는 바닥과 옆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길을 찾아나간다. 어찌된 지 바닥에는 여러 문구가 적혀있었다. 덕분에 그것을 이용하여 길을 찾아나갈 수가 있었다.

“이거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만약에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그것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아무튼 그렇게 문구를 읽어나가면 길을 이리저리 튼다. 문구가 이어가는 방향대로 가니 그리 했다.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은 재미도 있었다. 이 문구는 하나의 시이자, 거대한 문장이었다. 그 자체가 뜻은 없어도 뭔가를 읽은 재미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가 끝인가?”
“그러게?”
“쿄코, 왠지 무서워.”

  문구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마지막 글귀는 자신을 알라는 글귀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끝에 도착한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수정구슬이 있었다.

“우와아.........”

  황홀할 정도의 거대한 구슬이다. 일단 손을 대고 싶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 야광의 기운이 눈에 서늘하게 비친다. 그 기묘한 모습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는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가지고 싶으니까.

“이 정도면 돈도 엄청나게 주겠지. 키킥........”
“암. 이거라면 빼빼로도 평생 먹을 수 있겠다. 거기다 집도!”
“집이라면 괜찮잖아. 페르손 언니네 집이 있으니까.”
“거기까지다, 네거티브!!”

  고개를 황급히 돌린다. 거기에는 왠 남자 하나가 서 있다. 분명 이 상태일 때를 가정해보면 마치 자신들이 악당이 된 것 같았다. 강찬은 남자를 보며 소리쳤다.

“넌 또 뭐냐!”
“오브의 괴남, 강찬! 그곳에 있는 프레셔스를 놔두시지!”
“오브의 괴남이라고!!”

  강찬의 표정이 바뀐다. 에이지는 일단 천천히 경계하였다. 보통 저런 녀석이 자신의 별명이라고 하지만, 반강제적인 표현에 상대가 급박하게 변할 가능성도 있었다. 강찬은 심히 떨리는 몸으로 에이지를 노려봤다.

“크크........”

‘설마, 역린을 건드렸나?’

“그렇다!! 이 몸은 오브의 괴남, 강찬!! 대단하구나, 악의 조직원이여!!”

  순간 에이지는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상대의 황당함이 너무 어이가 없던 것이니까. 심지어 옆에 있던 두 소녀조차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에이지는 강찬 일행을 향해 서치 스나이프를 겨냥했다.

“난 악의 조직원 따위가 아니야! 이 몸은 빛나는 모험가! 보우켄........”

-타앙!!

  순간 뭔가가 에이지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강찬은 총을 든 채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

“쳇, 빗나갔군.”
“너어어어!! 말할 때 쏘는 녀석이 어디 있냐아아아아!!”
“여기 있다.”
“뭐어?!!!”

 또 다시 총이 쏘아진다. 에이지는 황급히 피하면서 얼른 서치 스나이프를 상대와 똑같이 총 모양으로 바꾸었다. 상대가 든 총은 약간 작은 모양. 탄수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투다다다다다다!!!!

  문제는 총 한 정을 더 들고 무차별로 난사하기 시작한 강찬. 에이지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상대가 총 쏘는 것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저 정도의 총이라면 탄알이 금방 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허나, 그가 잘못 생각한 것이 문제라면 큰 문제. 강찬은 그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무차별로 갈기면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페르손이 말해주었다는 그 설명을 잘 들었기에 가능한 것. 방아쇠만 걸치고 있으면 마력탄은 무진장 나온다. 다만, 그 한도가 10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다. 상대가 재빠른 녀석도 아니다. 총 모양도 보니 단발형과 집중형으로 되어 있는 형식이다. 그런 식으로 쏘는 것과 무차별로 쏘는 것. 어느 쪽이 더 강하겠는가?

‘멍청이. 그런 총은 이런 곳에서는 별로 좋지 않다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강찬. 에이지는 지금 나올 수가 없었다. 상대가 총 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 총에 맞다가는 그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Micro UZI라는 소형 기관단총, 한 손으로 잡고 쏠 수 있는 이 총을 페르손이 개조한 것은 내장 마력을 이용해 반동이란 것이 없었다. 거기다 쏘는 탄도 무려 분당 1250발, 다시 말하며 1초당 20발이 무차별 나온다는 소리다. 그 위력도 엄청나게 대단하고 말이다.

“응?”

 소리가 멈췄다. 그렇다면 상대가 탄창을 바꾸는 것인가? 확실히 그 총에는 탄창으로 보이는 것이 있으니까.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머리 위로 하나의 은빛이 보였다.

“조금만 움직이면 쏜다.”

  빌어먹을. 그것 밖에 신경 쓰지 않았다. 강찬은 한 정을 에이지의 머리를 향하고 다른 한 정을 그와 반대 방향으로 잡았다.

“거기 한 명도 꼼짝 마. 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어이, 아저씨! 진짜로 죽일 작정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 쿄코? 아무튼 거기 숨은 쥐새끼도 얼른 나와. 순순히 나오지 않으면.........”

  검지가 방아쇠를 천천히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강찬은 눈치 채고 있었다. 싸우면서 느낀 것이지만 한 명의 발자국 소리가 더 있었다. 예전에 만났던 K1이 이상한 발자국 소리가 있다는 뜬금없는 말도 들었지만, 지금 싸우면서 나왔던 그 소리는 정확했다. 이 남자 말고 한 녀석이 더 있다.
  동료라고 생각하면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흥정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결국 총이 겨눈 기둥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였냐, 카가노?”
“.........”
“아는 사람이야, 아저씨?”
“내 친구야. 최근 사랑 고민을 해주고 있지. 어이, 카가노.”

  강찬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말만 덧붙였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친구인 네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널 막으려고.”
“간단해서 좋군. 그렇다면 나도 말하지, 절대 안 돼.”

  순간 차가운 공기가 둘 사이로 지나간다. 강찬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그녀나 다른 소녀들 역시 숨죽이고 있었다. 지금 움직이면 끝일수도 있다. 그런 태세에 강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지금 언제든 승기가 있어.”
“알아.”
“그렇다면 저 앞에 저 놈들 좀 부탁할까? 저 남자도 마찬가지.”
“무슨 소리지?”

  에이지의 말에 강찬은 곁눈질로 앞을 바라본다. 에이지나 그녀도 그가 곁눈질 한 곳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그들이 있었다. 아니, 그들이란 표현보다는 ‘그것들’이라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저, 저것들은?”
“아는 거야?”

  그녀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말하는 것은 차라리 나중에 최악의 일이다. 에이지 역시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어찌 아슈의 감시자로 일하면서 저런 녀석들을 만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는가? 카가노는 강찬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뭐지?”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날 놔줄래?”
“놔주면 저기 오는 녀석들과 싸우라고?”
“맞아.”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언제나 똑같았다. 그녀는 혀를 차면서 강찬에게로 다가갔다. 어차피 할 선택은 이것 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강찬도 두 정의 총을 치웠다. 에이지도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나중에 잡아주마.”
“그러세요. 은갈치 아저씨.”

  강찬은 그렇게 말하며 두 명을 내버려두고 쿄코와 유마와 같이 곧장 수정구슬로 다가갔다. 그와 함께 에이지와 카가노는 곧장 그림자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순식간에 달려 나간다. 이제 방해꾼은 없어진 것이었다.

“정말 좋은 걸.”
“수완이 좋은 걸, 아저씨.”
“그 사람들 괜찮을까요?”
“그건 걱정 마. 보통 레벨은 아니라고 감이 말하거든. 키키.”

  야광으로 빛나는 수정 구슬. 그 구슬 안에 든 그 감미로운 빛이 유혹한다. 이 정도 크기라면 돈은 얼마 못 받아도 좋을 테다. 그 가치만으로도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생각해도 강찬은 혀를 찼다.

“그래도 들고 갈 수는 없잖아.”

  그게 정답. 여기가 얼마나 험한데. 이 구슬을 들고 가려면 직경도 문제지만 가는 길도 문제다. 밖이 암반층인 것을 두고 보면 굴리다가 그냥 떨어지면 그대로 깨질 뿐이다. 즉, 빚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것이 그림 속에 들어있다는 떡이란 말인가.

“뭐, 일단은 여기에 놔두고 우리도 도망이나 쳐볼까.”
“그러자고. 위험한 건 질색이니까.”

 소란스러운 소리가 이리저리 동굴에 메아리친다. 강찬은 구슬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곧장 나가려고 하였다. 자, 이제 손을 떼고........ 손이........ 손이......... 그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이런........”
“아저씨!”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왼손이 구슬에 딱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선은 도망쳐야 하는데....... 무사히 나가야 하는데....... 손이 떨어지지 않으니......... 이마에 사거리 표 혈관이 부릅 나타나진다.

“에잇!! 떨어지란 말이다!!”
“이 괴물 놈!”
“아저씨에게 떨어져!”

  스스로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도 모른 채 억지로라도 왼손을 때기 위해 마구 발버둥 치기 시작하였다. 그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의 손이 달라붙은 뒤로 구슬의 빛이 점점 바뀌고 있었다. 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마구 손을 끌어 당겼다. 거기다 말리려던 쿄코와 유마마저 삼키기 시작한다.

“젠장, 얼른 떨어지란........ 엥?”

그제야 그것을 본 모양이다. 구슬의 색이 야광이 아닌 점점 투명한 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그 모양새도 더 이상 구슬의 현상이 아니었다. 마치 그것은 부드러운 무언가로 천천히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뭐..........뭐냐?”

어느 순간 손을 당기자 그 액체가 들어붙은 채로 쭉 늘어났다. 그도 이런 것을 알고 있었다. 공구용 본드가 손에 붙어 찐득하게 늘어나는 것, 아주 싫어하는 반응이다. 이번 것은 그것보다 더 큰 것이다. 거기다.......

“아..........”

  빨려 들어간다.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그 걸쭉한 액체가 자신을 홀리고 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구슬은 어쩌면 공포 영화에 나오는 괴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름대로 에드랑 같이 본 영화에서 이런 괴물이 있었지. 자신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괴물은 자신으로 변하는 것이지.
특히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심리전을 펼치겠지. 그런 생각이 일어난다. 그 액체가 자신을 먹을 것이다. 지금 아름답게 홀린 이 눈뿐 아니라, 몸은 물론 가지고 있는 물건조차 다 먹어버리겠지.

‘이왕이면 갈끔하게........’

“소화........ 되고 싶.........”
“엥?”

소리가 들렸다. 분명 뭔가 들렸다. 어느새 그 액체는 바닥으로 내려갔다. 중력의 영향에 맞추어 바닥에 흐르는 그 점액은 어느새 그의 신발까지 흘러갔다. 신발 밑으로 지나가는 느낌은 꿀에 풍덩한 느낌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진흙탕이나 갯벌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안심........ 그러니........ ”

소리가 또 들렸다. 아무대도 이런 소리가 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얼른 밑에 흐르는 점액을 보았다. 어느새 그 액체는 부글거리고 있었다. 수많은 수포가 형성하면서 점차 피어오른다. 거품방울들이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끈끈한 액체가 점점 거대한 거품 기둥으로 변한다.

“아.........”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 거기다 거품들이 조금씩 몇 개씩 터지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음에....... 마음에........

-울리고 있다.
-울리고 있어.
-나에게 말하고 있어.
-그래. 이것은 말이 아니야.
-이것은.

  거품들이 다 터지고 거기에는 하나의 형상이 자리 잡는다. 롭의 소금 기둥을 알고 있는가? 그런 형상의 액체가 자기 앞에 있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이, 빛을, 소리를, 스스로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이해했다.

“아까 전의 그 문구. 그것은 노래였구나.”

  알 것 같다. 이 생물, 아니면 생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게 대답한다.

“너는 노래를 듣고 싶은 거지?”

  그 액체가 부르르 떤다. 긍정인가? 부정인가? 그리고 일부분이 기다란 촉수처럼 변해 그의 얼굴을 향해 춤을 춘다. 뭐, 춤이라고 할 수 없는 일종의 움직임이지만 강찬은 그것을 잡고 다시 말했다.

“어떻게........ 하면 돼?”

  아니, 그런 말은 아닐 것이다. 다시 생각해봤다. 왜 자신의 손을 놓지 않았을까? 혹시 자기가 싫어했기 때문에? 나 같은 녀석이 한심하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날 생각해 주어서?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이럴 때는 그저 알려주면 된다. 그는 천천히 다른 손도 그 촉수를 잡아 만졌다. 두 개의 손 사이에 끈끈한 기분이 감돌았다.

“그 노래, 들려줄래?”

  속마음을 말한다.

“듣고 싶어. 아름다울 것 같아.”

  순간 액체가 전신을 떨기 시작했다. 그래. 밑에 난 웅덩이부터 천천히 그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발의 외향이 만들어진다. 발의 현상을 감싼 그것은 천천히 하나의 틀을 형성한다. 하나의 기둥 밑이 두 개로 자연스레 떨어진다. 다리를 만들고 그 위를 다시 하나가 된다. 꼬인 나선을 만들 듯 뒤틀린 외관이 갈라나와 말단 부위가 되어 간다. 그런 과정이 일어날 때마다 강찬의 귀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소리가 천천히. 이런 대면은 너무 흥겹다. 감정적이자, 즉흥적으로 일을 하는 당사자에게 아주 좋은 기분이었다.

“멋지다.”
“그렇죠.”

  소리가 들린다. 이제 목 부분도 완성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머리. 머리는 거품들이 나면서 하나의 선을 실체화 시켰다. 머리선이 완성되고 남은 거품들은 사그라지면서 그 경계를 하나의 실 같은 그림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래 머리칼을 만드는 것이지. 그 색도 투명한 것에서 푸른색을 배경으로 한 색으로 바꾸었다. 완전히 다 된 그것은 천천히 눈꺼풀이란 부분을 만들고 갈라 위아래로 나누었다.

“아름답다.”
“과찬입니다.”

  그 달싹거리는 말투. 그리고 무지개 색으로 형형히 변해가는 눈동자. 그것이 너무 감미로웠다. 두 손 사이에 있던 액체는 하나의 손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것의 오른손, 다시 말해 이제는 여성으로 표현할 존재가 그의 눈앞에 나온 것이다. 어느새 쿄코와 유마도 빠져나온다. 정신을 못 차린 것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살아있다.

- 이것은 확실히 내 눈을 의심할 수 없는 일이지. 정말인지 그것은 어느 사이에 내 앞에 나타나 나에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저는 당신의 'Slave'입니다.”

-그것이 내가 본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만남이었다.

“Slave? 노예라고? 무슨 소리야?”

  그는 일단 이렇게 말한다. 왜 스스로 노예라고 지칭하는 것인지? 어느새 그녀는 긴 말총머리를 왼손으로 빗으며 정중히 무릎을 꿇는다.

“어, 어이! 나 아직..........”
“제 이름은 ‘디흐프 보우이엔’. 당신들의, 저의 창조자가 내는 의미로는 창성을 부르는 신. 앞으로 있을 15 번째 혼돈의 밤을 알리는 목소리. 그리고 모든 울림을 주관하는 날개.”
“어이?”
“그러나 옛 이름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과거에 지나는 시간. 저는 이제 Master에게 그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로서 일하겠습니다. 그것이 계율, 그리고 약속. Master.........”

그녀의 대답이 끝나자 강찬은 할 말을 잊고 그저 서 있었다. 침묵이 동굴 내부를 달리고 있었다. 들리는 것은 바깥에서 나오는 싸움의 소리. 강찬은 스스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경의의 표시를 치하는 그녀를 쳐다봤다.

“물어볼 것이 있어.”
“어떤 것이든. 그것이 제가 있는 임무.”
“넌 누구인지는 일단 간략하게 들었어. 그렇지만 왜 나 같은 녀석에게 노예계약 같은 것을 취해? 그것도 내가 주인이 되어서? 내가 잘못된 녀석이지도 모르잖아?”
“아니요.”

그녀가 고개를 든다. 확고한 목소리를 올리면서.

“당신은 저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저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고요. 그렇기에 전 당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른 두 분에게도 말했지만, 그걸 받아들이기 적성치가 너무 높더군요. 즉, 당신이 가장 평범한 심리를 가졌다는 겁니다.”
“설마........ 우연이겠지.”
“아뇨, 우연은 아닙니다. 다만, 저와 계약을 한 몸. 그렇기에 앞으로 저는 당신과 싸움의 날로 가는 길도 마련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조금씩 뭔가를 말해갔다.

“이 세계는 15번째의 혼돈이 찾아왔습니다. 그 날개가 깨워나기 전에 이 별에 그들도 나타났고요.”
“뭐, 우주 괴물이야? 하하, 그거라면 난 완전 선택받은 주인공 같은 거 아닌가?”
“맞습니다.”

  강찬은 침묵한 채로 표정이 싹 바뀌었다. 만약에 저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그런 괴물을 처리하는 이른바 만화책이나 소설책의 인간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거짓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아야 되는 것이고. 바로 그때........

-지지지지........지지지........
 
  귓가로 울리는 한 통의 소음이다. 뭐지. 온몸으로 그것을 느끼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래, 이것은 아주 오래 전에 본 감각이기도 하였다. 그래, 그것은.........

“공포...........”
“............”

  그녀가 대신 말해주었다. 그래, 알고 있어. 공포는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뭐지? 이 공포심이 마치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느낌이란......... 혹시......... 혹시..........

“너 혹시 뭐 봉인될 만한 사유가 있지?”
“네에.”
“그렇다면 이것은 일종의 감시자......... 그런 녀석이 왔다는 거지?”
“네에.”

  빌어먹을이다.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존재를 이런 곳에 가둔 것으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데! 왜 이런 곳에 있을까! 그것은 아주 높은 인물을 억누르기 위한 방비책일터다! 그런 것을 강찬, 그가 부수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변을 감지한 윗선들이 무언가를 보낸 것이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타날 곳은 이 감옥 입구.”
“입구라고!?”

  잠깐, 아까 그가 입구로 그 둘을 보내지 않았던가? 어느새 강찬은 그녀를 잠시 노려보았다. 마치 역겨운 표정으로 말이다. 그녀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그 감정을 직시하고 있었다. 알만하겠다는 무표정으로 일관된 채로. 하지만 그는 표정을 바꾸었다.

“미안해. 사실은 내 탓이 제일 크지.”
“따뜻하게 생각하시군요.”
“아냐,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한 거지......... 그래, 그 두 사람들 비록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도와야겠죠?”

그녀의 말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띤다. 그래, 할 수 밖에.

“어차피 할 거라면 그냥 빨리 끝내자.”
“감사합니다.”
“옛 이름은 쓰기 싫다라......... 그렇다면 너에게 아주 좋은 이름이 있어. 그래........ 그 소리가 별들을 지나가는 강 같은 것......... 은하수의 옛말이 낫겠다.”

강찬은 오른손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부탁할게, 미리내.”
“잘 부탁하겠습니다.”

그녀도 그의 손을 붙잡는다.

“강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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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에엑!!!

  한 명의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입구에 몰려있는 사람들의 무리. 그러나 그들이 이미 더 이상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래, 카가노 아이. 그녀가 가장 잘 알고 과거부터 왔던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어두운 면.

“유라기하고 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조심하기나 해.”

  카가노 아이, 정확히는 마법계에서 온 전사. 이 세상에 있는 어두운 욕망이 구현된 괴물, 유라기라는 것을 없애는 임무를 부여받은 전사다. 나이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 미모도 신경치 않는다. 그저 없앨 뿐인 자신이다. 그리고 그것이 타카오카 가하고 인연을 맺게 된 사유도 되었다.

“서치 스나이프!!”

  에이지는 곧장 서치 스나이프는 스나이프 모드로 바꾸고 방아쇠를 당겨나갔다. 은색 탄환이 유라기들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자연스럽게 유라기들은 녹색 체액을 뿜으면서 죽어나갔다. 아이 역시 자신의 둔기를 잡고는 하나둘 그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3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냐!”
“아, 그때도 지금과 똑같았지. 다만.......”

  그 말을 잇기도 전에 뒤에서 덮쳐오던 유라기 한 마리의 몸을 두 동강 내었다. 그리고 특유의 차분한 말.

“수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이 관건.”

  유라기들이 하나씩 절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입구 주변에 약 15명 정도의 인간의 모습을 지닌 그들이 있었다. 동료가 죽는 것에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올라와서 둘을 죽이려고 날뛰고 있는 괴물에 지나지 않았다.

“수가 많아도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군.”
“아아. 아무튼 끝을 내자고.”

  둘의 마음에는 빈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지금까지 경험일 뿐이었다.

-삐찌지지지지............

“!?”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유라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뭐.........뭐야...........”

  에이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경악했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유라기와 싸우면서 공포심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렇다. 지금 이 자리에 모든 생명이 느끼고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장 일어났다.

-퍼억!!

  순간 유라기 세 명이 쓰러졌다. 상반신이 뭔가에 뜯어 먹힌 것처럼 하반신만 그대로 주저앉았다. 남은 유라기들이 뒤를 돌아다 봤다. 거기에는 그것이 있었다.

-푸샤아악!!

  어느새 4명이 한꺼번에 뭔가 관통 당했다. 그래, 그것은 유라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촉수와 똑같은 것. 다만, 그것이 한없이 꼬여져 드릴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거기다 그것이 천천히 다른 유라기들을 보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키끼기기기기기..........

  하나씩 죽여 나갔다.

-샤아악!!

  잘려나간다. 팔이든 머리든, 관계치 않고 무차별로 베고, 또 베고.

-츄아아악!!

  뜯어먹는다. 머리든, 어디든 먹고 그 걸쭉한 혓바닥과 기묘한 턱 구조로 하나씩 뜯어서 먹고 있으며.

-푸아아악!!

  뚫어버린다. 한없이 꼬아서, 또 꼬은 촉수 다발이 모든 몸체를 뚫고 그 체액마저 흡수해간다. 이것이야말로 지옥도의 광경 중 하나라고 표현하지 않겠는가? 에이지와 아이 역시 그 광경을 보며 온몸이 공포로 물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유라기 중에, 아슈 중에........ 저런 생물이 존재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키끼이기기기기기........

  소음을 내는 존재. 그것은 사람이 입는 도포 같은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동체에는 눈 하나가 달려있지만, 그 눈조차 괴이하였다. 눈동자가 시계반대방향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도포의 소매 자루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여러 다발의 촉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거기다 도포의 섭 부분은 하나의 입으로 되어 있었다. 오로지 덧니와 송곳니로 된 이빨을 지닌 입은 재차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소음을 내고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

  이런 것이 공포라고 하는 것인가? 아슈하고, 퀘스터나 가쟈, 거기다 잔갸크 제국하고 싸우면서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이것은 뼛속까지 몰아붙이는 심연의 공포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존재에게 느껴지는 한없는 공포심!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 유라기하고 싸우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저 불안감이다. 자신이 패배하는 그 마지막이 불안이지 공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유라기를 모조리 먹어치운 괴물은 다르다. 이 녀석은 그 자체가 공포였다. 모든 것을 없앨 것 같은 공포다.

-키끼이이이익!!!

  오고 있다. 공포가 오고 있다.
  멈추지 않는다.
  공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둘은 외쳤다.

“으아아아악!!”
“시, 싫어어어어어!!!”
“우랴아아아앗!!!”

  엥?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입구 쪽에서 나오는 괴팍한 목소리가!

“헥토파스칼 킥!!!”

  어두운 입구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한 명의 남자! 그 남자는 곧장 날아차기를 시전하고, 괴물은 그의 발차기를 맞고 같이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약 30M 높이에 가까운 곳에 떨어지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떨어지는 그 자는 별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이렇게 말할 뿐.

“미리내!”
“네.”

  어느새 동굴 안에서 한 명의 여자가 달려 나왔다. 그 여자도 마찬가지로 둘을 지나치며 절벽 밑으로 그대로 투신하였다. 요새 나오는 신종 자살쇼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 그것이 아닌 것 같았다. 여자의 긴 말총머리가 하나의 끈이 되고 있었다.

“강찬 님.”
“응!”

  같은 속도로 내려오던 강찬은 미리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미리내의 긴 머리칼은 절벽에 난 암벽에 그대로 박혔다. 그리고 천천히 가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미리내의 신발 밑에서 나오는 충격파가 둘을 천천히 내려오게 하였다. 어느새 다시 낙엽이 우거진 숲으로 온 강찬. 다만, 틀린 것이 있다.

-키에끼이이이이익!!!

  엄청난 소음을 내며 자신을 보는 괴물 하나와,

“아자투시온. 그 중 제일 하급인 ‘겔롤펠’입니다.”

  무뚝뚝하게 말하는 미리내가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다는 것이다. 강찬은 곧장 허리춤에 찬 두 정의 총을 들었다. 기관단총인 그것은 곧장 미리내에게 넘겨주었다. 미리내는 두 손으로 받아든 그 총기를 보며 천천히, 그리고 나지막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dnfrjfk~”

  노래의 한 소절을 짤막하게 말하자, 총의 외관이 흉물스런 모습으로 바꾸어졌다. 그녀는 그걸 다시 강찬에게 넘겨준다. 고작 2초도 되지 않는 시간. 그 시간에 그 괴물이 강찬의 눈앞까지 온 상태였다. 허나 그는 무섭지가 않았다. 이런 것은 그저 그럴 뿐인 것이었다. 그녀 덕분에 말이다.

“흥!”

  양손의 검지를 자기도 모르게 잡아당긴다. 그게 그가 배운 것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괴물은 곧장.........

-키에에에엑!!!

  넝마조각이 되기 시작했다.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스라엘 제 기관단총인 Micro UZI. 페르손에게 개조당해 내장 마력을 이용해 반동이란 것이 없는 무반동의 악마. 거기다 쏘는 탄도 무려 분당 1250발, 다시 말하며 1초당 20발이 나간다는 것. 문제는 미리내 덕분에 이 총은 더욱 악랄한 무기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이 총은 1초당 20발이 아니라, 120발을 중첩적으로 연사되게 만들었다. 거기다 마력은 없다. 있다면 그것은 미리내가 붙여진 사기 설정.

“생각만하면 안에 든 총알이 1억발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무진장 좋구만!!!”

  생각만하면 탄수가 저절로 되는 설정이다. 이런 맙소사. 결국 괴물은 현대 문명과 초월 문명의 이기를 견디지 못한 채........

-끄으오오오............

  꼴까닥 하고 말았다. 그것도 남은 부위가 없는 정도로 말이다. 잔해들은 그대로 공기 중에 녹아들면서 사라져갔다. 미리내는 쌍권총을 집어넣는 강찬을 보면서 하나를 덧붙였다.

“차분하시군요, 강찬 님.”
“이래보여도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에 20발 만발인 실력이라고.”

  소음이 사라졌다. 그 지독한 소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절벽 위에서 뭔가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착지한 소리에 고개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보우켄 실버와 이상한 옷을 입은 카가노 아이가 있었다. 그는 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코스츔이냐?”
“아니......... 그것보다 물어볼 것이 있어.”
“뭔데?”

  어느새 아이가 둔기를 강찬을 향한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진장 살벌한 눈초리를 내면서 말이다.

“어떻게 저놈을 없앤.........”

  바로 그때........ 나무 하나가 강찬과 아이 사이로 쓰러졌다. 아이는 황급히 뒤로 뛰어올랐다. 에이지 역시 나무를 쓰러뜨린 존재가 있는지 경게하였다. 낙엽과 흙먼지가 일어나고 그 사이로 하나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우우웅!!

  대단하게도 한 손으로 거대한 원형 엔진톱을 든 채로 강찬을 향해 오는 하키 마스크. 미리내는 얼른 강찬의 곁으로 다가가 적의를 드러냈다.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헌데 강찬은 고개를 설레설레 거리며 곧장 그 하키 마스크 앞으로 다가갔다. 물론 미리내도 같이 말이다.

“강찬 님. 저자는 위험한.........”
“아냐, 에드~”

  하키 마스크가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톱의 시동도 껐다. 그리고 곧장 다른 손으로 하키 마스크를 벗었다. 그 안에 든 것은 보라색의 미역 같은 머리칼과 삭아 보이는 얼굴이 나온다. 그리고 곁에 쪼르르 따라온 하얀 생물체도.

“형, 무사했군요.”
“무사했네, 강찬.”
“물론이지. 에드, 큐베. 소개할게. 이쪽은 앞으로 나하고 같이 있을 미리내.”

  미리내는 강찬의 소개에 에드와 큐베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에드 역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제 강찬의 맞은편에 서 있은 두 명을 경계하였다. 에이지와 아이 역시 갑자기 나타난 저 괴한의 등장에 마찬가지인 사태.

“어이, 에드. 제네들은 말이야........”
“알고 있어요. 한 명은 형의 여자 친구, 한 명은 타카오카 에이지.”
“너 어떻게 그 이름을!”

  에이지의 고함에 에드는 엔진톱의 시동을 다시 켰다.

“타카오카 아저씨. 죄송하지만 형을 서제스 재단으로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보는 미래에는 형이.........”

-보지...........

“응?”

  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것은 꿈에서 본 목소리였다. 자기도 모르는 틈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미리내가 있었다. 그리고 곧장 끊어졌던 고리가 연결되었다.

-보지 말지어리!!!!

“허엇!!”

  그제야 알았다. 꿈에서 나타난 어두운 꿈의 그림자. 그리고 들려왔던 공포로 가득찬 소리. 심연에서 올라온 어둠........ 설마설마.......... 순간 에드는 미리내를 보며 다급히 소리쳤다.

“다, 당신은?!”

  바로 그 순간!!!

-쾅!!

  뭔가가 떨어졌다.
  하늘에서 불꽃과 같이 떨어진 그것은 곧장 서 있는 사람들 중앙으로 그대로 낙하였다. 물론 그 여파에 들어가지 않을 그들이었다. 에드는 곧장 강찬에게 달려갔고, 미리내는 강찬과 에드를 머리칼로 붙잡고 뛰어올라 충격파가 급히 미치지 않는 곳까지 단숨에 점프하였다. 물론 에이지와 아이도 마찬가지. 둘도 보통 실력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무해지역까지 대피했다. 강찬은 무사히 먼지를 털어내면서 에드에게 말했다.

“에드, 너 볼 수 있지 않았어?”
“..........”
“에드?”
“내 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에드?”

  에드 역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 그리고 미리내와 마주치면서 나온 그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시작한다.

-내 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지키고 싶은 미래가 있어!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죽고 싶어!
-신이 존재한다면, 죽여 보겠어.
-내 이름은 듀미너스.
-목숨을 걸어라, 그럼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라이트 브레이크!!
-넌 나의 소중한 친구야, 호무라.
-나는............
-우소다아아아아!!

“에드?”
“..........”

  그래, 망연자실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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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기들이 실패하다니.........”

  뭔가를 보는 자가 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아도 되겠지.”

  누군가에게 말하는 자도 있다. 물론 그것을 듣고 보는 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물론이죠.”

  어둠 속에서 뭔가를 획책하는 그들이 있었다. 이윽고 중심이 되는 그림자로부터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저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잠시 말을 멈춘다. 하긴 이제 더 이상 신경끄는 것도 좋겠지.

“이 세계는 파멸로 향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어둠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 아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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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늘 등장 인물.

타카오카 에이지.

출현작: 굉굉전대 보우켄쟈(파워레인저 트레져 포스)

현재는 위대한 힘이 없어 맨몸으로 싸우는 중.


마법소녀 아이(or 카가노 아이)

출현작: 마법소녀 아이 시리즈.

하지만 3가 흑역사인 관계로 2까지만 진행할 겁니다. 아, 그리고 성적인 묘사는 없어요. 절대 안 적을 겁니다. 이 글은 최대 15금입니다.



[X-Over] Aventuro Sagao =1화=(2)

자작 글/팬픽 2012. 1. 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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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거리는 것보다는 낫네요.”

  에드는 밭을 정성껏 가는 강찬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밭에는 이미 몇 가지 뽑아놓은 채소하고 잡초들이 있었다. 강찬은 흙이 잔뜩 묻은 손을 털면서 남은 풀 조까리를 던져놓았다.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왼손으로 훔친 다음, 오토바이로 다가갔다.

“당연하지. 너 같으면 시간이 늦었다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냐?”
“그럴 리가요. 그런데 오늘도 ‘보물찾기’를 하실 작정이세요, 형?”
“당근이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얼굴을 먼저 보여주는 강찬. 그는 인근 산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 산에 보물들이 많더라구. 저번에 발견한 빨간 보석은 장물아비에게 팔았는데, 가격이 꽤 많이 나오더라.”
“그건 빨간 보석이 아니라, 루비(Ruby)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것도 토오사카 가가 만든 마법용 보석인데, 누나가 그거 팔았다고 속상해 하던데요.”
“시꺼.”

  당당하게 말을 내뱉는다. 그는 더러운 것을 말하는 마냥 덧붙이기 시작했다.

“그런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일일이 태클하다가는 돈도 못 벌어. 거기다 관음증에, 마조히즘까지 곁들인 아줌마잖아.”
“아하, 그럼 태클하지 않는 것은 어떠냐?”

  문소리와 들여오는 지옥의 목소리. 고개를 천천히 돌려볼 수밖에 없다. 기름을 덜 먹인 태엽 인형마냥 그대로 움직인다. 거기에는 하얀 가운만 입은 여성이 신발도 신지 않고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Dr. 페르손.........”
“그 다음에는........”
“아줌마.”

-퍼억!

  어느새 뒷골이 당긴다. 뭔가 뒷통수를 크게 치고 간 느낌이었다. 문제는 상대는 앞에 있는데 말이다. 강찬은 뒷통수를 부여잡으며 말을 다시 했다.

“누나.........”
“그래야지.”

  아무래도 아줌마라고 말한 것이 속상했나보다. 그렇게 나온 그녀는 둘을 보며 얼른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였다. 강찬과 에드는 별 수 없이 그 말을 들어야 했다. 어차피 또 이 산에서 보물을 찾는 것을 하려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니까.

“우선 저번에 강찬이 발견한 보물들을 보며 난 정말 기쁘다니까.”

‘당연하지. 실험에 사용할 목적으로 무보수로 움직이니까.’

  그 말을 못 뱉어내는 것이 아쉬운 강찬. 거실에 단정히 앉아서 서로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직접 나무로 만든 듯한 탁상 위에는 상추와 미나리 뭉텅이가 있었다. 그녀는 미나리 한줄기씩 감아서 먹으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강찬이 또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이 몸의 연구를 위해 보물의 위치를 가르쳐 주겠습니다. 자, 이것이 다음 보물들의 위치.”

  그녀는 강찬에게 등고선이 마구 그려진 종이 몇 개를 건네주었다. 그는 종이를 보면서 상세하게 표시된 부근을 살피기 시작했다.

“으흠, 산골짜기 부분에 보물 2개가. 화강암 단층 부분에 보물 하나. 반응이 작은 것으로 보면 아마 보석이겠지, 에드?”
“네, 제가 투사를 해봐도 반응이 작았으니까요. 아마 저번에 얻은 토오사카 가의 숨겨진 보석들이라고 생각되요.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니까, 찾는 시간은 오늘 저녁까지 해도 약간은 무리예요.”
“간단히 마력을 투사하는 방법은?”
“불가능. 제가 그것을 투사하려 하니, ‘아카식 레코드’에서 접속을 거부하더군요. 그것도 오늘만 그렇게 말이죠.”

  에드의 말에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의 능력은 믿고 맡기는데 갑자기 오늘만 그렇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건만 이렇다는 것. 뭔가 있다. 아무튼 강찬은 종이를 보면서 물음표 표시가 난 위치를 봤다.

“여기 또 왜 이러냐?”
“저도 몰라요. 누나도 이곳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요. 그렇죠, 누나?”
“응. 찬아, 나에게 말해도 에드하고 똑같은 대답이야. 이곳도 나도 겨우 찾은 곳이고. 어제 겨우 찾은 곳이지.”

  그녀는 상추 하나를 먹으면서 그 위치를 가리켰다.

“산에 올라가면서 나도 겨우 찾은 거야. 에드도 눈치 채지 못했지. 거기다 그 안에는 뭔가 이상한 것이 있는 것 같았고. 느낌이 이상해 그냥 놔두었지. 아무튼 그 안에 들어간다면 말리지는 않아. 다만.........”
“형, 오늘은 그곳은 빼고 다른 것만 찾으세요. 확실하지 않는 곳에 들어가다가 무슨 불운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쿄코 역시 뭔가 불길한 것을 감지했는지 신중하게 대답한다. 에드와 모두의 눈빛이 애처롭게 강찬을 보고 있었다. 그도 그 눈빛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뭐랄 해야 할까. 그가 입을 열었다.

“나........ 그 곳에 갈래.”
“형!”
“찬아!!”
“어이! 아저씨!”
“모두들 화를 내는 것을 알아. 하지만 그래도 난 일단 돈을 모아야 하거든. 저번에 보석 마음대로 판 것은 죄송.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으니까........”
“나도 안다. 친구 입원비 때문에 판 거라는 걸. 에드가 투사시킨 사진이 아니었다면 나도 몰랐겠지. 하지만 돈 때문에 생판 위험한 곳에 들어간다고? 그것은 절대 인정 못해!!”

  순간 그녀가 버럭 소리 지른다. 타이르는 부모처럼 나서는 그녀 앞에 강찬은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저기요, 누나. 그 마음 잘 알아요. 하지만 말이죠. 제가 왜 언제나 이곳에 오는 지는 잘 알잖아요.”
“그, 그거야........”
“거기다 생판 위험한 것은 저나 에드도 많이 겪었다고요. 모르시지는 않죠? 묘지 사건 때 말이죠. 그 때 누나는 지금처럼 절 말리지 않았잖아요. 네에?”
“........”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그것도 잠시. 아느새 그녀도 일어났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다른 방을 향해 걸어갔다.

“에드, 사진 만들어.”
“누나.........”
“저 녀석 고집 막기는 살짝 불가능이니까. 나도 준비할 테니 일단 사진부터 만들어. 쿄코하고 유마는 저 녀석 곁에서 떨어지지 말고. 그리고 강찬.”

그녀는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일 것 같은 말을 하였다.

“언제나 말하지만 성급하게 행동하지 마라.”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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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뒤, 에드는 손에 든 세 장의 작은 종이들을 강찬과 쿄코, 유마에게 넘겨주었다. 거기에는 각각의 풍경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화강암 단층이 있는 강가, 골짜기 부근의 수목이 우거진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곳은..........

“동굴?”
“네, 여기서 잠시만 걸어가면 나오는 동굴이죠. 시간상으로 약 1시간 거리. 다만, 여타 말하지만 그 동굴은 낌새가 이상해요. 풍경화 시켜 투사할 수밖에 없었어요.”
“즉, 안의 것은 투사가 안 된다는 소리?”
“이거 참........ 힘들겠는걸!”

  에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소리는 진짜 어렵거나 뭔가 있다는 것이겠지. 괜히 고집을 부렸냐고 생각하는 강찬이다. 사실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아무튼 이미 뱉은 말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다. 어느새 방문이 열리고 거실로 들어오는 페르손의 모습을 보인다.

“받아.”

  그녀가 준 것은 장난감 총으로 보이는 이상한 모양의 총기 2정이었다. 은색과 빨간색으로 몸체를 치장한 그런 장난감으로 보일 터. 문제는 그녀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것은 장난감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Micro UZI 개조형이다. 너의 DNA와 아스트랄 자료를 넣었기에 다른 사람이 만지면 그냥 장난감 총으로 인식될 뿐이지. 네 손에만 있을 때만 사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 탄알은 내장 마력을 탑재했기에 10일 동안 무차별 사격이 가능하지.”
“좋네요. 손에도 딱 알맞고.”

  어느새 총기를 양 허리춤에 달아놓았다. 이렇게 하면 장난감 총을 들고 다니는 괴짜로 보이겠지. 안심이다.

“이제는 말릴 수도 없으니........ 주의 사항만 말할게. 우선 하나, 위험하면 무조건 살아나와. 곧장 이곳으로 와야 하는 것.”
“당연하죠.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두 번째도 똑같아. 목숨은 아까워. 보물보다 말이야. 보물에 눈멀지 마. 알았지.”
“네에.”
“셋째, 쿄코하고 유마에게 말하마. 너희 둘은 강찬이 고집 피울 때, 강제로 막도록.”
“네에~”

  심심당부를 그렇게 해도 왠지 모르게 불길함이 오는 그녀였다. 이런 사건은 흔치 않다. 그렇기에 신중함이 앞서야 한다. 자신은 강찬이나 에드, 그리고 여기 마법소녀 둘 및 다른 존재들을 맡고 있는 일종의 양부모다. 그렇지만 자식이 뭔가 할 때, 말려야 하는 것과 놔두는 것을 확연히 구분 짓을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자신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냐고 말이다. 어느새 강찬과 두 마법소녀의 모습이 저 산으로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가는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다.’

확실히 오늘 하루는 뭔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은 무슨........ 그저 녀석이 잘 도망쳐 오길 바랄 뿐이다. 그것보다 에드.”
“미안하지만 오늘 상추는 그게 전부예요. 이제는 사와야 한다고요.”

“음, 그런가.........”

  오늘 식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들. 산에 비친 햇살도 따스했다. 거기다 불어오는 바람조차 신선하고 좋았다. 그나 그녀나 이런 것을 좋아했다. 그래, 바람이 그와 그녀의 얼굴에 닿고 그 신선한 냄새가 코로 들어오는 그 순간이.........

-?!!!

“에드!!”
“알고 있어요!”

  갑자기 소리치는 두 사람. 그리고 에드는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 모습이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이 더욱 깊게 배길 정도로 하고 있었다. 이마에 땀이 맺히는 순간, 그의 눈이 떠졌다. 그와 함께 얼른 주머니 안에서 작은 종이 2장을 꺼내들었다. 오른손에 들린 그 종이는 점점 색이 입혀졌다. 아주 천천히, 자연의 색이 그대로 만들어진다. 이윽고 그것이 하나의 사진이 되자, 그녀가 말했다.

“Double Titan Sow는 아직 수리 중이야. 들고 가려면 Circular Titan saw를 들고 가.”
“네에!”

  어느새 산장 옆으로 달려가는 에드. 산장 옆에 있는 작은 창고. 그 안으로 황급히 들어가는 에드. 그리고 에드가 남긴 사진을 보는 그녀. 땅바닥에 놓은 다 만들어진 사진 2장에 각각의 인물들이 있었다. 우선 하나는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 그리고 남은 사진에는 이상한 옷차림을 한 여러 명의 사람들. 그러나 내용은 똑같았다. 그것은 그들이 막 동굴로 들어가는 강찬과 두 마법소녀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
  너무나 불길한 내용이다. 페르손은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보며 대답한다.

“야, 큐베.”
“무슨 일이지, 닥터 페르손?”

  곧이어 귀엽게 생긴 동물 하나가 튀어나와서 말한다. 하얀색의 인상적인 빨간 눈을 가진 귀엽게 생긴 이상한 동물. 그 동물은 웃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보아하니, 문제가 생긴 거 맞지?”
“아, 맞아. 녀석들이 지금 위험에 처한 거 같아서 말이지.”

  페르손은 이빨을 갈며 큐베라 불리는 그 동물에게 말한다.

“에드를 보좌해. 어떤 것들이 나오는지는 확실히 모르니까.”
“휴우~ 알았어. 그럼........”

  그렇게 에드가 거대한 톱과 가면을 들고 나오자 큐베는 얼른 그의 곁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사태는 일어난 뒤다. 나머지 문제는 이제 운명에 맡길 수밖에.......

ps.

큐베 - 코믹스 버젼.
원작 코믹에서도 원작 애니와 같은 큐베. 감정 표현이 있음.
여기서는 감정 표현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강찬 일행을 도움.